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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액션’으로 게임 같은 효과 자랑한 영화들

12월26일 개봉한 <PMC: 더 벙커>(이하 <PMC>)는 현실감 있는 액션을 위해 POV(Point of View)샷, 시점샷 등 ‘1인칭 시점’을 적극 활용한 영화다. “어지럽다”는 평도 있지만 그 결과로 마치 FPS 게임(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듯한 독특한 장면을 보여줬다.

김병우 감독은 이를 위해 카메라를 직접 배우들의 몸에 설치, 그들의 시점을 카메라가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화면을 연출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배우와 함께 이 공간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PMC> 이전에도 1인칭 액션으로 게임 같은 효과를 자랑한 영화들은 간혹 있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심지어 국내에서도. <PMC>의 선배 격으로, 여기가 극장인지 PC방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1인칭 액션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촬영현장

<>

<둠>

그 첫 번째는 드웨인 존슨의 초창기 작품인 <>이다. <>은 아예 동명 FPS 게임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특수부대원들이 정체불명의 괴물들을 퇴치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사실 영화는 서사 면에서는 원작을 거의 따라가지 않았다. 괴물도 지옥에서 왔다는 게임과 달리 인간의 실험으로 탄생했다는 설정이다.

<>이 게임 원작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 것은 소품, 촬영, 장면 전환 등 세부적인 요소에서다. 그것이 가장 크게 드러난 부분이 후반부 등장하는 1인칭 액션 장면. 신나는 록 음악과 함께 1인칭 시점으로 여러 무기를 교체하며 괴물들을 상대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게임을 재현한 듯했다. 뒤돌면 갑자기 괴물이 갑자기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레지던트 이블>,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어쌔신 크리드> 등 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종종 있었지만, 장면 연출 자체를 게임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은 현재 리메이크 버전 영화도 준비 중이다. 다만 극장이 아닌 DVD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2019년 5월 공개 예정이다. 연출은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의 조감독이었던 토니 기글리오 감독이 맡았다.

<하드코어 헨리>

<하드코어 헨리>

1인칭 액션에 가장 충실했던 것은 이 영화가 아닐까. 2015년 개봉한 <하드코어 헨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가히 실험적인 영화다. 주인공 헨리(안드레이 디멘티에프)의 얼굴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심지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중심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보통의 영화와 달리 오로지 주변 사람들의 대사, 모습으로 상황이 전달되는 형식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기억이 지워진 채 사이보그로 재탄생한 헨리가 아내(헤일리 베넷)를 납치한 아칸(다닐라 코즐로프스키)에게 맞선다는 내용. 이렇듯 스토리를 최소화한 대신 <하드코어 헨리>는 액션을 극대화했다. 맨몸, 권총, 칼, 기관총 등 수많은 무기는 물론 차량 액션과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파쿠르 액션까지 등장한다. 1인칭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투박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무빙은 멀미가 날 정도. 모든 것이 오로지 1인칭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듯한 영화다. 주인공 헨리 역시 안드레이 디멘티에프 외 여러 스턴트 배우들이 특수장치를 이용해 카메라를 얼굴에 착용한 채 연기했다.

<하드코어 헨리> 촬영현장

<악녀>

<악녀>

국내 영화로는 정병길 감독의 <악녀>가 있다. 스턴트맨 출신으로 장편 데뷔작인 <우린 액션배우다>에서부터 액션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그는 <악녀>로도 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건물 탈출 시퀀스는 주인공 숙희(김옥빈)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된다. 이토록 장시간 동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됐던 것은 국내 영화에서는 처음 시도했던 일.

게다가 <악녀>의 1인칭 액션은 앞선 영화들에 비해 깔끔히 정돈된 느낌을 선사했다. <하드코어 헨리>는 헨리 한 명의 액션이 중심이 됐다면, <악녀>는 숙희와 엑스트라들의 합이 돋보였다. 장병길 감독은 “이 영화는 스턴트맨들의 피, 땀, 연대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악녀>는 1인칭 액션뿐 아니라 일반적인 3인칭 액션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카메라는 단순히 인물들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무빙으로 마치 함께 액션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했다. 오토바이, 버스에서 이루어지는 액션 장면은 배우들의 연기보다 “어떻게 저 장면을 찍었을까”가 궁금해질 정도. 몸을 사리지 않은 촬영과 연기로 탄생한 <악녀>는 2017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국내 개봉 후에도 액션만큼은 평단과 대중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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