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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의 독특한 여성 캐릭터 <비밀은 없다>
윤혜지 2016-06-22

국회 입성을 노리는 야심 많은 신진 정치인 종찬(김주혁)은 선거를 앞두고 예민해져 있다.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은 물심양면으로 남편을 보필한다. 그런데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된다. 종찬과 참모진이 민진의 실종보다 선거의 향방에 더 관심이 가 있자 연홍은 이에 화를 내며 단독으로 민진의 흔적을 되짚기 시작한다. 학교와 경찰서를 분주히 오가던 연홍은 민진과 가까운 친구였다는 미옥(김소희)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비밀은 없다>는 <미쓰 홍당무>(2008)에 이은 이경미 감독의 8년 만의 연출작이다. 평범한 제목과 예측 가능한 몇몇 지점으로부터 국내 스릴러영화의 스테레오타입을 예상한다면 조금 실망하거나 (좋은 의미로)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영화가 응당 흘러가리라 예상한 곳에서부터 <비밀은 없다>는 괴이한 전복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시도가 나쁘지 않다. 황량하고 순진한 십대 소녀들과 그들의 공간이 특히 오래 남는다. 촬영, 미술, 음악도 고루 섬세하고 훌륭하다.

손예진은 근래 들어 최고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감정의 조율이나 캐릭터의 해석도 좋지만 연홍을 보고 있자면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이 연상되는 구석이 많다. 연홍도 양미숙처럼 멍청한데 사랑스럽고 끈질기다. 주변을 내키지 않게 만드는 은근한 ‘비호감’도, 무언가 결심했을 때 터벅터벅 씩씩하게 걷는 걸음도 이경미 감독의 여성 캐릭터를 더 모던한 버전으로 잇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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