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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각본상 받은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무언가와 비교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주현 2017-06-05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또 한번 트로피를 챙겼다. 2년 전 <더 랍스터>(2015)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란티모스 감독은 올해 린 램지 감독과 공동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는 란티모스 감독의 극단적 상상력이 장르적으로 발현된 작품이다. 아버지를 잃은 16살 소년(배리 코건)이 유능한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의 가족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후반부에 이르면 저주와 심판을 테마로 한 호러영화의 양상을 띤다. 인터뷰에 참석한 각국 기자들은 그리스인 감독에게 그리스 비극과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물었지만 란티모스 감독은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하나의 독창적인 이야기로 이 작품을 봐줄 것을 강조했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나.

=<더 랍스터>에 이어 이번에도 에프티미스 필리푸 작가와 같이 각본 작업을 했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들을 생각한 뒤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이번 영화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있고, 그 소년에게 책임이 있는 의사가 있고, 그의 가족이 책임의 희생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소년이 스티븐의 가족에게 내리는 저주가 그 리스 비극의 저주를 연상시킨다. 에우리피데스나 소포클레스의 비극 같은. 그리스인으로서 학교에서 어릴때부터 비극을 자주 접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내 작품들을 그리스 비극과 자주 비교하지만 거기서 직접적으로 영감받은 건 없다. 여러 연상의 결과일 뿐이다. 학교의 교육은 아주 기본적인 것만 이루어진다. 게다가 어릴 땐 그리스 비극이 지루하게 느껴져 별 관심도 없었다. 나이가 좀더 들어서야 고전 텍스트들을 다시 읽었다. 그리스인이라고 모두 그리스 비극에 친숙한 건 아니다. (웃음)

-영화의 스타일 면에선 스탠리 큐브릭의 영향도 받은 듯 보인다.

=큐브릭의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100번은 본 것 같다. 그러니 스탠리 큐브릭의 요소가 내 영화에서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았건, 그 무엇과도 다른 독특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좋아했던 것, 영향을 받았던 것들이 내 의식 안에서 섞여 새로운 무언가로 표현되길 바란다. 작품을 시작할 때 ‘그래, 이 영화는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무언가와 비교되지 않도록, 레퍼런스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의 영화에선 가족의 관계가 늘 불안했던 것 같다.

=가족의 관계보다는 다른 주제들이 더 중요했으니까.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집중하려 한 건 복수라든지 정의의 문제였다. 무엇이 옳은지 틀린지, 그 정의에 대한 판결은 누가 할 수 있는지, 거대한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런 이슈에 집중해 상황을 극단으로 밀어붙였고, 극단적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본능을 보고 싶었다.

-수술 중인 심장, 팔딱거리는 심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오프닝숏은 어떻게 찍은 건가.

=실제 심장 수술 장면이다.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병원에서 찍은 영상을 사용했다. 영화 속 장면들이 진짜처럼 보였으면 싶었다.

-미국에서 촬영 제안을 받았나.

=각본을 쓰고 보니 좀 미국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 일어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어디가 최고의 장소일까 고민했을 때 미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미국 중 서부 어딘가가 좋을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여러 현실적 요소들을 고려해 대형 메디컬 센터가 있는 오하이오주에서 촬영을 하게 됐다.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 등 몇몇 도시에서 찍었다.

-유럽 감독들이 미국에 진출해 영화를 만들곤 한다. 당신 역시 상당 부분 미국의 자본과 배우가 투입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며 그런 작업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기존에 함께했던 프로듀서, 스탭들과 여전히 함께 작업하고 있다. 기존에 영화를 만들던 방식대로 우리가 영화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진 않는다. 조금씩 영화의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우리의 창작방식을 유지하고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제작비가 그렇게 큰 영화들이 아니니까. 기본적으로는 내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미국)사람들과 함께한다. 나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이른바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건 다르다고 들었다.

-음악의 사용이 이전과는 다른데. 동시대의 실험적인 클래식 음악과 바흐, 슈베르트의 음악이 공존한다.

=전에는 어떤 종류의 음악을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최근에서야 사운드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음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음악을 찾고 또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영화 속 맥락을 설명해주면서도 각 장면의 느낌을 관통하는 음악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 가졌던 음악에 대한 생각 중 하나는 러시아의 현대음악들을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거였다. 편집 과정에서 이 영화의 톤과 사운드를 발견했고, 기존의 클래식 음악들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다음 프로젝트는 에마 스톤, 레이첼 바이스 주연의 <더 페이버리트>로 알려졌는데.

=현재 촬영을 거의 끝낸 상태다.

-다음 영화도 매우 심각한 영화인가. 아니면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나.

=코미디를, 내가? (웃음)

-앞서 편집할 때 영화의 톤을 잡았다고 했다.

=음악은 흥미로운 요소인 것 같다. 엔딩의 바흐 음악이 유머로 작동하니 말이다. 나는 이 영화가 흔한 것 중 하나가 되지 않길 바랐다. 또 코미디적인 면을 강요하거나 비극적인 면을 강요하는 게 내 목표는 아니다. 내 목표는 어디서도 본 적 없고 느껴본 적 없는 분위기와 공기를 창조하는 거다.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음악의 사용에 있어서도 작심하고 심각하게 사용한 음악들이 예상치 못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배경과 취향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에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블랙코미디를 구사하려 했나.

=그건 블랙코미디일 수도 있고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웃길 바랐나.

=뭐, 흥~ 하고 코웃음 치는 것도 웃음일 수 있으니.

-당신의 잠재의식은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게 마지막 질문이라고? (웃음) 나는 너무 많은 걸 분석하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상황에 반응하는 편이다. 내가 함께하고자 한 배우들에 대해서, 내가 영화를 위해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 관찰하고 반응한다. 그게 감독으로서 내가 하는 주요 역할이다. 나의 본능과 직감을 믿고 상황에 반응한다. 만약 잠재의식이 있다면, 내가 좀더 선호하는 것들이 무의식중에 결과에 반영되는 게 아닐까. 그런 선택과 결과가 모여 한편의 영화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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