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스페셜] 정의당 국정조사단장이자 국방위 소속 군사안보전문가 김종대 국회의원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7-01-02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방위원회에 소속된 군사안보전문가다. 자신을 “번역가”라고 했다. 오랫동안 국회, 청와대, 총리실에서 청와대와 군 그리고 시민 사이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아왔으니 적절한 비유다. 지금도 의정 활동을 하고, <한겨레> 토요판에 칼럼 ‘김종대의 군사’를 연재하고 있으며, 여러 권의 책을 내고, 방송 활동을 통해 어렵고 전문적인 국방, 안보 관련 정보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국민의 요구를 군사 전략 용어로 바꿔 군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 김 의원은 김종대의 군사 ‘군에 드리운 최순실 그림자’에서 최윤희 전 합참의장의 아내인 김아무개씨의 <연평해전> 제작비를 모금한 해군 바자회를 폭로하면서 김아무개씨가 이 영화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짤막하게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정의당 국정조사단장으로서 모태펀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가 극장에서 내린 지 한참 지난 <연평해전>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분야인 국방이 아닌 모태펀드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지금껏 <연평해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영화산업과 군수산업은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영화산업은 군수산업에 있어 판매 마케팅의 대표적이고 가장 매력적인 수단이다. 가령 미국에서 신무기를 개발하면 할리우드영화에 첫선을 보인다. 신형 지상 기동 장비, 헬리콥터 같은 미국이 자랑하고 싶은 핵심 무기들은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전세계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확산되고, 미국의 위신을 세워주는 중요한 액세서리로 이용된다. 미국의 많은 군수회사들이 왜 문화사업에 투자할까. 이것은 거대한 군산복합체라는 메커니즘 안에서 이해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할리우드를 흉내내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연평해전>은 과거의 국가안보영화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영화를 통해 해군은 자신의 위신과 위용을 드러내고 ‘해군은 절대 선하다’ 같은 영웅적인 면모까지 과시한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는 잘못까지 저질렀다. <연평해전>이 묘사한 전투는 2002년 6월29일 벌어진 제2연평해전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더불어 우리 군이 가장 큰 규모로 패전한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연평해전의 진실은 당시 정권의 이데올로기나 정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고, 해군의 작전 실패로 벌어진 비극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해군은 작전상의 오류가 전혀 없었던 집단이고, 정권을 잘못 만나 큰 피해를 당하고 아픔을 겪었다’고 말한다. 또 진실을 왜곡해 그걸 바탕으로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 <연평해전>은 허위와 기만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름다움과 진실은 다르다. 진심으로 우려하는 건 미추에 대한 판단마저 권력화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해군이 <연평해전>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기대했던 건 무엇일까.

=이 영화는 상급기관이 하달한, 잘못된 교전 수칙 때문에 우리 전투원들이 제때 작전을 이행하지 못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우리 해군들이 당한 건 2함대 사령부의 사령관과 작전참모부장, 둘의 작전 실패 탓이다. 둘은 이같은 진실에 대해 단 한번도 입을 열거나 자신의 행적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다. 그 결과 유족들은 DJ 정부의 잘못된 햇볕정책과 교전 수칙 때문에 당했다고 오해했다. ‘북의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음에도 이것이 (상급기관에) 전달이 안 됐거나 무시당해서 우리 장병들이 무방비상태에서 희생됐다’는 게 지난 10년 동안 보수정권이 선동해온 내용이다. 유족들은 국방부 책임자들을 상대로 재판까지 갔으나 (상급기관이) 도발 징후 보고를 묵살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는 판결을 받았다. 야당을 포함한 누구도 이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역사적 진실은 땅에 묻혔고, 선동이 미학으로 포장돼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다. 그게 <연평해전>을 포함한 전쟁영화들의 진실이다. 흥행에 성공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더이상 진실을 찾지 않는 것은 심각한 폐해다. 당시 교전에 참여했던 전투원들은 <연평해전>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는 특정인을 영웅화하기 위해 교전의 진실과 거리가 먼 내용을 많이 담고 있고, 그날의 트라우마를 미화하는 장면들은 트라우마를 더욱 키울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날의 진실은 군이 정권을 잘못 만난 게 아니다. 정권이 군을 잘못 만난 것이다. 거짓말하는 군대를 만난 것이다. 군이 스스로를 무오류의 전지전능한 집단으로 묘사되길 원하고, 하나의 신화화된, 거짓된 스토리에 기대어 대중에게 전파될 때 군은 전쟁보다 영화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점에서 <연평해전>은 본격적인 군의 고급 마케팅의 시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작전 실패라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신화로 포장해냈다는 점에서 군은 비논리적인 조직인 것 같다.

=그 영화를 ‘악마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절반의 진실을 얘기하면서 핵심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군이 무언가를 주도해 대중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굉장히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유독 박근혜 정권에서 국방부가 지원한 영화(및 방송물)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구분이 너무나 명확하다. <인천상륙작전>(2016), <연평해전> 같은 국가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영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반면, <일급기밀>(감독 홍기선) 같은 군 내부 비리나 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에 대해서는 지원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권이든 군은 자신이 외부에 어떻게 비쳐지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왔다. 정권 논리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 유독 박근혜 정권이 문화와 체육, 특히 영화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특이했다. 이미경 CJ 전 부회장을 탄압하고, 마침 그 시기에 <연평해전>에 투자가 이뤄지고,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 드러나 있듯이 문화계 좌파를 분쇄하려고 한 것을 보면 이 정권은 문화예술을 이데올로기로 바라봤다. 그게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 개념이다. 물리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을 때 그 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사상과 문화를 장악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정권은 정치권력만으로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지 못해 그 공백을 문화예술 장악으로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의 눈으로 봤을 때 좌파영화들의 연이은 성공은 눈엣가시였고, 그걸 안을 만한 관용과 포용력이 이 정권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기사에는 자세한 내용이 실리진 않지만,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모태펀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내가 현재 정의당 국정조사단장이다. 내 분야인 국방뿐만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왜 쇼킹한가. 아무런 매개 과정 없이 공갈과 협박이 작용한 국정농단이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지, 금액 자체는 역대 보수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어떤 매개 과정을 거치면 농단 규모가 열배, 스무배 더 커져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거나 농단 소리를 듣지 않는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강바닥에 21조원을 쏟아붓고, 자원외교로 수십조원을 낭비했다는 사실에 비하면 이번 농단은 국기를 뒤흔든 사건치고는 액수가 적은 편이다. 정말 처벌받아야 할 금액으로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열두번 감옥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왜 안갔나. 매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을 거치면 수십조원을 말아먹어도 합법화된다는 거다. 그 점에서 모태펀드는 정권의 기업 줄 세우기, 돈을 매개로 한 서열 매기기로 보여질 만한 합법적 제도라 할 수 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용하는 문화계정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계정을 통해 또 다른 애국주의를 전파하는 합법적인 매개물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본 거다.

-모태펀드의 어떤 면이 정부기금으로서 취약하다고 생각하나.

=누가 2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기업이 선정되고, 자금이 운용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다. 기업들이 정권에 정식으로 뇌물을 갖다바치지는 못하지만 ‘문화융성’, ‘창조’, ‘혁신’ 같은 글자가 들어간 펀드에 투자실적이 있는가로 정권에 협력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모태펀드가 창투사의 중요한 실적이 되다보니 마구잡이 투자가 이뤄진다. 그래서 투자 대상과 투자기준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투자심사위원이나 자문위원 등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세금이 투입된 펀드임에도 투자내용이 영업 비밀로 가려져 있다. 투자가 국가 경제 성장과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나 결과치가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자조합 자문위원회 민간출자자의 명단을 12월2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편집자). 모태펀드가 정권이 인심을 쓰고 있는 쌈짓돈인지, 아니면 세계 속의 기업을 길러내는 성장의 촉매제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는 괴물 덩어리가 되었다. 모태펀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벤처투자기업과 창투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중 하나가 “언론이 모태펀드를 부정적으로 다루면 모태펀드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였는데.

=월가 금융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경제를 살리는 핵심은 투명성이다. 어떤 회사가 어디에 투자했다는 건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비자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권리다. 그런데 국민들이 낸 세금이 투입된 펀드에서 투자자와 그 결과에 대해 ‘묻지마’식으로 운영하는 건 반자본주의이자 반시장주의라 할 만하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들어간 기금이라는 점에서 모태펀드는 마땅히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투명성이 미흡하다는 건 우리 사회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편집자)로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시한폭탄이고, 무조건 가리고 보자는 행태는 그만큼 의심스러울 수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큰 상황인데, 2017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2017년에는 주권의 위기가 온다.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주권은 없다. 이런 판단을 미국, 이제는 일본에까지 맡기는 상황에서 지금은 불안의 시대를 겪고 있고, 2017년에는 위기의 시대를 겪게 될 것이다. 위기의 시대를 잘못 관리하면 재앙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 안보전문가로서 이런 악순환의 체인을 미리 걱정하고, 악순환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루빨리 군을 개혁해야 하고, 국방을 민주화해야 하며, 안보를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군인들에게만 안보를 맡기면 군인의 집단의식과 직업적 편견 때문에 편향된 국방정책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고, 안보 세력이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지금 제거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모태펀드를 공론화할 계획도 있나.

=정의당의 문화예술위원회 및 언론전문가에게도 공유하고, 확산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사례를 시정하는 의미로 당론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야당에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많으니 당을 초월한 정책간담회 같은 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환영한다. 의원실로 꼭 연락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