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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과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얼마나 닮았을까?

<퍼펙트 스트레인저>

저녁 식사를 하러 모인 친구들이 해선 안될 게임을 시작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엉망진창이 돼버리는 이야기. 꼭 1년 전 개봉했던 <완벽한 타인>은 529만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입소문 흥행에 성공했다. 하나의 닫힌 공간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배우들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도 꽤 쏠쏠한 연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때마침 1년이 지나 <완벽한 타인>의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한국에 도착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10여 개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원작 자체의 판권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에 리메이크 판권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각본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재미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과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모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두 작품의 만듦새는 상상 이상으로 유사하다. 캐릭터들의 직업이나 성격은 물론, 화면 구도나 대사까지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왔다. 두 영화에 대한 비교 감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매우 흡사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지점들이 미묘하게 다르다. 전반적인 톤에서도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한층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의 결이 살아있는 편. <완벽한 타인>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 <퍼펙트 스트레인저>에서 반가움을 느낄 만한 부분들, 또는 어떤 지점의 변주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영화의 디테일 속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같고 다른 정서를 포착하는 재미를 느껴보시라.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 PC와 Mac

<완벽한 타인>

석호(조진웅)의 집에 모인 세 쌍의 커플들. 저녁 식사 준비에 한창인 이들의 대화 주제는 이 자리엔 없는 제3의 멤버로 옮겨간다. 별명인지 본명인지 ‘순대’라는 이름의 남자는 아무래도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워 이혼한 듯하다. 친구들은 순대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함구해왔다는 것이 밝혀지자 세 여자는 눈이 커진다. 당사자에게 말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남자들은 굳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야 하느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여기서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의 재치 있는 비유가 나온다. 남녀의 뇌 운영 체계는 마치 안드로이드와 아이폰과 같다는 것.

<퍼펙트 스트레인저>

예진의 말에 따르면 ‘싸고, 다루기 쉽고, 바이러스 잘 먹고, 일일이 업데이트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쪽은 안드로이드, 남성이다. 반면 ‘예쁘고, 지조 있고, 똑똑한’ 쪽은 아이폰, 여성이다. 여기에 영배(윤경호)가 첨언을 한다. ‘비싸고, 까다롭고, 호환도 안 되는’ 쪽도 아이폰 아니냐며. 이 대목은 한국 버전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퍼펙트 스트레인저>에도 있던 장면이었다. 다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이 아니라 PC와 Mac으로 구분했다. 제품의 고정적인 이미지가 한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하게 통용되고 있었다는 점이 새삼 신기한 장면.

체면 치레는 만국 공통?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은 예진과 수현(염정아)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 쇼윈도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한결 흥미진진한 리듬을 탄다. 부와 명예가 곧 성공의 기준인 한국 사회에서 예진은 누가 봐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문학반 친구 김소월(라미란)의 전화 통화가 공개되면서 수현의 속내가 폭로되고 만다. 그곳엔 예진을 향한 자격지심과 박탈감이 온통 자리 잡고 있었다. 더구나 집들이는 괜히 저녁 한 끼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렇다. 집주인은 사람들에게 내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보여주어야 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가져온 선물의 가치에 따라 알게 모르게 급이 매겨진다. 그 피상적인 대화들로 우정을 과시했던 둘의 관계가 까발려지는 장면이 우습고도 쓰리다.

<퍼펙트 스트레인저>

예진과 수현의 쇼윈도 우정은 <완벽한 타인>에 추가된 에피소드다. 하지만 <퍼펙트 스트레인저>에도 체면 치레를 중시하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초대를 받은 비앙카(알바 로르와처)와 코시모(에도아도 레오) 부부가 에바(카시아 스무트니아크)의 집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나눈 대화다. 유기농 와인 한 병을 준비한 비앙카는 아무래도 달랑 한 병을 가져가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안되겠어, 차를 돌리자!”라고 말하자 남편은 “25유로짜리니까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이어서 가격표를 떼고 있는 비앙카에게 코시모는 외친다. “미쳤어? 25유로야! 코르크에 붙여놔!”

없어서 반가운 ‘가부장 남편’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가부장적인 남편 태수는 정말 리얼했다. 아내 수현을 향한 일상적인 무시와 경멸. 눈빛이나 말투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태수의 싸늘함을 견디는 수현을 보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예민함 뽐내는 한국 사회 가부장의 표본을 아주 현실감 넘치게 연기한 유해진. 후반에 이르러 부부 사이에 암묵적인 위계를 형성한 까닭이 밝혀지기도 하나, 그렇다고 권력형 남편의 윽박과 비아냥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영배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게 된 태수의 ‘사이다’ 대사가 없었더라면 태수는 영영 미움받았을 캐릭터다. 한편으론 천연덕스러운 유해진의 연기가 태수를 밉상답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공공의 적으로 그린 영화의 유쾌한 톤이 주는 일말의 통쾌함도 있다.

<퍼펙트 스트레인저>

까칠한 태수를 견딜 수 없던 관객에게 드리는 희소식.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에는 태수 같은 가부장 남편이 없다. 태수와 대칭을 이루는 캐릭터 렐레(발레리오 마스탄드리아)는 다행히도 아내 카를로타(안나 포글리에타)에게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나 일삼는 남편이 아니다. 물론 이 부부의 관계가 소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계가 분명한 태수-수현에 비해 꽤나 수평적인 편이다. 남편의 눈치를 보며 속내를 삼키는 수현에 비해 카를로타는 불만도 곧잘 드러내 보이는 캐릭터다. 게다가 렐레는 어머니의 요양원 문제로 아내와 다툰 뒤에도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건 힘들 수 있다’는 친구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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