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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김원명 작가

운명이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김원명 작가가 책 <우리는 힘이 세다>를 쓰고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시나리오작가로 참여한 건, 다소 거창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포장마차 장면에서 이야기만 잠깐 하는 걸로 연락을 받았다. 내 책 중 ‘노무현과 바나나’ 챕터를 읽은 PD와 감독이 작가를 해줄 수 있냐고 제안했는데 결국엔 내레이션과 인터뷰어까지 맡게 됐다.” 김원명 작가와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준하 선생과 더불어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김희로 시인의 둘째아들인 김원명 작가에게 노무현은 대통령이 아니라 어린 시절 바나나를 사들고 집에 찾아온 아저씨였다. 부산민주시민협의회 활동으로 아버지가 구속된 후 함께 감옥에 있지 못한다는 사실에 연신 미안함을 토로하던 노무현 아저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의 안타까움은 개인적인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란 말처럼 그분에게 가해진 사회적 폭력에 분노했다. 생각이 바뀐 건 이번 영화를 통해서다. 내가 아저씨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노할 때, 아버지는 역사 발전의 한 단계와 계기로 그분의 투쟁과 저항과 삶을 보셨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바보 노무현이 실현했던 가치에 집중한다. 노무현을 일방적으로 찬양하지 않고 결국은 낙선했던 2000년 부산 북강서을 국회의원선거를 이야기의 중심에 가져다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노무현이 추구했던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택하고 싶었다.” 앞으로 영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인지 묻자 “이 영화가 나의 데뷔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웃어넘겼다. 제의도 받았고 관심이 가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을 영화로 풀어낼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 말을 아꼈다. 그는 유난히 책임과 자격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분들 말고도 정치를 하고자 하는 분들, 관료들이 이 영화를 꼭 보길 간절히 바란다. 개인적인 성공에의 욕망이 그저 개인에게서 그치면 오늘날 같은 비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김원명 작가는 마지막으로 현재의 시국이 권력자들의 위기일 뿐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도리어 9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희망이 이제 겨우 보이는, 민중이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밝아오고 있음을 느낀다고 역설했다. 물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앞으로 많은 토론과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노무현이 남기고 간 힘 있는 말들을 지금 다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제가 하겠습니다!

“작가도 아니었던 내가 에세이 <우리는 힘이 세다>를 쓴 건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도, 노무현 대통령도 개인적인 희생 위에서 시민운동에 힘쓰셨다. 어린 시절에는 그게 싫어서 언젠가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관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깨지고 다친 노무현 대통령이 선뜻 나서 다시 또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힘이 세다>도,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filmography

출연, 기획, 각본 2016 <무현,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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