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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8호 [프리뷰] 렁록만 감독, '매염방'
이주현 2021-10-13

<매염방> Anita

렁록만/홍콩, 중국/2021년/136분/폐막작

“무대가 그리울 거예요.” 홍콩의 전설적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1963~2003)의 전기영화 <매염방>은 2003년 열린 매염방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으로 영화의 문을 여닫는다. 무대 의상으로 공들여 준비한 웨딩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매염방(왕단니)의 모습에선 “음악과 무대와 팬들과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매염방의 순수한 떨림과 긴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면은 곧 공연장에서 언니와 듀엣으로 노래하던 어린 매염방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영화는 매염방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남을 시기들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자수성가한 스타이자 멋있는 ‘큰 언니’이자 ‘홍콩의 딸’이었던 그녀의 모습을 두루 스크린에 펼쳐낸다.

1982년 TVB 주최 신인가요제에서 우승하며 데뷔, 중저음의 음색을 본인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킨 매염방은 과감한 스타일과 음악으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 간다. 영화는 매염방의 스타일을 책임진 패션 디자이너 에디의 화려한 의상을 재현해 매염방이 보여준 파격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장국영과 함께 출연한 관금붕 감독의 <연지구>, 주성치와 함께 한 두기봉 감독의 <심사관> 등 ‘배우’ 매염방의 모습도 반갑게 등장한다. 한편 일본의 인기 가수와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의 진심과 무관하게 사랑에 실패한 일, 폭력 사건에 휘말려 해외로 도피해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일, 무명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가족이나 다름없던 존재 장국영의 죽음 등은 매염방의 슬픈 내면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게끔 한다.

매염방과 장국영의 실제 과거 영상도 중간중간 사용된다. 극화된 전기영화지만, 기억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과거의 특정 시간(이를테면 장국영의 죽음과 관련한 푸티지 혹은 매염방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을 있는 그대로 불려내면서 실존 인물의 초상 또한 손에 잡힐 듯 뭉클하게 살아난다. 전기영화에는 인물에 대한 현재의 해석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진취적이고 대범하고 주도적이었던 “큰 언니” 매염방의 모습은 그런 점에서 인상 깊다. 모델 출신 신예 왕단니가 매염방의 매력을 훌륭히 살려냈으며, <콜드 워> 등을 만든 렁록만 감독이 연출했다. 1980~1990년대 홍콩 영화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들에겐 크나큰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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