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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기차

Ostre sledované vlaky Closely Watched Trains

1966 체코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92분

개봉일 : 2007-05-10 누적관객 : 5,539명

감독 : 이리 멘젤

출연 : 바클라프 네카르(밀로스 흐르마) 지트카 벤도바(마사) more

  • 씨네217.75
  • 네티즌7.27

사랑이 전쟁보다 어려워

22살 철도원의 전쟁보다 어려운 사랑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말,
독일점령하에 있는 체코의 작은 시골역.
이제 막 연수를 마치고 철도원이 된
22살의 밀로시 흐르마는
부푼 꿈을 안고 역무일을 시작하지만,
이내 차장 마샤의 매력에 홀딱 빠져
오로지 그녀와의 ‘사랑 만들기’에만 골몰하게 된다.
마침 독일의 무기수송열차를 폭파하려는
레지스탕스 활동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밀로시도 얼떨결에 작전에 참여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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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4명참여)

  • 8
    김혜리희극과 비극의 완전한 도킹
  • 8
    박평식체코영화 새 물결의 원류다운 희비극의 절묘한 조화
  • 7
    이동진생각하는 자에겐 모든 게 희극이고 느끼는 자에겐 모든 게 비극이다
  • 8
    유지나희극적 에로스 에너지의 폭파력에 경배를!
제작 노트
28살에 만든 첫 영화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빛나는 체코 영화의 신화


<가까이서 본 기차>는 체코의 국민작가 보흐밀 흐라발의 동명소설을 각색해 이리 멘젤 감독이 28살에 만든 첫 장편영화다. 이 영화의 뛰어난 완성도와 독특한 스타일은 20대의 젊은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영화의 성공은 완벽했다. 체코에서의 흥행은 물론이고, 전세계 평단과 관객들이 이 영화에 매료되어 버렸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 비교하며 약관의 천재가 만든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토해냈다. 그해 아카데미 영화제는 이 영화에 외국어영화상을 바치며 영화에 대한 지지와 사랑을 표현했다. 전세계에 체코영화의 존재를 알린 이 기념비적 걸작은 영화 역사상 여전히 가장 눈부신 데뷔작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세계 영화사에서 체코영화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희극과 비극의 절묘한 조화
전쟁을 다룬 가장 아름다운 영화
비극을 다룬 가장 재밌는 영화


당신이 무언가를 깊이 건드리고 싶다면, 유머는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며,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리 멘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이리 멘젤 감독의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 세계와 스타일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영화다. 특히 희극과 비극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리 멘젤 스타일의 핵심이 담겨 있어 말그대로 ‘가까이서 보아야 할’ 작품이다.

이리 멘젤은 삶의 부조리와 슬픔을 표현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웃음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영화 역시 독일의 식민지로 전락한 체코의 슬픈 현실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해 전혀 슬픔이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서글픈 처지마저도 웃음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오히려 슬픔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희극적인 태도는 비극적인 현실을 극복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씬이 그렇다.

밀로시는 신나는 게임이라도 하듯이 독일군 무기수송열차에 폭탄을 던진다. 그러나 그 순간, 그를 발견한 독일군의 총을 맞고 밀로시는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던 밀로시의 인생에 비로소 성공이 찾아온 순간, 인생 최대의 실패를 맞게 되는 것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순식간에 가장 비극적인 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놀라운 장면은 영화가 그동안 쌓아왔던 유쾌하고 태평했던 희극적 태도를 단번에 뒤집어 버린다.

이런 점에서 <가까이서 본 기차>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보여주었던 희비극의 매력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비극적인 현실을 포용하는 낙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삶의 자세가 잔잔한 감동을 주며, 그 감동이 클수록 역설적으로 슬픔 또한 더욱 더 깊어져 가슴 깊은 곳을 파고 든다.


바깥 세상은 전쟁 중? 그러나 우리들은 사랑 중!
전쟁의 논리를 비웃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수호자들


<가까이서 본 기차>는 2차 세계대전 말, 독일의 지배하에 있는 체코의 작은 시골역이 배경이다. 전쟁이 시대적 배경이지만, 이 시골역에 근무하는 체코인들은 전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의 심각한 고민과 뜨거운 사랑에 빠져있다.

견습생 밀로시는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짜 남자가 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져있다. 밀로시의 철도원 선배 후비치카는 여자들과의 달콤한 로맨스에 푹 빠져있다. 역장은 진급하는 것과 비둘기 기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철도원들이 다들 이 모양이니, 독일군 철도조사관이 나와 아무리 독일군의 승리와 세계 정복에 대해 이야기해도 전혀 먹히지 않는다. 조사관은 속이 터지지만 관객들은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독일군이 주장하는 전쟁의 명분이라는 것이 고작 “총통이 원하니까”로 귀결될 때에는 이 전쟁의 논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본 기차>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쟁에 무관심한 인물들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전쟁의 무용성을 단번에 드러내 버린다. 더욱이 그 과정이 경쾌한 유머와 풍자로 그려져있어 시종일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마치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순박한 동막골 사람들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던 것처럼 말이다.


문학과 영화의 가장 행복한 만남
체코문학의 거장 보흐밀 흐라발 소설을 영화로!


‘체코의 국민작가’ 보흐밀 흐라발(Bohumil Hrabal, 1914-1997)은 이리 멘젤의 영화세계 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가까이서 본 기차> 역시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흐라발은 평범한 체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그로테스크한 시선으로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가장 중요한 체코의 현대작가이다. 지금도 체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히며, 체코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체코의 젊은 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창작의 원천이 되어 주었는데 실제로 많은 체코의 감독들이 흐라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영화적 성과는 이리 멘젤과의 협동작업에서 나왔다. 이리 멘젤의 대표작 <가까이서 본 기차>와 <줄 위의 종달새>, 그리고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한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모두 보흐밀 흐라발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흐라발의 유머와 그로테스크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그의의 문학적 스타일은 웃음과 풍자를 통해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이리 멘젤의 스타일과 닮아있어, 두 사람의 협동작업은 가장 성공적인 문학의 영화화 모델로 손꼽힌다. <가까이서 본 기차>에서는 직접 보흐밀 흐라발이 각색작업에 참여해 원작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냈다.


Behind the Movie

참 어려웠던 ‘밀로시’ 찾기
하마터면 이리 멘젤 감독이 연기할 뻔!


이리 멘젤은 감독 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매우 유명하다. 이리 멘젤은 자신의 장편데뷔작 <가까이서 본 기차>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밀로시에게 조언을 해주는 의사가 바로 이리 멘젤 감독이다. 안경을 낀 마른 체구에 학구적인 듯한 풍모의 28살의 이리 멘젤은 언뜻 젊은 시절의 우디 앨런과 닮은 듯한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체코의 우디 앨런이라고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확실히 이리 멘젤과 우디 앨런은 비슷한 점이 많다. 웃음과 풍자를 통해 진한 페이소스를 전하는 영화적 스타일도 닮아있지만 두 사람 모두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매우 훌륭하다는 점 또한 닮았다.

이리 멘젤은 <가까이서 본 기차>의 주인공을 찾지 못해 고민할 때는 심지어 자신이 그 역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내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밀로시를 하기엔 자신은 너무 늙어보였다고. 결국 어렵게 어렵게 찾아낸 배우가 바로 당시 재즈 싱어로 활동중이었던 바츨라프 네카르시다.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연기가 밀로시 역에는 적격이라고 이리 멘젤은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바츨라프 네카르시와 이리 멘젤의 인연은 <줄 위의 종달새>로까지 이어진다. 네카르시는 <줄 위의 종달새>에서 한번 더 비극적인 현실에서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요리사로 나와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가까이서 본 기차>를 보면 체코가 보인다?
체코와 체코영화에 대한 가장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영화!


<가까이서 본 기차>를 비롯한 많은 체코영화들이 보여주는 매우 지적이고, 사회풍자적이며, 풍부한 상상력은 체코인들의 문화적 특수성에서 나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체코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영화 보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코’에 대한 즐거운 문화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밀로시의 가문에 대한 나레이션은 체코인들에 대한 일종의 풍자로 읽힐 수 있다. 체코인에 대한 오래된 표현 중에 “체코인들은 돈 벌기를 원하지만 일해서 벌 생각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밀로시 역시 그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고된 노동을 피하고 편한 삶을 살기 위해 철도원을 지원한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밀로시라는 캐릭터에 체코인에 대한 대표성을 부여하면서, 한 청년의 비극을 민족적 비극으로 읽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스스로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체코인들의 보편적인 의지 또한 확인해볼 수 있다.

체코인들의 풍자의식은 유명하다.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노동 장려 정책에 관해 체코인들은 이렇게 비꼬았다고 한다. “우리는 일하는 척하고 그들은 돈 주는 척한다네” 오랜 시간동안 억압과 감시 속에 살았기 때문에 체코인들의 유머는 직설적이기 보다는 은유와 풍자를 통해 은밀하게 전달된다. 특히 그들은 스스로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매우 즐기는 것 같다. 소설가 야로슬라프 하세크의 소설 『착한 슈바이크』의 쾌활한 괴짜 ‘슈바이크’는 밀로시의 선배벌 되는 캐릭터인데, 맛있는 맥주라면 사족을 못쓰는 천하태평 인물로 어떤 상황이든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이한 재주(?)를 지녔다. ‘슈바이크’라는 인물은 체코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체코인을 대표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이다. 아무리 억압적이고 구속적인 환경에 놓여있어도 전혀 게의치 않고 유쾌하게 대처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체코인들이 오랜 외세의 지배와 공산정권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하에서도 어떻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비극적 현실에 맞서 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체코인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적 소양이 높은 매우 지적인 민족이다. 그래서 체코인들과 대화화다보면, 그 풍부한 관심사와 교양에 깜짝 놀라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체코인들과 단번에 친해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매우 무뚝뚝하고 정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딱딱한 외면 안에 매우 유쾌하고 낙천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으니, 첫만남에 실망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꾸준히 교류를 가지다 보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체코인은 바게트빵처럼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하고 부드럽다.
그들과 친해지려면 다소 거칠고 무뚝뚝한 그들의 표면을 이해해야 한다.
알고 보면 유쾌하고 낙천적이며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 팀 놀렌, 지구촌 문화충격 탈출기『체코』, 도서출판 휘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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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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