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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영화들
장영엽 2018-02-21

장르와 매체, 시대를 관통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방대한 취향과 관심사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주어진 레시피에 따르고 싶지 않다. 내 방식대로 요리하길 원한다”는 델 토로의 말대로, 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레퍼런스는 델 토로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가진다. 다음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주요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다.

<해양 괴물> (1954)

기예르모 델 토로에겐 어린 시절 강박적으로 그리던 세 가지 괴물이 있었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 (론 채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잭 아놀드가 연출한 이 1954년 영화에 등장하는 아가미 인간이다. <해양 괴물>은 아마존으로 탐사를 떠난 사람들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아가미 인간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호러영화다. 아가미 인간의 터전을 침범한 탐사대원들은 차례로 죽임을 당하지만, 어류학자인 데이비드의 약혼녀 케이만큼은 예외다. 아마존의 영험한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부터 아가미 인간이 인간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설정, 크리처의 외양까지 <셰이프 오브 워터>는 <해양 괴물>의 명백하고도 지대한 영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 (2007)

<셰이프 오브 워터>의 아가미 인간을 연기한 더그 존스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에서 크리처 전문 배우로 활약해왔다. <미믹>의 벌레 괴물과 <헬보이> 시리즈의 양서류 인간 에이브 사피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판과 <크림슨 피크>의 악령 등이 더그 존스가 연기한 캐릭터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아가미 인간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는 더그 존스에게 그 자신이 연기한 마블 캐릭터, 실버 서퍼를 염두에 둘 것을 권했다고 한다. 실버 서퍼의 가공할 만한 파워와 확신에 가득 찬 모습, 잠재된 섹시함이 <셰이프 오브 워터>의 아가미 인간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갓 앤 몬스터> (1998)

<셰이프 오브 워터>의 주인공 일라이자의 가장 좋은 친구는 옆집에 사는 게이 아티스트 자일스다. 그는 일라이자와 아가미 인간의 사랑을 돕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자일스 캐릭터를 구상하며 <갓 앤 몬스터>의 이언 매켈런을 떠올렸다. 빌 콘던이 연출을 맡은 <갓 앤 몬스터>는 은퇴한 공포영화계의 거장 감독 제임스 웨일(이언 매켈런)이 부랑자 출신의 정원사와 미묘한 우정을 쌓는다는 내용.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노인의 외로움과 성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의 감정을 이언 매켈런이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배우 리처드 젠킨스가 분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자일스와 비교하며 보면 흥미로울 영화다.

<룻 이야기> (1960)

일라이자의 보금자리는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위 다락방이다. 하루에 몇명이 채 들지 않는 이 낡은 오르페움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은 성경영화 <룻 이야기>와 팝가수 팻 분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영화 <마르디 그라스>(1958)다. 이중 <룻 이야기>는 아가미 인간이 처음으로 극장에서 보게 되는 영화다. 극이 보여주는 푸티지는 과부가 된 룻을 친정으로 보내려는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룻이 “당신이 가는 곳이면 저도 가고, 당신이 머무는 곳에 저도 머물겠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말로 소통하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마음을 영화 속 대사로 대신하는 로맨틱한 장면이다.

<헬로, 프리스코, 헬로> (1943)

일라이자와 자일스가 즐겨 보는 TV에서는 당대의 미국영화가 상영된다. 셜리 템플의 탭댄스가 인상적인 <리틀 콜로넬>이나 <코니 아일랜드> <미스터 에드> 등이 그 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1930년대 뮤지컬영화 스타 앨리스 페이가 주연을 맡은 <헬로, 프리스코, 헬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가장 로맨틱한 대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You’ll Never Know>를 앨리스 페이가 부르는 장면이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일라이자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에 의해 어떻게 변주되는지 주목할 것. 이 곡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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