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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부산에서 <할로윈>의 제이슨 블룸을 만나
주성철 2018-10-12

“마이클은 평소에 차를 많이 마셔요. (웃음)” <할로윈>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에 처음 등장했을 때가 1963년이었으니(그 시점에서는 어린아이), 이제 족히 환갑이 훌쩍 지났을 것이다. 시리즈마다 심하게 다친 것은 물론, 십발의 총을 맞거나 전신 화상을 입기도 했던 그가 아직도 죽지 않고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물었더니, <할로윈>을 새롭게 부활시킨 블룸하우스의 프로듀서 제이슨 블룸은 그처럼 농담을 건넸다. 물론 이어서 “과연 저게 말이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마이클의 질긴 생명력이 초현실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또한 <할로윈> 시리즈의 매력 아닐까”라는 진담도 함께.

<씨네21>은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데일리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이번호와 다음호에 걸쳐 그들을 소개할 예정인데, 일단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은 <할로윈>(10월 31일 개봉)의 제이슨 블룸과의 인터뷰는 개봉 일정에 맞춰 추후 실을 생각이라, 그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나마 덧붙이려 한다. 새로운 <할로윈>은 잠들어 있던 시리즈를 멋지게 깨운 작품이자, (제이슨 블룸이 말하길) 언제나 인종과 성별 등 정치사회적 함의를 품어왔던 블룸하우스의 장점이 멋지게 녹아든 영화다. 임수연 기자가 “왜 호러영화에서 여자는 가슴 노출하고 신음소리 내며 죽어야 하나, 여성 생존자의 트라우마는 어떡하냐, 찝찝해하던 관객이라면 더 환호하실 겁니다. 1978년의 주인공이 40년간 사격을 연습하고 딸과 손녀에게 세상의 공포와 싸우는 법을 가르쳐요”라고 SNS에 올려 무려 6천회나 리트윗되었다. 김현수 기자 또한 “블룸하우스의 최고작, 오리지널을 뛰어넘은 리메이크, 슬래셔영화 역사 계보에 맞서는 영화”라는 짧고 굵게 잘 정리한 감상평을 역시 SNS에 올려 총 2회 리트윗되었다.

제이미 리 커티스가 출연한 작품들을 포함해 다른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할로윈>이라는 이름을 단 작품은 무려 10편이 넘는다. 지금의 <할로윈>이 과거 1편 외에는 없다는 식으로 다른 시리즈들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시작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할로윈> 탄생 20주년을 맞아 제작됐던 <할로윈7: H20>(1998)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조셉 고든 래빗이 얼굴에 스케이트날이 박혀서 죽었고, 미셸 윌리엄스와 사귀는 조시 하트넷이 마이클을 피해 ‘로리’가 아닌 ‘케리’라는 이름으로 바꿔 살아가는 제이미 리 커티스의 아들로 나왔다. 그들의 리즈 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도끼를 들고 마이클을 향해 돌진하던 제이미 리 커티스의 박력이 어마어마했다. 못된 제임스 카메론이 <트루 라이즈>(1994)에서 심각한 상처를 안겨준 것과 달리 그보다 앞서 만들어진 캐스린 비글로의 <블루 스틸>(1990)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는 남근들의 전시장인 호러영화의 아수라장 속에서 진정 멋진 전사였다.

당시 그와 비교할 만한 배우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 정도일 것이며, 지금의 나이든 모습은 문득 <쓰리 빌보드>(2017)의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와도 겹쳐진다. 토니 커티스와 재닛 리의 딸은 그렇게 다시 멋지게 돌아왔다. 종종 할리우드영화들이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는, 마블의 슈퍼히어로영화들을 볼 때가 아니라 바로 <할로윈>처럼 장르성과 역사성이 빈틈없이 유려하게 조응하는 영화와 마주치게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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