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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①] 서울독립영화제 2020 추천작 10편을 소개합니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가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CGV아트하우스에서 개최된다. 이중 ‘본선 장편경쟁’, ‘새로운 선택’, ‘페스티벌 초이스’ 섹션에서 엄선한 10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또한 서울독립영화제를 보다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념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제작된 ‘뉴-쇼츠’ 섹션도 함께 소개한다.

사당동 더하기 33

조은 / 2020년 / 123분 / 본선 장편경쟁

1986년 사당동 철거지역에서 정금선 할머니 가족을 만난 지 33년이 지났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들 수일은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되었고, 손주들은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큰손자 영주는 필리핀 여성 지지와 결혼해 대선과 해시를 낳았다. 손녀 은주는 지현, 지선, 지남을 낳고 살다 몇해 전 남편과 이혼을 했다. 막내손자 덕주는 주희와 결혼해 지민과 아민을 낳았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 노래방 도우미, 헬스 트레이너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버는 손주들은 임대아파트와 반지하 셋방을 거치며 각자의 꿈을 꾼다. 그리고 그들의 생은 그들의 자녀 세대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끼치고, 때로는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회학자 조은 감독의 <사당동 더하기 33>은 1986년 사당동 판자촌에서 만났던 정금선 할머니 가족을 4대에 걸쳐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오프닝에서 2019년 큰손자 영주 가족의 이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86년의 스틸 사진으로 시선을 돌려 이들 일가족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09년 공개됐던 전작 <사당동 더하기 22>의 일부 장면들이 등장하며 지난 10년간 이들에게 어떤 사건과 변화들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나

표민수 / 2020년 / 68분 / 새로운 선택 장편

작은 제화점에서 신발을 만드는 기황 앞에 한 청년이 벌거벗은 채 쓰러져 있다. 기황은 그런 그에게 자신이 가진 전부인 구두를 신겨준다. 기황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식사를 차려주는 호의를 베풀고, 그렇게 청년은 기황과 함께 지내며 그로부터 배운 제화 기술로 새 삶을 살게 된다. 그런 청년에게 어느 날 두명의 손님이 나타나는데, 청년은 두 사람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 레프 톨스토이의 1885년작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나>는, 어쩌면 감독이 원작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과 서사적으로 닮아 있지만, 영화가 이를 구현해낸 방식에서만큼은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흑백으로 표현되는 세계, 그리고 인간과 사랑에 대해 서술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1987)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물들의 연기하지 않는 연기가 소격효과를 유발하다가도, 서사와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한 켤레의 신발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잊고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후반작업 제작지원작이다.

걸 위드 더 카메라

안희수 / 2020년 / 68분 / 새로운 선택 장편

카메라를 든 감독이 20대 일곱명의 집에 찾아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각자의 대답이 얹히고, 감독은 꾸미지 않은 편한 차림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그들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몇 개월 뒤 감독은 다시 한번 그들을 촬영하는데, 그들은 평소의 자신과는 정반대의 외양을 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채 사진을 찍는다.

나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 나인지 타인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걸 위드 더 카메라>는, 다소 직관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확실히 누군가를 치유하는 영화이다. 사진을 찍으며 춤을 추는 듯한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치유된 것이 피사체만은 아닌 것 같다.

열두살

박성진 / 2020년 / 66분 / 본선 장편경쟁

12살 해금은 궁금한 것이 많다. 자신의 이름은 왜 ‘해금’인지, 아빠는 왜 밤에만 일을 나가는 건지. 어느 날 해금에게 특별한 관심사가 생긴다.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한 여인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해금은 앰뷸런스에 실려간 그 여인이 남기고 간 피켓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를 찾습니다.’ 피켓 속 아이 보미는 해금과 같은 나이인 12살에 친구를 만나러 가다 실종됐다. 해금은 피켓의 보미를 찾아주고 싶다. 그리고 경찰관, 소방관, 문구점 주인 등 여러 어른들을 거치며 보미를 찾아 나선다.

박성진 감독의 <열두살>은 12살 아이의 시선으로 실종된 아이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아낸 영화다. 실종된 아이의 사연에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주인공 해금은 좀 더 세심하고 끈질긴 아이다. 영화는 실종된 보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해금이 킥보드를 탄 채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뒷모습을 고요히 담아낸다. 적막한 도시의 일상적 풍경 속, 12살의 여물지 않은 마음을 차분히 그려낸다.

봉명주공

김기성 / 2020년 / 82분 / 본선 장편경쟁

아파트보다 키가 큰 버드나무가 인간들을 내려다본다. 이 나무는 곧 인간들에 의해 잘려나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실 위기인 것은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봉명주공아파트이다. 2008년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된 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인 거주민 이주가 시작된 이곳은, 이제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직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진을 찍어 추억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어떻게든 ‘봉명주공’의 일부분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 한다. <봉명주공>은 이 사태를 만든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재개발 지역의 이권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여기엔 어떤 인과관계도 제시되어 있지 않고, 그러므로 극적인 드라마도 없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로 서 있는 나무들이다. 저층 아파트의 특성으로 인해 카메라를 어디에 세워도 나무가 보이는 광경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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