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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기록되지 못한 고산자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 <고산자, 대동여지도>
정지혜 2016-09-07

<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은 스무 번째 연출작으로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를 영화화했다. 생몰조차 명확히 기록되지 않은, 오직 지도로서 그 족적이 전해지는 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가 주인공이다. 김정호는 어린 시절 잘못 그려진 지도로 길을 잃고 결국 죽음에 이른 아버지를 보며 지도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음을 뼈아프게 느낀다. 전국을 돌며 지도를 그리는 김정호에게 지도는 사람을 살리는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도를 목판으로 인쇄해 평민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보급하는 것도 그의 제1 철학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에게 새로운 시도다. 첫 번째 사극 연출작이며 그 어느 때보다 영상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강우석 감독식 유머는 김정호 역의 차승원과 판각쟁이 바우 역할인 김인권 콤비의 호흡에 새겨져 있다. 특히 차승원은 특유의 희극성을 과하지 않게 쓰면서 묵직한 드라마를 지탱해냈다. 하지만 서사는 평이하게만 흐른다. 기술자, 선각자로서의 개인 김정호의 업적에 주목하다 보니 19세기 조선에서 지도 제작이 갖는 복합적인 지형도를 찾아보긴 힘들다. 흥선대원군(유준상)과 권세가들이 국가 통치와 이권 다툼으로 지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은 김정호의 지도 사랑에 계속해 걸림돌로 기능할 뿐이다. 이 지점의 드라마를 좀더 쌓는 게 애초 영화의 지향은 아니라 해도 인물과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 지도 사수라는 김정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는 결정적 순간도 ‘지도 장인 김정호’와 ‘아버지 김정호’의 갈등으로 풀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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