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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정치의 심장까지 가보자고!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는 어떤 말이 적절할까? 드라마인데 현실 같다? 현실이 드라마다? 일단 화상회의를 마친 뒤 카메라 끄는 걸 잊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은밀한 행위가 공개되는 순간 내 컴퓨터 카메라 렌즈에 붙인 스티커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손병호 게임’으로 신임 장관 후보를 추려낸다는 발상은 코믹하지만, “일단 남자는 접읍시다”로 시작해 “거리두기 2.5단계에 눈치 없이 회식 사진 올린 인간 접어!”로 흐르는 검증 절차는 신속하고 효율적이다.

2020~21년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블랙코미디로 재현한 이 세계에는 전 여자 친구의 휴대폰을 해킹해 불법 촬영하는 청년이 있고, 몇년 뒤 장가 못 갈 남자들의 분노를 우려하며 여성에 대한 특혜가 문제라 주장하는 야당 최고위원 ‘위대남’이 있고, 성폭력 생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관료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암담하고 우스운 현실을 비트는 걸 넘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늠름하게 나아간다. ‘80년대 김연아’로 불린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이자 전 국회의원 이정은(김성령)은 누가 봐도 1년짜리 대외홍보용 장관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체수처(문화체육예술계 범죄 전담 수사처) 설립’이라는 목표가 있다. 정치적 위기가 닥치고 ‘유시민 되고픈 잔잔바리’라 불리는 남편 김성남 평론가(백현진)가 납치되어도 그는 책임감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 계산 또한 빠뜨리지 않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이정은을 ‘뭘 모르는 아줌마’ 취급하는 남자들과 달리 정치 9단 4선 의원 차정원(배해선)만은 정적의 내공을 알아본다. “이 나라엔 쉽게 뭘 얻는 여잔 없다고. 이정은이라고 쉬웠을까? 그 이미지들 거저 얻었겠어? 존나 온갖 것들을 견뎠겠지.” 그도 온갖 것들을 견디며 올라온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라이벌, 충직한 비서, 유능한 실무자들이 있는 이 세계의 마지막, 청와대를 바라보는 이정은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설레지 않을 수가 있나. 이렇게 된 이상 시즌2로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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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이 필요해> (왓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정은을 장관 자리에 앉힌 청와대 정무수석(허정도)은 막상 그가 칼을 쥐려 하자 “어머니의 마음으로, 누이의 마음으로” 적당히 하라고 눈치를 준다. 상원의원 출신 대선 후보였다가 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전환해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된 셀리나 마이어(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 역시 화장실 들어가기 전후가 다른 대통령에게 뒤통수 맞고 고군분투한다.

<썸남썸녀> (유튜브)

“지난 시즌, 진보 성향의 남성 논객과 여당의 여성 당직자는 서로의 정치색을 극복하고 커플이 되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은 혹시 이정은과 김성남 커플을 암시했던 것일까? 지질함과 설렘이라는 짝짓기 관찰 예능의 정수를 웹드라마로 담은 <썸남썸녀>는 윤성호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숨겨진 걸작으로,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일부만 공개되어 있으니 OTT들의 적극적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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