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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박신혜 - 잊을 수 없는 눈빛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0-06-18

좀비들로 점령당한 세상, 당황한 준우(유아인)에게 누군가가 레이저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상대의 안녕을 묻는 것도 신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빈(박신혜)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준우와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 지금까지 배우 박신혜는 대체로 당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그 풋풋한 에너지 위로 박신혜는 <#살아있다> 속 유빈의 묘한 눈빛을 얹는다. 힘없는 표정, 현실에 순응하는 유빈은 전에 본 적 없는 배우 박신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 <시지프스>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박신혜 배우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겼다.

-<#살아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심정이 궁금하다.

=재밌게 금방 읽히는 시나리오였다. 준우에 비해 늦게 등장하는 유빈이가 기다려졌고, 과연 내 역할이 무엇이기에 이 책을 주셨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최근 작업한 <침묵> <>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재밌게 임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라. 걱정이 많은 편이라 작품을 택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하는데, <#살아있다>는 그런 걱정을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작품이었다.

-유빈은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상반된 성격이다.

=맞다. 그동안 나는 주로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라는 당찬 태도로 현실을 극복하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는데 유빈이는 그 반대다. 별로 열정적이지도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런 유빈과 내가 만났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힘을 완전히 빼고 연기했다. 특히 현장에서 혼자 찍는 신이 많았는데 상대를 상상하며 연기하더라도 상황적으로 느껴지는 어색함을 어찌할 순 없더라. 그런 어색함이 도리어 외로움을 느끼는 유빈의 모습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첫 등장이 인상적이다. 완전히 힘을 뺀 눈빛으로 준우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짧지만 유빈이를 강력히 각인시킬 수 있는 포인트라 여겼다. 관객이 ‘저 사람은 누구지?’ 하고 궁금증을 갖게 하고 싶었다. 당황하고 조급해하는 준우와 침착한 유빈의 상반된 성격이 잘 드러났으면 해서 최대한 힘을 빼고 건조한 톤을 유지했다.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들을 피해 생존해야 하는 독특한 설정의 스릴러다.

=맞다. <#살아있다>는 마주 보는 아파트를 주요 공간으로 삼고,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보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 각자의 상황에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좀비 영화나 드라마들과 차별화된다고 봤다. 아파트라는 공간 자체가 익숙하다 보니 과연 내가 유빈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

-대처 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게 있나.

=일단 유빈이만큼 계획적으로 준비하진 않았을 것 같다. 현실의 나는 그때그때 잔머리를 굴려 살아남았을 스타일? 또 나는 겁나는 상황에서 더 허세를 부리는 스타일이라. (웃음) 아무리 높고 무서운 곳일지라도 일단 내가 살아야겠다 싶으면 뛰어내렸을 것 같고.

-루프를 이용해 뛰어내리는 신을 포함해 극중 모든 액션신을 직접 연기했다고.

=사실 몸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순발력을 발휘해 좀비들을 상대하고, 또 도망가는 신들의 합이 잘 맞을 때마다 쾌감이 들었다. 뛰어내리는 신의 경우 2층 높이 정도의 세트장에서 액션팀과 여러 번 연습을 거친 뒤에 촬영했다. 보기보다 훨씬 안전하게 촬영된 장면이다. 때문에 나도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성취감이 드는 신이었다.

-한동안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 멜로드라마 위주의 작품을 해왔는데, 최근의 행보를 보면 <침묵> <> <#살아있다> 등 모두 범죄수사물 혹은 스릴러영화다. 이런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선택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스무살 때에는 굳이 사랑스럽게 보이기를 의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특유의 밝고 건강함이 있지 않나. 그 시간들이 지나면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고 자연스레 장르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한 인터뷰에서 “10대 때는 20대가 더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고, 20대에는 30대가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30대 배우 박신혜의 삶은 어떤지 궁금한데.

=나쁘지 않다. 재밌다. (웃음) 감정을 소비하는 직업이다 보니 소비한 감정들을 채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과거에 비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다독일 수 있게 됐다. 앞날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간을 잘 쌓아가다보면 미래에 또 다른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이런 여유도 생겼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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