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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서로의 손발이 되어주었던 아주 특별한 인연
이화정 2019-05-01

세하(신하균)는 몸이 불편하다. 어릴 때 다친 영향으로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 신세니,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같은 보금자리 ‘책임의 집’에서 지내는 동우(이광수)는 어린아이의 지능에 머물러 있지만, 몸을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다. 다만 누군가 ‘어른처럼’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책임의 집에서 인연을 맺게 된 세하와 동우는 20년간 마치 이인일조 복식조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평생 그렇게 행복하게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님(권해효)이 돌아가시면서 둘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20년간 ‘알람시계’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고 손발이 되어주었던 아주 특별한 인연. 세하와 동우를 갈라놓는 것은 외부적 요인이고, 그 외부적 요인은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다’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영화에서 둘을 ‘보호’의 차원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은 우연히 이들의 삶에 끼어든 취준생 미현(이솜)을 비롯한 소수뿐이다. 두 장애인의 만남, 위기, 갈등의 구조를 띠는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훈훈한 정서와 감동이 고스란히 있다. 영화는 아주 특별한 형제의 사연을 ‘별나게’ 보는 시선으로 재단하지 않으며, 덕분에 관객으로 하여금 주입식 눈물을 흘리는 책무도 덜게 하고, 그래서 특별한 감정을 선사한다.

세하는 적당히 못됐고, 적당히 착하며, 적당히 화내고, 적당히 감동한다, 비장애인들처럼! 모든 게 과장되지 않은 ‘상식 수준 안에서의’ 감정 표현이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보아왔지만, 이런 묘사는 흔치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진 모난 시각과 편견을 깎아낸 탄탄하고 사려 깊은 시나리오 개발의 시간이 읽히는 지점이다. 누군가의 장애가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소도구가 아니라는 것, 영화의 소재가 감상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관객에게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알려주는 아주 좋은 길잡이 영화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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