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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스탠 바이 미>, 스티븐 킹과 리버 피닉스의 추억
주성철 2017-08-25

이번호 특집은 9월 7일 개봉하는 <그것>에 맞춰, 영화가 사랑한 작가 스티븐 킹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은 작품으로 김성훈 기자가 그를 만나 자세한 현장 이야기도 들어봤다. 특집에서 영화평론가 듀나가 ‘왜 스티븐 킹의 소설은 자주 영화화되는가’를 썼고, 송경원 기자가 정말 어렵게 8편만 골라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영화 연대기’도 썼다. <캐리> <샤이닝> <미져리> 등 수많은 원작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굳이 단 한편의 영화만 고르라면 단연 원작 <The Body>(시체)를 영화화한 1986년작 <스탠 바이 미>다. 미국의 ‘생얼’을 가장 잘 담아내는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이라면, 여기에는 그 작가 세계의 바탕을 이루게 되는, 어려서부터 작가의 꿈을 꿨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짙게 녹아 있다. 특집에서 임수연 기자가 그에 관한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아 쓴 트리비아를 보면, 스티븐 킹은 당시까지 자신의 영화화된 작품 중 가장 원작에 가까운 각색이었다며 <스탠 바이 미> 첫 번째 편집본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특집에서 장영엽 기자가 쓴 <그것> 기사를 보면,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것>과 비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탠 바이 미>를 기억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 봐도 압권은 역시 주인공 고디(윌 휘튼)가 친구들에게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뚱보로 놀림받던 소년 호건이 파이 먹기 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이다. 우승보다 마을 사람들을 향한 복수가 목적인 소년은 미친 듯이 파이를 먹어대기 시작하고, 결국 폭포수처럼 음식물들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또한 비위가 상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구토하며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하거니와, 오직 죽은 형(존 쿠색)만 사랑했던 아버지의 무관심에 상처받아왔던 소년이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순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들려준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만족하고 끝났다고 생각할 즈음, 테디(코리 펠드먼)는 호건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 묻는다. 마을의 큰 행사를 완전히 망쳐놓은 일이었기에 이후 어떤 일이 생겼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번(제리 오코넬)도 마지막의 통쾌한 복수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어린 호건이 어떻게 대회 참가비를 마련한 건지 묻는다. 이야기 진행상의 디테일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처럼 미래의 고디 작가, 바꿔 말해 과거의 어린 작가 스티븐 킹의 시작은 그리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아픈 순간은 리버 피닉스가 등장하는 매 장면이다. 아마도 많은 팬들은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4월 1일 만우절만큼이나 리버 피닉스가 세상을 떠난 10월 31일, 그 10월의 마지막 밤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속 네 주인공 나이는 12살로 설정돼 있는데, 그들 중 실제 가장 나이가 많았던 그는 촬영 당시 16살이었다. 그래서 그는 소년들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라고 쓰고 보니 리버 피닉스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덩치 좋은 리버 피닉스’라는 말에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이란. 게다가 영화는 성인이 된 고디(리처드 드레퓌스)가 옛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고하며 시작하는데, 그 계기가 바로 리버 피닉스가 연기한 크리스가 식당에서 괴한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면서다. 말하자면 이제는 리버 피닉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스탠 바이 미>를 다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편,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좋은 대사는 “겨우 이틀 나갔다 왔는데 캐슬락 마을이 작게 느껴졌다”이다. 너무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며 살고 보니, 가끔은 밖에서 바라보는 그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긴 하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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