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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BEST 5
임수연 2021-12-31

1.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압도적인 지지다. “지금 한국의 블랙코미디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연출자 윤성호”(복길)의 “현실 정치를 들여다보는 급진적으로 깜찍한 시각”(이보라)을 보여주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2, 3위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치는 이야기의 보고”(김봉석)라는 점을 꿰뚫은 영리한 기획이 “정치가 코미디보다 웃기는 나라에, 드디어 정치보다 웃긴 풍자극의 등장”(김선영)을 알리며 “코믹과 현실의 드라마틱한 조화”(정석희)를 보여줬다. “지금 이 공포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이처럼 어울릴 수 없는”(듀나) <이상청>은 “저격과 난사의 쾌감 모두를 선사”(김현수)하는 “한국인 소화흡수율 99.8%의 정치 시트콤”(유선주)이지만, 단지 현실의 소재를 무분별하게 가져온 코미디는 아니다.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종교) 이슈를 첩첩이 쌓은 고맥락 코미디를 이해의 결락 없이 즐기는 쾌감”(유선주)을 선사하는 동시에 “무겁지 않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균형감”(이다혜)으로 “주제에 대한 책임감을 놓치지 않고” (최지은) 있다. 그 힘은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과 쉴 새 없이 수다스러운 대사”(홍수정)에서 기인한다. “성격, 맡은 업무와 지위, 가치관에 따라 각자 개성이 또렷하고 대사의 밀도가 높은”(유선주) <이상청>은 “인물이 내뱉는 말들에 옳고 그름을 영리하게 뒤섞어 냉소한 뒤에라도 종합적으로 생각해볼 여지를 주면”(김성찬)서, “맑고 상쾌하며 때로는 윤리의 경지에 도달한 웃음까지 선사하는 쾌거”(남지우)를 거두고야 만다. 동시에 “어공과 늘공이 모여 사는 공무원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들춰내는 데도 성공”(김현수)한 오피스 드라마이기도 한데,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보다 더 성실하게 탐구한 작품이 있었던가 싶다”(장영엽)는 호평을 받았다. 한편 <이상청>은 “검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OTT 제작 작품의 강점을 잘 살린” (박현주)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웨이브의 선택과 방향성. 이들의 향후 10년 플랜이 이 작품과 함께 천명된 듯하다. 쉽지는 않지만 유니크한 자리를, 한국에선 일단 먼저 웨이브가 차지한다”(남지우)며 평자들은 플랫폼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니 “올해 가장 늠름한 통찰, 유머, 풍자로 그득한 최신의 K서사”(김소미)는 “김성령은 청와대로, 웨이브는 시즌2로”(김송희) 가기를 바란다.

2. 구경이

“‘이게 뭐지?’로 시작해서 ‘이거구나!’로 달린 드라마.”(남선우) “이게 되네? 이걸 했네? 놀랄 틈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나아간다.”(유선주) <구경이>는 마이너의 생경함을 결국 완전한 지지로 돌려놓는 드라마다. <구경이>에 자주 쓰이는 ‘요상하다’는 수식어는 “한국 TV드라마 속 여성 서사의 스펙트럼이 B급, 코미디, 복합 장르로 확장되고 있는 신호”(김소미)였다. “메인 스트림이 되기에 어딘가 하자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쪽에서는 세계를 파괴하고, 한쪽에서는 지켜내는데 이들이 선사하는 기이한 뭉클함”(장영엽)은 “텔레비전 드라마 환경에서 용인되지 않았던 ‘비주류 정서’를 메인 스트림에 제대로 끌어오는”(복길) 데 성공한다. 그 결과 “해마다 많은 편수가 제작되는 범죄물이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을까에 대한 신박한 답”(이다혜)을 보여주며 “추적극의 신기원, 여성 서사의 신대륙, 장르 믹스의 어홀 뉴 레시피”(진명현)가 됐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밈부터 주연배우들의 전작까지 인용과 오마주가 무척 풍부한 작품이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가지고 놀기 위해 끌고 들어오고 눈치를 채도 좋고 몰라도 좋게끔 가공”(유선주)하는 동시에 “모든 요소가 과감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화로운”(최지은) 신묘한 균형감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구경이>는 “현실밀착형 캐릭터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과장된 캐릭터가 한 프레임에서 어우러지며”(이다혜) “잦은 갈등과 사건에도 인물들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조현나) 미덕을 성취한다. 특히 확실한 응징을 보여주는 엔딩은 “쉬운 사이다 서사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케이(김혜준)에 대한 주인공의 단호함을 통해 윤리적 전망 역시 높은 수준으로 제시”(위근우)하며 <구경이>가 독보적인 장르 믹싱과 레퍼런스 놀이를 하면서도 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 명민한 드라마임을 보여준다. <킬링 이브>와 유사하다는 초반의 지적은 “구경이(이영애)와 케이의 대결 구도 외에 용숙(김해숙)이라는 카리스마적 인물을 더하며”(김성찬) 차별화된 지점을 확실히 만들어냈다거나 “<킬링 이브>보다 나은 드라마”(듀나)라는 평자들의 강력한 지지로 대신 해명이 가능할 듯하다. 여러모로 “지금 현재 한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드라마”(배동미)이면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신나고 가장 웃기고 가장 끝내주는 액션 신과 추격 신을 가진 올해 최고의 ‘한드’”(듀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3. D.P.

“국내 드라마 역사상 가장 반역적인 작품이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탄생한 순간.”(남지우)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이야기인 <D.P.>는 “사회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들기에 성공”(김봉석)한 “넷플릭스 ‘사우스 코리아’의 성취”(진명현)다. “외면하고 싶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정석희)를 담아 “폭력과 착취의 순환선에 갇힌 청춘들의 지옥도를 서늘하게 재현”(김선영)했다. “원작의 좋은 설정에 기대서 안일한 소재주의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군 조직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힘 있게 밀어붙인”(위근우) 덕분에 “마치 상담가가 상담을 하듯 탈영으로 인해 돌출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추격”(홍수정)하며 “디테일과 에너지, 속도와 앙상블의 완성도”(진명현)를 보여준 수작으로 꼽혔다. “실재했던 폭력 사건을 어디까지 서사로 취할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극화할 때 어느 선까지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창작자의 고민이 계속되는”(김송희) 시대에, “군내 폭력 행위가 필연적으로 담지하는 ‘동성간 섹슈얼리티의 침범함-침범당함’의 미묘한 뉘앙스를 예리하게 포착” (남지우)한 섬세한 접근을 해냈다는 점은 <D.P.>의 중요한 미덕이자 최근 제작이 확정된 시즌2에서도 이어질 숙제다. 군대 경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 필자들의 지지도 눈에 띈다. <D.P.>는 군대의 기억을 흔한 무용담으로도 승화하지 못할 이들이 마주했을 폭력을 직시한다. 이는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여성도 한국 남성의 보편 경험을 대리체험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으로부터 소외된 남성들이 남성 사회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왜 반복됐는지를 아프게 깨닫게”(남선우) 했다. “여성 오디언스를 배제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군 시스템과 문화를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와 배경지식의 격차를, 재치 있는 대사 쓰임을 통해 최소한으로 좁혀내”면서 “권력, 계급, 폭력에 관한 이야기로, 바로 지금의 이야기로, 모두의 이야기로, 변모할 수 있었던”(남지우) 점도 <D.P.>의 영리한 지점이다. 한편 “오직 한국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를, 한국영화계의 라이징 스타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장영엽) <D.P.>는 올해의 남자배우 선정작이다. 한호열 역의 구교환은 물론 “주제의 비극성과는 대조를 이룰 만큼 활기를 띠는”(김소미) “주연배우들의 앙상블”(홍수정)이 고르게 호평받았다.

4.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는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비애를 담은 페이소스 넘치는 코미디”(위근우)로서 “오래 묵어서 돌아버리기 직전의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절창”(이다혜)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오피스물은 “서울, 20~30대 사무직 노동자로 한정하던 빈약한 상상”(유선주)에 머문 경우가 많았는데, “창원 올 로케이션으로 구체적으로 시야를 확장”(유선주)하며 “이 시대에 소모품으로 전락한 중년 직장인들의 애환을 진실하고도 위트 있게”(박현주) 담아냈다. 그렇게 “환상이라곤 조금도 없는 오피스 드라마”(김송희)는 오히려 “질주 후 탈진 직전인데도 안간힘을 내보는 나의 40대를 그려보게” (김송희) 한다. 정도윤 작가는 “노동 세계에 속속들이 박혀 있는 끔찍한 아이러니를, 감칠맛나고 통통 튀는 대사들을 통해 전달하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교” (남지우)를 선보이며 “사극만큼 많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캐릭터와 서사를 노련하게 운용”(유선주)하는 대본을 만들어냈다. “절망하지도 기만하지도 않으면서 이 시대의 일과 삶에 관해 말하는”(최지은) 균형감 역시 호평받았다. “최반석(정재영)이 코딩에 몰두하며 ‘일하는 즐거움’을 표현한 장면은 올해 최고의 엔딩”(배동미)이며, “실력 있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극에 몰입하도록 견인하는 역할”(김성찬)을 했기 때문에 “올해 MBC 연기대상은 반드시 배우 정재영의 것이 되어야 할 것”(남지우)이다.

5. 지옥

연상호와 최규석의 환상적인 조화”(김봉석)로 화제가 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태고의 공포와 당대의 불안을 절묘하게 버무린, 최근 디스토피아 서사의 정점”(김선영)을 찍었다. “장엄하고 엄숙하며 관념적인 ‘찐’ 연상호표 드라마”(홍수정)는 “죽는 날을 고지받는 설정이 인간사 전반에 의문을 던지는 도발적인 접근”(오진우)으로 “파국이 일상이 된 디스토피아에서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남선우),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가, 때론 선의가 타인을 괴롭히진 않나 등등 좋은 질문”(배동미)들을 품고 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및 웹툰과 스토리를 공유하지만 “원작의 상상력을 충실히 구현한 것에 더해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로 설득력을 갖추며”(남선우) 영상매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회의 예외적 순간에서 느껴진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더 빛나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완성도 있게 구축”(오진우)한 <지옥>은 “세계관과 분위기를 세팅하는 1~3회의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진면모”(배동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산행> <염력> <반도>로 이어지는 “대체로 공허하고 폐허인 지구인 대다수의 삶이 언제, 어떻게 인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는지 질문하는 연상호 감독”(배동미)의 세계관은 6부작 시리즈물 <지옥>을 통해 보다 디테일하게 확장됐다. 그 답은 “후반부 배영재(박정민), 송소현(원진아)이 자신들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살리는 장면에서 암시되어”(배동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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