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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물에 걸린 고기가 될 수 있다 <그물>
이주현 2016-10-05

<그물>

7살 된 딸과 아내를 둔 북한의 어부 철우(류승범)는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배가 고장나는 바람에 남으로 떠내려오게 된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탈북자 신세가 된 그는 곧장 남한의 국가 조사기관으로 넘겨진다. 국정원 조사관(김영민)은 철우를 “잠재적 간첩”으로 간주해 거칠게 조사하고, 철우의 감시와 경호를 맡은 국정원 신입직원 오진우(이원근)는 거짓 자백을 강요하며 철우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윗선에 반발한다. “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 “본 것이 없어야 돌아가서 말할 것도 없다”며 조사실 밖에서 철저히 눈을 감아버리는 철우에게 국정원은 귀순을 설득하기로 하고, 뭐라도 봐야 마음이 바뀌지 않겠냐면서 그를 명동 한복판에 떨어뜨려놓고 감시한다. 우여곡절 끝에 철우는 북으로 송환되지만 북한의 보위부는 철우가 남에서 지령을 받고 돌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영화들,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2011)와 이주형 감독의 <붉은가족>(2013)에서 분단이라는 소재를 다룬 바 있다.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은 <그물>에선 이데올로기보다 가족이 중요한 평범한 가장 철우를 통해 국가주의의 맹점을 이야기한다. 남한의 국정원과 북한의 보위부에서 철우가 혹독하게 사상을 의심받는 장면은 데칼코마니처럼 제시된다. 이같은 남과 북의 거울상은, 힘없는 개인은 어떤 체제에서건 이념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누구나 그물에 걸린 고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신체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속박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와 상황의 비약을 감수하고서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김기덕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철우의 아내나 철우가 남한에서 만나는 술집여자의 경우처럼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물>에는 영화적 불친절함을 상쇄하는 응축된 힘이 있다.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추상적 개념을 단순하고 과감하게 구체화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김기덕 감독과 류승범의 만남이 빚어낸 시너지도 기대만큼 좋다. 김기덕 감독이 모처럼 만든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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