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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는 톱스타의 가족계획 <굿바이 싱글>
김성훈 2016-06-29

주연(김혜수)은 마흔살이 넘었는데도 철이 안 든 톱스타다.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어까지 배워놓고선 남자친구 지훈(곽시양)의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드라마 출연을 거절하려고 하질 않나, 아들뻘되는 지훈과 연애하다가 지훈이 여대생과 바람을 피우면서 구설에 오르자 속상해하질 않나, 그녀의 생활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뉴욕패션스쿨 출신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 주연의 불평을 묵묵히 들어주는 김 대표(김용건), 주연의 전담 매니저 미래(황미영) 등 주연의 주변 사람과 소속사 식구들이 그녀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걸 보면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기에 주연은 여전히 철없다. 오히려 자신의 “주변에는 협찬밖에 남아 있지 않고, 진짜 내 편이 없다”고 툴툴거릴 뿐이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자신의 아이를 갖겠다는 것. 어느 날, 골드미스 주연이 임신을 발표하자 세상은 발칵 뒤집히고, 일은 점점 커진다. 평구와 소속사 사람들은 주연이 벌여놓은 스캔들을 뒷수습하려고 애쓴다.

자신만을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해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주연의 결정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남편은 없어도 아이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골드미스들이 많은 시대가 아닌가. 게다가 주변 사람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것도 모른 채 살아온 톱스타라면 충분히 세상 물정을 모르고 내린 결정일 수 있다. 영화 초반부, 철없는 주연을 공들여 묘사하는 것도 아이를 갖겠다는 주연의 결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김혜수가 엉뚱함과 순수함 사이를 유려하게 오간 덕분에 주연에게 감정이입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주연이 자신이 벌여놓은 임신 스캔들을 겪으며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서사의 한축이라면, 주연의 소속사 사람들이 주연의 뒷수습을 하면서 유사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가족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또 다른 축이다. 그 점에서 영화는 대안가족의 미덕을 보여주려고 한다. 다만 주연과 임신 스캔들 때문에 엮인 여중생 단지(김현수)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이 갈등으로 발전해 봉합되는 과정이 전형적으로 전개돼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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