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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1987년 1월, 22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 중 사망한다
임수연 2017-12-27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은 각자의 움직임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1987>은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킨 현재의 승리가 제법 겹치는 역사를 그린다. 1987년 1월, 대통령 직선제를 위해 시위하던 22살 대학생 박종철(여진구)이 고문 중 사망한다. 사건을 덮기 위해 박 처장(김윤석)은 졸속으로 시신 화장 처리를 시도하지만 최 검사(하정우)는 검찰이 경찰에 휘둘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거부한다. 목적이 뻔히 보이는 정부의 보도지침을 따르기 원치 않는 윤 기자(이희준)는 ‘물고문 중 질식사’라는 사망 원인을 단독 보도하고,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수감 중인 해직 기자(김의성)의 비밀 서신을 전달한다. 민주화운동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하던 연희(김태리)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진상 규명 시위 현장에 의도치 않게 휘말린다.

6월 민주항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 플롯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주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박 처장 외에는 일종의 계주처럼 중심인물이 바뀐다. 그렇게 누군가는 자존심 때문에, 누군가는 직업적 소명 때문에, 누군가는 부조리함에 대한 순수한 분노에서 움직인 결과 6월 민주항쟁이라는 큰 자장이 완성되는 순간의 울림이 상당하다.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겪는 참상, 고문을 당하거나 최루탄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순간을 묘사할 때 잔혹함을 전시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신중함 역시 눈에 띈다.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를 만든 장준환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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