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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이 <변호인> 주시하며 ‘좌파 영화계’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아
김성훈 2019-06-21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영화계 사찰 사실 드러나

<변호인>

이명박·박근혜 시절 정보경찰이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를 문제 삼고, ‘좌파가 장악한 영화계’를 우려하는 등 영화계 동향을 전방위로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6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문건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의 범죄일람표’를 살펴보면 정보경찰은 “좌파들이 장악한 영화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종북 척결’, ‘안보’ 등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2년 6월 22일 작성된 문건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에 따르면 “<연평해전> 외에 남북분단 상황과 안보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독려하고,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012) 등 진보 성향에 대한 평론가들의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하며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국정원이 유독 영화 <변호인>(2013)에 관심이 많았듯 정보경찰 또한 개봉 전부터 <변호인>을 예의 주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2월 17일 정보경찰은 ‘영화 <변호인> 개봉(2013년 12월 18일)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민감한 소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부림 사건(1981)’)로 언론과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돼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이 예상”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화 개봉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다른 이슈와 결합하는지, 여론이 악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정부의 문화 융성 및 비정상적 관행 근절 의지를 부각하기 위해 외교부 장차관 등이 <집으로 가는 길>(2013)을 관람하고 (관련 문제의) 실태를 점검할 것을 검토”해달라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참고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변호인>의 투자 크레딧에 뜬 것을 보고 “국가 예산이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에 투자된 건 잘못된 일”이라고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질책한 바 있다.

<두 개의 문> <변호인> 등 사회 비판적인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을 선임해 ‘좌파 영화계’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4년 4월 2일 작성된 보고서 ‘영진위위원장 선임 계기, 영화계 체질 변화 도모’를 보면 정보경찰은 “위원회의(정치적) 편향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보수성향 후보가 영진위 위원장으로 당선될 필요가 있다”는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를 통해 좌파공세를 차단해야 하고, ‘안보’, ‘북한 인권’ 등을 다룬 영화 제작을 독려하자”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2014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세훈 세종대 교수를 영진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벨>(2014) 상영을 강행한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정보경찰의 눈엣가시였다. 2016년 3월 11일 작성된 보고서 ‘부산국제영화제 갈등 관련, 정부 부담 최소화 필요’에서 정보경찰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영향력이 지속돼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조직위와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10월 영화제 개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좌파 성향의 집행위가 영화제 운영을 장악하면 반정부 활동이 더욱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부산시(합법·원칙) VS 집행위(편법·꼼수) 같은 정부에 우호적인 프레임을 부각”하고, (이용관의 내부 장악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집행위원장의 자문위 위촉을 규정한 정관 무효확인 소, 집행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전방위 대응책을 강구”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부지원금을 독점하고 있다는 영화계 안의 불만을 감안하여 영화계 내 영향력 있는 인물들 주도로 해서 영화계 개혁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이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영화계를 색깔로 구분해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와 영화인들의 동향을 사찰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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