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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인도 여성의 변화를 담은 <부르카 속의 립스틱> 검열 논란 후 자국 내 첫선

부르카를 걷어야 누구인지 알 수 있다

8월, 인도에서는 규모가 큰 영화들이 차례로 선을 보인다. 샤룩 칸, 아누쉬카 샤르마 주연의 로맨스영화 <해리가 세잘을 만났을 때>, 화장실을 소재로 한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토일렛>, 인도의 독립과 분할의 역사를 다룬 시대극 <파티션: 1947>이 그들이다. 하지만 인도영화의 흥행 공식을 뛰어넘어 주목할 작품이 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선보인 <부르카 속의 립스틱>이다. 이 작품은 올해 1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가 마침내 자국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영화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쓴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싶은 가수 지망생 대학생, 좁은 동네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야반도주하고 싶은 미용사, 세 자녀를 둔 아내에서 스스로 직장인으로 나선 전업주부, 억눌린 성욕을 발산하는 50대 미망인까지 4인4색의 여성을 통해 문화적 관습과 틀에 얽매여온 여성들이 스스로 바라는 바에 따라 저항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피소드에 덧붙인 위트와 해학은 보수적인 사회에서 이 영화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쓴 부르카나 다름없다. 제목에 언급된 ‘부르카’는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지만 다수교인 힌두교의 의상이 아니란 점에선 절묘하다.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항상 힌두교가 아닌 타 종교로 설정하는 것은 인도영화에서 흔한 방식. 혹여 있을지 모를 다수의 불만을 피해가는 요령이다.

영화검열국(Central Board of Film Certification, CBFC)은 <부르카 속의 립스틱>이 다루는 내용을 여성의 판타지로 치부했지만, 인도 여성들이 교감할 내용이 많다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다. 그렇게 영화는 서서히 변화해 가고 있는 인도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가장 분명한 문화 콘텐츠다. <부르카 속의 립스틱>은 그 변화의 풍경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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