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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남긴 위대한 이야기 <히치콕 트뤼포>
김보연 2016-08-24

<히치콕 트뤼포>

프랑스의 ‘신인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할리우드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편지를 쓴다. 히치콕은 흔쾌히 승낙하고 트뤼포는 미국으로 건너가 일주일간 이어질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날은 히치콕의 생일이기도 한 1962년 8월13일이었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의 대화는 <히치콕/트뤼포>라는 책으로 출간된다(한국 제목은 <히치콕과의 대화>). 이 책이 히치콕과 트뤼포의 팬은 물론 수많은 시네필과 영화감독들, 나아가 영화비평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약 5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영화평론가이자 뉴욕영화제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해온 켄트 존스 감독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이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총감독이었던 세르주 투비아나와 함께 <히치콕/트뤼포>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히치콕과 트뤼포가 나눈 대화의 녹음 음성, 이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영화들의 영상, 이 영화를 위해 진행한 마틴 스코시즈, 데이비드 핀처, 구로사와 기요시 등 감독들의 인터뷰 영상이다. 켄트 존스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내레이션과 함께 다시 편집해 <히치콕/트뤼포>의 영상 버전인 동시에 책에 대한 오마주인 영화를 만들었다. 물론 <히치콕 트뤼포>의 많은 내용은 책에 기반을 두지만 두 사람의 생생한 육성과 함께 해당 작품의 영상을 감상하는건 기대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오명>의 ‘우유 속 전구’ 장면이나 <현기증>의 제임스 스튜어트와 킴 노박의 키스 장면을 히치콕, 트뤼포의 해설과 함께 관람한다고 상상해보자.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책에 수록될 수 없었던 부분, 즉 히치콕이 조심스레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하는 부분까지 직접 들을 수 있다. 영화 <히치콕 트뤼포>만이 선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순간인 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상영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또한 더 많은 동시대 감독들의 히치콕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절로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치콕 트뤼포>는 히치콕과 그의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해주는 다큐멘터리이자 한권의 책을 매개로 현재와 과거의 만남을 시도하는 인상적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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