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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촛불' 김의성, 주진우 감독 인터뷰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22-02-10

촛불 정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2월10일, 촛불 집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영화 <나의 촛불>이 극장 개봉한다. 이 영화는 6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많은 국민이 서울 광화문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국정 농단에 대한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평화 시위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손석희 전 JTBC 사장, 박영수·윤석열 전 특별검사,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하태경·김성태·이혜훈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 정치인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추운 겨울날 광화문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사연은 지금도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다. 원래는 2년 전 개봉을 시도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연기한 뒤 공교롭게도 대선 정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된 김의성, 주진우 공동 감독을 만났다.

주진우, 김의성(왼쪽부터).

-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김건희 녹취’에 이어 탄핵 당시 좌파 연합에 가담했던 윤석열 후보도 나오는 <나의 촛불>이라는 다큐멘터리영화도 상영한다”라며 “저들(여권)은 정교하게 대선 플랜을 가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라고 말한 바 있다.

주진우 홍준표 의원께도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탄핵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면서 끝내 사양하셨다. 그때 거절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김의성 보수 언론에서 홍보를 많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무관심 작전’으로 나오는 것 같다.

- 코로나19 때문에 2년 전 개봉을 못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잡힌 개봉 일정이 대선 직전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대선 정국에서 주목받게 됐다.

김의성 이렇게 절묘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억울하다. 이 영화가 2년째 개봉을 못하고 있는데 대선이 지나면 전전 정권의 이야기가 되지 않나. 영화를 너무 오래 묵히면 상한다. 그게 걱정스러워서 지금이라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 시즌에는 큰 영화들이 포진해 있고, 3월에도 큰 영화들이 또 있어 어쩔 수 없이 빈자리에 들어온 건데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주진우 지난 크리스마스 때 틀고 싶었다. 가장 추웠을 때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기 때문에 그때 그 기억을 극장에서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우상호 의원이 탄핵 정국 당시 정치권의 긴박했던 상황을 얘기하는 걸 듣고 촛불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김의성 그때 생각만 하다가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주 기자밖에 없었다.

주진우 (김)의성이 형이 먼저 얘기를 꺼냈는데 촛불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시점에서 촛불을 얘기하지 않나.

김의성 심지어 김성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들조차도 자신이 촛불의 주역이었다고 얘기한다.

주진우 물론 그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권이 수천만의 촛불을 두려워했기에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민의 촛불 혁명에 감동받았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물어볼 때마다 그들의 이해를 돕는 영상이나 기록물이 없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우리가 뛰어든 거다.

김의성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함께 방송하면서 호흡이 좋을 때였으니까. 아이디어를 낸 건 나지만, 이걸 실행한 건 주 기자였다. 무조건 되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니 다른 사람도 궁금할 거라고 보았다. 주 기자가 쌓은 정치권 네트워크를 인터뷰이로 잘 활용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주진우 그런데 영화는 취재나 보도와 다른 영역이더라. 형님이 영화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웃음)

- 영화에는 정치인, 특별 검사,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 등 많은 사람이 출연하는데 특히 시민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김의성 광화문 광장을 찾은 예닐곱명의 대가족,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시민처럼 재미있고 독특한 사연을 찾았다.

주진우 촛불 집회 뒤 맛집을 찾아다닌 미식가 모임도 섭외했고.

김의성 사귀었다가 이별한 뒤 다시 재결합해 촛불 집회에 나온 커플도 있고, 광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커피를 타준 자원봉사자들, 시민의 반대쪽에서 전경으로 복무한 청년도 나온다.

- 역할 분담을 어떻게 했나.

김의성 처음에는 우리가 ‘바지 감독’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주진우 영화를 가볍게 봤지.

김의성 촬영감독이 촬영하고, 작가가 인터뷰 대본을 쓰고, PD가 진행하면 우리가 그냥 밥 사고, 중요한 결정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영화 만들기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더라.

주진우 그래서 내가 기획하고 섭외하면, 서사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구축할지는 형님의 몫이었다. 상당히 막막한 작업인데도 형과 함께해서 굉장히 즐거웠다.

김의성 정말 재미있었던 건 후반작업에서 촬영한 소스와 뉴스클립들을 보면서 무엇을 쓸지 결정할 때 의견이 너무 잘 맞았다는 거다.

- 영화에는 손석희 전 JTBC 사장,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영수·윤석열 전 특별검사, 이혜훈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섭외를 잘하는 비결이 뭔가. (웃음)

김의성 주 기자가 자신의 인맥을 이번 영화에 다 쓴 것 같다. (웃음)

주진우 다 쓴 건 아니고, 아직 좀 남아 있다. 손석희 전 사장도, 윤석열 후보도 출연이 쉽지 않았다. 손석희 전 사장이 촛불과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입을 연 건 이 영화가 처음이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당시 수사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의성 출연자 중에서 지금 대단한 부담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어쩌겠어. (웃음)

-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 검찰총장, 지금의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대중이 느끼는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는데. (웃음) 이 영화는 그처럼 정치적 스탠스가 달라진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주진우 그래서 “7시간 녹취록은 아무런 걱정이 안되는데 이 영화는 걱정”이라는 내용의 연락도 왔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 영화의 한축이 정치인, 언론인,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으로 구성됐다면 또 다른 축엔 촛불 집회를 기록한 뉴스클립, <미디어몽구> 같은 대안 언론이 취재한 영상, 시민들이 직접 찍은 영상들이 배치되어 있다.

김의성 처음부터 겁 없이 덤벼들었던 게, 내레이션만 있으면 영상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철없는 생각이었다. 서사의 흐름을 연결하는 뉴스클립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같은 성격의 영상이라도 사용료가 한푼이라도 저렴한 영상을 구하려고 했다.

주진우 매주 촛불 집회를 찾았던 시대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영상을 언론사에서 판매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쓰고 싶어도 못 쓴 영상들이 많았다.

-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던 영상은 무엇인가.

주진우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탄핵을 강행하면) 내 손에 장 지지겠다”고 말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영상을 사고 싶었는데 방송사에서 팔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진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못 쓴 장면이 몇개 있다.

김의성

- 촛불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

김의성 나는 집회 깊숙이 들어가서 열심히 구호를 외친 사람은 아니고, 대열 주변에서 ‘아, 오늘도 많이 왔네, 누가 무대에 올라가나’ 하면서 참여했었다. MB 정권 당시 광우병 촛불 집회 때 미쳐서 막 달려들었을 때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럼에도 촛불 집회는 너무 재미있었고,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라가 망한다고 해서 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왜 이렇게 밝을까.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그때 경험이 이후 홍콩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 때 연대와 지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김의성 홍콩과 미얀마엔 한국을 민주화 운동의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들은 ‘한국이 1980년 5월 광주,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2016, 2017년에 민주화 시위를 했었다’ 같은 정보를 서로 주고받더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자국어로 개사해 부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홍콩이 한국의 1987년이나 2017년처럼 갈 것인가, 아니면 1980년 5월 광주 같은 참사를 당할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에 너무 안타까웠고, 또 무서워서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 주진우 기자는 당시 <시사IN> 기자로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취재했었는데 가장 떠오르는 일화는 무엇인가.

주진우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 등 여러 중요한 보도들을 했고, 최순실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자료가 <시사IN>에서 나오지 않았나. 당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데모한다고 세상이 안 바뀐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이고, LED 촛불을 들고 나왔다. 그때 친한 동생인 배우 배정남이 후배 패션 모델들을 다 데리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세상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진우

-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이 어떤가.

주진우 굉장히 긴장되고 다소 걱정도 된다. 5년도 훨씬 전에 블랙리스트였던 까닭에 어떤 공중파 방송도 나가지 못해 지하의 팟캐스트에서 떠들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촛불은 우리 시민의 힘이 폭발한 승리의 역사이자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촛불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촛불이 시대를 바꾸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럼에도 촛불 정신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의성 2년 전에 개봉했더라면 마음이 훨씬 편했을 것 같다. 적당한 시기에 개봉해서 사람들과 적당히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매우 긴장된다. 우리는 순수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백번 떠들어봤자 소용없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대선 정국에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어떤 내적 변화를 겪을지 궁금하다.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이 영화가 어떤 변수가 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저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좋건 나쁘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 한번 하는 게 어렵지 두번 하는 게 어렵겠나.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연출에 도전할 생각인가.

주진우 안 할 거다. (웃음)

김의성 재미있는 기회가 있다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주진우 영화는 다른 차원의 영역인 것 같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야지, 나는 아닌 것 같다.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는데도 매우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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