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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스토리텔러는 작은 어항 속, 커다란 몸집을 한 메기
이화정 2019-09-25

이곳은 출처불명의 ‘SEX-ray’로 발칵 뒤집힌 마리아 사랑병원. 누군가 엑스레이실에서 섹스하는 남녀를 도촬했고, 남녀의 성기 엑스레이는 그렇게 병원에 파란을 일으킨다. 온갖 추측과 호기심이 난무하는 가운데, 막상 피해를 본 건 병원 간호사 여윤영(이주영)이다. 사람들은 ‘찍힌’ 것이 그녀라고 믿었고, 병원 부원장 이경진(문소리)은 그 추측만으로 그녀에게 퇴사를 권유한다. 누구도 ‘찍은 사람’을 궁금해하지 않는, 가십 위주, 여성 피해자가 양산되는 고질적인 사회. <메기>는 여윤영이 “내일 봬요”라며 강력히 퇴사를 거부하면서, 이런 플롯의 기존 영화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예기하며 호기롭게 출발하는 새로운 영화다.

<메기>의 스토리텔러는 작은 어항 속, 커다란 몸집을 한 메기다. 메기가 바라본 이 도심은 의심과 불신, 추측과 불안의 ‘구덩이’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왜곡된 사회다. ‘감이 뛰어난’ 물고기 메기에게는 그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여성 여윤영이 각별했으리라. 단편 <4학년 보경이>(2014), <연애다큐>(2015), <세마리>(2018) 등을 통해 범접할 수 없는 개성으로 뭉친 ‘이옥섭 월드’를 만들어온 이옥섭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옥섭의 페르소나 구교환이 이번에도 함께하며, 이주영의 신선함과 문소리의 견고함이 이 세계를 한층 빛나게 만든다. 깜깜한 구덩이 속, 이옥섭 영화 특유의 컬트적인 ‘결’과 웃음 코드들이 빼곡하다. 국가인권위 제작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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