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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제작기- 벙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김현수 2019-01-10

김병서 촬영감독, 김병한 미술감독, 노남석 무술감독, 조성환 콘티작가가 말하는 제작기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더 벙커>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2013)가 TV 방송국 상황실에 갇힌 앵커의 탈출기였다면 이번에는 벙커에 갇힌 용병의 탈출기다. 김병우 감독은 주인공의 서스펜스를 만들기 위해 상황에 따른 여러 제한을 설정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군사분계선 아래 위치한 남북한 비밀회담장, 그리고 복잡미묘한 국제정세 속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용병 에이햅(하정우)의 처지 등을 활용한다. 사실적인 총격 액션과 그것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의 박진감, 거기에 속도를 더하는 편집까지 영화를 이루는 연출의 모든 요소가 영화적 체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막상 영화를 볼 때는 제작진의 노력을 제대로 체감하며 즐기기 어려웠을 터. 그래서 준비했다. <PMC: 더 벙커>를 만들기 위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김병서 촬영감독, 김병한 미술감독, 노남석 무술감독, 조성환 콘티작가가 직접 밝힌 제작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매의 눈으로 배우를 찾아내다

글로벌 민간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팀원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불법체류자들로 이뤄져 있다. 김병우 감독은 팀원 개개인의 국적에 관해서도 상세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배우 캐스팅은 <괴물>(2006)에서 한국영화에 출연할 해외 배우 캐스팅을 진행한 적 있는 할리우드의 캐스팅 디렉터 존 잭슨이 맡았다. 이들은 한국에 거주 중인 배우를 제외하고 모두 촬영 몇주 전 내한해 액션 훈련을 받았다. 이들의 훈련은 노남석 무술감독이 맡았다.

사실적인 액션을 주문하다

<추격자>(2007), <황해>(2010),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 스턴트맨 시절부터 하정우와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 노남석 무술감독은 <PMC: 더 벙커>의 액션을 구상할 때 “한정적인 카메라워크와 앵글 안에서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실적인 사격 자세를 구현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참고했고, 특히 에이햅은 멋있게 손을 뻗어 권총을 쏘는 자세가 아니라 “권총을 가슴 가까이 쥐고 있다가 방향만 틀어서 바로 격발하는” 식의 실전에 가까운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다. “용병들이 살아남기 위해 실제로 취하는 자세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노 감독은 촬영을 거듭하면서 한국의 예비역들이 외국인에 비해 얼마나 총기를 익숙하게 다루는지도 절감했다고. 한편,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총기는 미래지향적 무기를 창조하기보다 현재 용병들이 실제 쓸 법한 총기 위주로 설정했다. 상대편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용병업체 퍼스트 서비스의 강화복이나 화기들이 조금은 미래지향적이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는 무인 기관총도 등장한다.

체험하는 액션을 설계하자

김병우 감독이 강조한 이 영화의 장르적 특징은 “체험할 수 있는 액션”이다. 그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교전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점 숏으로 이뤄진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주인공 에이햅의 시선이 닿을 수 없는 교전 상황은 에이햅의 시선을 확장한 드론 숏이나 다양한 카메라앵글로 표현해 현장감을 극대화할 생각이었다. 이러한 영화의 첫인상은 조성환 콘티작가가 함께 만들어갔다. 조 작가에 따르면 최초 기획 당시 컨셉은 기존의 영화문법을 파괴하면서 “엄격하게 드론의 시점을 유지시키”는 영화였다고. “에이햅이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그가 부재하는 공간에서는 드론의 일인칭 시점을 확고하게 고수했다.” 김병한 미술감독, 김병서 촬영감독이 합류해 다듬은 다음 완성된 콘티는 애초 설계대로 시점 숏만으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최대한 초기 컨셉을 유지하면서 대중적 합일점을 찾아갔다. <옥자>의 콘티 작업을 했던 조 작가는 “봉준호 감독 못지않게 김병우 감독 역시 머릿속에 앵글의 디테일이 이미 다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그려주기만 하면 됐다”라며 김병우 감독을 칭찬했다.

회담장에서의 기습 작전

에이햅과 대원들이 회담장을 기습해 킹을 납치하는 첫 액션 시퀀스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작전에 성공하는 대목이다. 회담장에서 벌어지는 액션 컨셉은 김병서 촬영감독에 따르면 “사냥꾼의 시점에서 사냥감의 공포로 치환”되는 액션이었다. 킹을 납치하려는 에이햅과 블랙리저드의 작전이 회담장 안에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한다. 이 장면의 액션 구성을 유심히 보면 에이햅이 회담장 안에서 뉴스를 보다가 불이 꺼질 때 적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카메라가 풀숏으로 빠진다. 김병서 촬영감독은 이때 유리 박스 안에만 불이 탁 켜지면서 덫에 걸린 듯한 에이햅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에이햅의 다음 행동에 영화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하정우 배우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킹은 어떻게 이동시켰나

회담장에서 에이햅과 마쿠스(케빈 듀랜드), 로건(스펜서 대니얼스)이 킹의 납치 작전을 펼친 이후 킹을 어떻게 스위트룸까지 이동시켰는지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는데 김병서 촬영감독에 따르면 이는 “에이햅과 블랙리저드 대원들이 패닉 상태인 점을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에이햅이 그 순간의 심리를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정보를 최소화한 것이다. 그가 스위트룸에 들어선 이후에도 한참 후에야 킹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데 이런 설정 또한 에이햅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게 하려는 연출 의도에 따른 것이다.

실용적인 벙커의 설계

김병우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진에게 동선을 설명하기 위해 레고 블록으로 벙커 내 동선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방사형의 땅굴 도면을 제작했고 분기점이 될 각 장소의 공간 디자인이 시작됐다. 영화의 설정상 북한이 남침을 위해 뚫어놓은 땅굴이란 상상 속 공간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남측과 북측의 통로 디자인이 달라야 했다. 제작진은 미로 혹은 우주선 공간 같은 구조를 상상하며 만들었다. 극중 대부분의 액션은 북측 통로에서 이뤄지며 남측 통로는 북측에 비해 단선적인 것이 특징이다. 영화에 스치듯 잠깐 나오는 남측 통로의 분위기를 눈여겨본 관객이라면 조도에 따른 색감의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시대 배경은 현재와 동떨어진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테크놀로지와 건축 디자인을 따랐다. 김병한 미술감독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북한의 전형성을 누르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었다”고 전한다. 세트 제작을 위한 도면은 계속 수정하면서 완성해 갔지만 영화를 위한 설정상의 도면은 1년 넘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는 후문. 관객에게 공간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 회담장_ 회담장은 철저히 회담의 기능에 충실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회담 테이블을 배치한 유리 박스 외부는 벙커치고는 천장이 꽤 높아 기둥이 필요했다. 이 기둥은 총격전이 벌어질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은폐물로 활용되기도 한다.

남북측 각각의 통로

김병한 미술감독은 북측의 시설이 구획별로 제작한 시대가 달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1970년대와 1990년대에 만들어진 구획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가 드러나도록 작업했다. 다만 다른 작품에서 일반적으로 묘사하는 북한보다는 관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능한 정도에서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어진 영국의 벙커를 많이 참고했다고. 김병서 촬영감독은 미술팀의 디자인에 맞춰 전력 상태나 배선 시설의 차이를 미묘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남측 통로는 화이트 톤에 가깝게, 북측 통로는 그린이나 블루 계열의 톤으로” 묘사했다.

● 의무실_ 극중 도망치던 윤지의(이선균)가 블랙리저드측에 붙잡히는 장소인 의무실은 평소 심장병을 앓던 킹을 위한 의무실로 디자인했다. 북한의 건축디자인을 상상하면서 동유럽의 건축물을 참고해 만들었다.

몸을 뒤집을 때도 감정선을 고려하라

남한측의 주요 공간인 스위트룸은 일반 호텔의 고급스러운 내부 디자인을 따랐다. 스위트룸 내에서도 파우더룸이 특히 중요했는데 이곳은 에이햅이 북측 통로에 갇힌 대원들을 모니터로 지휘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백악관 상황과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 한편, 설상가상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킹을 응급처치해야 하는 복잡하고 난감한 상황을 겪는 공간이다. 노남석 무술감독은 이곳에서 에이햅의 모든 행동이 감정선을 드러내도록 액션을 디자인했다. “다리를 못 쓰는 와중에 방향을 전환하려고 벌러덩 뒤로 누워서 등으로 기어가 총을 쏘거나 신속하게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 모두 감정이 중요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는 에이햅의 처절한 움직임이 보는 이를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 메밀과 흑미로 만든 폐허_ 극중 스위트룸은 폭격을 맞아 무너지는데 미술팀의 활약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병한 미술감독은 실제 콘크리트와 유사한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해 콘크리트를 만들어냈다. 스탭과 배우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메밀가루와 흑미가루, 콩가루 등을 섞는 등 다양한 재료를 배합해 폐허가 된 스위트룸 내 콘크리트와 먼지를 제작했다. 입자가 얼마나 고운지 색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원하는 룩을 구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에이햅의 시점에서 경험하라

김병서 촬영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인물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카메라”를 고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이햅의 관점에서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김병우 감독의 연출 의도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었는데 “관객이 에이햅의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상황과 감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여러 촬영방식을 고안했다. 생동감 넘치는 에이햅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항상 줌렌즈를 장착한 3대의 알렉사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갔다. “일반적으로 클로즈업 한컷과 풀숏을 따고 이동하는 식이 아니라 5분에서 10분에 이르는 전체 시퀀스를 이어 찍는 시퀀스 촬영을 했다.” 배우가 연기를 멈추기 전까지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기에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표정이나 느낌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이런 시퀀스 촬영은 <PMC: 더 벙커>만의 스타일이다. “김병우 감독은 화면에서 배우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시점이 되는 카메라 역시 함께 고통받길 원했고,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이 함께 담기기를 원했다.”(김병서 촬영감독)

드론 숏은 어떻게 만들었나

김병우 감독의 의도에 따라 에이햅이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드론 숏이나 대원들의 몸에 착용한 액션캠 등을 통해 보여야 했다. 특히 드론 숏은 대부분 구체 형태의 드론이 바닥을 구르거나 천장을 이동하면서 찍힌 장면이기에 기술적인 촬영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숏이다. 김병서 촬영감독은 알렉사 미니나 레드 계열의 카메라에 드래곤암을 부착해 촬영하되, 종종 스테이빌라이저의 일종인 모비를 개조해 바닥에서 20cm 정도 떨어져 이동할 수 있는 로 리그를 만들어 찍었다. 드론이 벽을 타는 숏들은 CG를 고려해 세트를 지은 다음, 그 세트 위에 테크노 크레인을 세워두고 찍었다. RC카가 움직이는 느낌의 바닥을 구르며 찍은 숏은 소니의 알파7 카메라를 바닥에 거의 붙여 찍은 다음, 저사양의 카메라 화질에 맞춰 필터링을 거쳐 전체 화면의 분위기를 통일시켰다. 배우들의 몸에 직접 장착하는 POV캠의 경우에는 화면에 옆얼굴이나 눈썹이 같이 잡히면 좋겠다는 김병우 감독의 의견에 따라 배우에게 맞는 헬멧을 제작해 고프로와 파나소닉 POV캠을 3~4개씩 장착해서 촬영했다. “촬영 초반에는 배우들이 화각에 대한 인지도 없고 또 무게 때문에 목에 부담도 갔기 때문에 이를 잡아주는 디렉션이 중요했다”고 김병서 촬영감독은 전했다.

이선균이 직접 촬영하다

이번 영화에서 이선균 배우 스스로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됐다. 윤지의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이 에이햅과 영상통화를 하는 화면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촬영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다가 본인이 새로운 재능을 깨닫게 됐다며 즐거워하더라. 너무나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줘서 크레딧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김병서 촬영감독) 이선균 배우가 직접 촬영한 숏은 경량 라이트를 부착한 소니의 알파7 카메라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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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