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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교 가는 길' 의 다섯 어머니들 - 이은자·정난모·조부용·장민희·김남연과 김정인 감독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1-05-05

조부용, 이은자, 김남연, 장민희, 김정인 감독, 정난모(왼쪽부터).

“한방병원을 추진하라! 특수학교 결사반대!”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가 2015년 2월 폐교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이 자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한다. 그런데 당시 해당 지역의 김성태 국회의원이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말을 꺼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특수학교가 아닌 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특수학교가 부족해 왕복 3시간 거리의 학교로 아이를 보내야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사정이나 애초 이곳이 교육부지라는 사실은 지역 개발의 논리 앞에서 쉽게 무시된다.

2017년 7월과 9월에 열린 1, 2차 주민토론회 역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토론의 장이 되지 못했다. 장애인 부모회의 어머니들은 거침없이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발언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급기야 한 어머니는 무릎을 꿇으며 호소했다. 절박한 호소에 “쇼하지 말라”는 말이 날아드는 막장 토론회였지만, 이 ‘무릎 사건’은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여론은 물론 정치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은 특수학교 서진학교의 설립을 위해 투쟁에 나선,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영화라 실제로 어머니들을 만나서도 눈물바다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경찰버스가 지키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담을 새벽에 몰래 넘어 점거농성을 이어간 투쟁기와 무용담은 자기소개의 발단에 불과했고, 관계자 시사회 때 영화를 본 어느 건물주가 흐뭇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TMI도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눈물의 삭발식도 웃으며 이야기하는 어머니들의 내공. 인고의 시간을 통과하며 단단해진 어머니들의 내공은 실로 거대했다. 발달장애 자녀들이 최소한의 기본권을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무릎을 꿇고 삭발까지 했던 <학교 가는 길>의 다섯 어머니들- 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장민희, 김남연- 과 김정인 감독을 서진학교에서 만났다. 멀고도 험했던 학교 가는 길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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