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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단단히 채운 자신감으로 - <용순> 이수경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17-06-02

어느 여름, 체육 선생님을 뜨겁게 짝사랑했던 육상부 소녀. <용순>은 이런 줄거리를 가진 청춘영화에 기대할 법한 거의 모든 요소를 흥미롭게 배반한다. 무구한 얼굴 대신 뾰로통하고 불퉁한 표정으로 첫사랑을 경험하고 때로는 심한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는 용순은 스크린에서 좀처럼 본 적 없는 아이지만 잊고 있던 사춘기 시절의 민낯을 떠올리게 한다. 마약 중독으로 스스로 삶을 무너뜨리는 <차이나타운>의 쏭, 이별을 선고한 노을(최성원)을 협박하며 울리던 <응답하라 1988>의 문제아 학생 수경을 지나 이 심상찮은 소녀를 연기한 배우 이수경을 만났다.

-선배 배우가 많았던 <차이나타운>과 달리 타이틀롤을 맡은 <용순>을 촬영할 땐 마음가짐이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그땐 큰 상업영화가 처음이라 너무 얼떨떨해서 자신감이 없었다. 눈치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눈치를 많이 봤다. <호구의 사랑>을 찍을 때부터 좀 달라졌다. <용순>은 총 28회차 중 27회차를 연기할 만큼 비중이 크지만, 그만큼 부담이 느껴지면 역으로 자신감을 세뇌하는 스타일이다.

-용순은 아빠와 재혼한 몽골 출신 엄마에게 폭언을 쏟아내고, 체육 선생님(박근록)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이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충 어떻게 흘러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 비껴가는 영화’라 느꼈지만 캐릭터가 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어려서 어색하고 서툰 거라고 봤다. 그래서 귀엽고 애착이 가고, 과거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더라. 어렸을 땐 지금보다 더 무모했다. 당시엔 ‘왜 미성년자라고 이런 게 안 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용순 캐릭터가 이해가 가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보는데, 선생님과는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없었지만 부모님과는 많이 싸우고 화해도 해봐서 이해가 쉬웠다.

-지난해 6월 초부터 7월 초까지 촬영했다고. 더운 날씨에 뛰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더위를 안 탄다. (웃음) 오히려 비를 맞거나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고 밤 촬영이 많아서 추웠던 기억이 많이 난다. 유일하게 잘하는 운동이 뜀틀과 달리기라 뛰는 장면도 힘들지 않았다. 운동을 못하는 편인데 오래달리기는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다. 하지만 육상부 언니들과 뛰는 장면을 찍을 땐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용순이 나름 에이스니까 격차가 좀 벌어져야 하는데, 뒤에서 언니들이 너무 바짝 따라오는 거다. 내가 격차를 좀 벌리려고 하면 따라오고 벌리면 또 따라오고. 하지만 땀을 흘리면 빨리 친해진다고, 이 언니들과도 금세 가까워졌다.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용순의 미래도 상상해봤나.

=아마 전학을 갔겠지만 친구들과 연락은 계속 했을 거다. 체대에 진학하지 않고 생뚱맞은 길로 나갔을 것 같다. 쉽게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체육 선생님은 바로 잊었겠지만.

-용순처럼 학창 시절 무언가를 위해 애써본 적이 있다면.

=진짜 부끄러운 대답인데(웃음), 원래는 호기심도 승부욕도 없었다. 이런 나에게 부모님은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며 공부, 피아노, 첼로, 플루트, 기타 등을 다 시키셨다. 그중에 연기도 있었다. 처음 연기학원에 갔을 땐 대사도 못 읽어서 1시간 동안 그냥 서 있기만 했다. 선생님이 내가 연기를 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이 밥도 못 먹으러 가게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한번 질렀는데, 그때 너무 시원해지더라. 그 후 없던 승부욕이 생겼다. 첫 단편 <여름방학>은 당시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 감독님과 친구라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됐다.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가 커서 안 뽑힐까봐 “나는 키도 줄일 수 있다”고 이상한 말까지 하며 달려들었다.

-연기하는 것 외에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딱히 어울리는 무리는 없는 아이. 중학생 때는 같이 밥 먹고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서 혼자 다녔는데 그게 편했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싶다는 마음이 크고 친구들을 만나도 그냥 가만히 핸드폰만 만지는 성격인데, 영화보는 것만은 좋아했다. 목표를 정해서 방학 때만 100편씩 보고 그랬다. 당시엔 영화를 많이 보는 게 나름의 자부심 같은 거였다.

-<특별시민>에 이어 정지우 감독 <침묵>(가제)에서도 최민식의 딸을 연기한다.

=최민식 선배님의 딸을 연달아 연기하다 보니 진짜로 딸이 된 것 같더라. 선배님 이름에 먹칠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독하게 연기했다. <침묵>은 원작인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에 비해 보다 캐릭터에 변화가 많을 거다.

영화 2017 <용순> 2016 단편 <윤리거리규칙> 2016 단편 <티치 미> 2016 <특별시민> 2016 <굿바이 싱글> 2014 <차이나타운> 2013 단편 <설렘주의보> 2013 <방황하는 칼날> 2012 단편 <여름방학> TV드라마 2016 <나청렴 의원 납치 사건> 2015 <드라마 스페셜 - 알젠타를 찾아서> 2015 <호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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