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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 왕가위 감독 특별판

The Hand

2004 홍콩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 상영시간 : 56분

개봉일 : 2005-06-30 누적관객 : 30,389명

감독 :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 공리(후아) 장첸(장) more

  • 씨네216.33
  • 네티즌7.31
재단사인 장은 오래전 그날 일을 잊지 못한다. 아직 견습생이던 시절, 고급 콜걸인 후아가 그녀에게 심부름을 간 자신의 다리를 쓰다듬던 그 순간을... 그 일 이후, 장은 후아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던 촉감을 간직한 채 혼자만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후아의 전담 재단사일 뿐인 장은, 다른 남자들을 위해 그녀가 입을 옷을 정성스레 만들며 그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세월은 흘러, 후아는 파산과 함께 병든 모습으로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서글픈 신세가 되어있다. 변함없이 그녀를 지켜보던 장은 이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하는데...그녀와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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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5
    이성욱반바지를 입은 거장, 원래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 6
    박평식안토니오니의 여유, 소더버그의 입심, 왕가위의 감성
  • 8
    황진미후끈 달아오르는구만! 영화나 감독들이나 제 이름값을 한다
제작 노트
About Eros

영화 사상 가장 눈부신 공동 작업! 감성을 자극하는 뛰어난 연출력!!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 탐미적인 영상으로 사랑의 상처를 담아내 온 왕가위, 복잡미묘한 인간관계를 냉철한 시선과 참신한 언어로 변주했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천재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스릴러 구조 위에 관음주의적 욕망과 당대의 문화상을 반영해 낸 <욕망>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 <에로스>는 이 세 명의 감독들이 가진 독특한 스타일과 뛰어난 연출력을 고스란히 담아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에로티시즘과 욕망에 관한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만큼 매혹적인 연기 앙상블!

<에로스>는 어둡고 끈적거리는 관능의 늪에 비껴서서 아름답고 매혹적인 에로스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매혹의 근원은 왕가위 편인 <그녀의 손길>의 공리, 장첸 커플이 이뤄낸 빛나는 연기 조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에로스>의 공리, 장첸은 지금까지도 무수히 회자되고 있는 <중경삼림>의 왕정문, 양조위, <아비정전>의 장만옥, 장국영 <화양연화>의 장만옥, 양조위 커플에 이어 더없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가슴을 저미는 재즈 선율과 영상!

<에로스>는 사랑과 에로티시즘에 관한 각별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도 관객들의 만족감을 더한다. 특히나 몽롱하고 아련한 재즈선율 위에 세계적인 미술작가 로렌조 마토티의 일러스트가 얹어진 <에로스>의 연결 시퀀스는 한편의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욕망의 신호가 가슴 저미는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영화보다 더 강렬한 <에로스>의 음악과 영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Production Note

거장 3인의 아주 특별한 외출
안토니오니, 왕가위와 소더버그를 만나다!


1995년, 거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갑작스레 찾아온 중풍 발작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마비가 된 몸을 이끌고 그의 장편영화 <구름 저편에>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때 참여한 프로듀서 중 한 명의 말에 따르면, 안토니오니는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구름 저편에>를 완성한 후에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안토니오니의 그칠 줄 모르는 영화 열정에 고무된 프로듀서 스테판 가제프는 이 말년의 노장과 함께 에로스를 주제로 한 삼부작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컨셉은 바로 안토니오니에게 영화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온 당대를 대표하는 두 명의 젊은 감독을 포함하는 한편, 인생의 말년에 있는 안토니오니에게 있어서 과연 에로스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안토니오니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왕가위와 스티븐 소더버그 또한 흔쾌히 이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아 들임으로써 영화사상 가장 눈부신 만남은 그렇게 시작될 수 있었다.

Music & IIlust

<에로스>의 또 다른 유혹,
붓과 선율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 스티븐 소더버그의 <꿈속의 여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의 완성과 함께 프로듀서들에게 떨어진 임무는 각각 다른 세 개의 영화를 연결시켜줄 시퀀스를 찾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에로스라는 주제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만큼 각각의 독특한 이야기들을 하나의 유연한 영상으로 전달하는 작업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위험한 관계>의 각본가인 토니노 구에라는 자신의 시집에서 일러스트를 맡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아티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렌조 마토티를 추천한다.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험해본 후, 마토티는 각각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 어울릴만한 세 개의 시퀀스를 완성했는데, 몽환적이고 에로틱함 그 자체인 시퀀스를 받아본 감독들은 모두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한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에서 <쿠쿠루쿠쿠 팔로마>를 불러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 브라질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카에타노 벨로소. 그는 <에로스>를 위해서 노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를 직접 만들어 영화에 바쳤다. 이 음악은 로렌조 마토티가 디자인한 연결 시퀀스에 흘러 매혹과 서정을 발산하며,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기 전 관객들로 하여금 이전 작품을 음미하는 순간을 마련해 준다.

첫 번째 편지 from 왕가위
About <그녀의 손길>


감성을 자극하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사스가 창궐하던 지난 해,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을 시작했다. 매일 우리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으며 가급적 서로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피했다. 이런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접촉’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게 했다” – 감독 왕가위 -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은 홍콩의 아름다운 고급 콜걸(공리)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한 젊은 재단사(장첸)의 이야기를 왕가위 영화 특유의 질감과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에로틱한 서정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누군가 전화를 할 때 옆에서 엿듣고 있는 사람처럼, 우리는 재단사 장이 되어 오직 그녀 삶의 주변에서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단서로 고급매춘부 후아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고급콜걸, 극도의 흥분을 자아내는 한낮의 아파트, 짧지만 강렬한 손의 감촉, 이것이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장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상황의 전부인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손길>은 인상적인 비주얼이 영화 전체의 감성을 담아내는 독특한 영화다.
영화 속 카메라가 잡아내는 빈 복도, 식당의 식탁, 남자 머리의 뒤편, 화면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 언쟁 또는 사랑을 나누는 소리 등 이미지들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존재와 장소가 전하는 묘한 아우라에 둘러 싸이게 된다. 대사가 아닌 공간이 품은 특유의 질감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말을 거는 이 특별한 접촉은 줄곧 자신의 영화에서 공간과 음악에 대한 탐미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시도해 온 왕가위 감독만의 독백이자, 몽환적이고 정적인 공간의 흐름 안에서 특별한 문자들을 포착해내는 그만의 영화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이번 영화의 촬영은 <아비정전>부터 <동사서독>,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에 이르기까지 왕가위의 모든 영화에서 촬영을 담당해온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았다. 줄곧 깊이 있고 절제된 미학적 영상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촬영을 통해 숨이 멎을 듯한 에로스의 순간을 인상 깊게 포착해 내었다. 또한 재즈선율이 인상적인 영화 속 음악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과 줄곧 작업을 해왔던 독일의 피어 라벤이 맡았다.

두 번째 편지 from 소더버그
About <꿈속의 여인>


한 남자의 꿈의 정체를 쫓아가는 미스테리 코미디

“소더버그의 <꿈속의 여인>은 좀 더 쾌활한 작품이다. 그 주된 매력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알란 아킨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고 가는 통렬한 유머에 있다.” - 버라이어티, 데이비드 루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꿈속의 여인>은 5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밤마다 되풀이되는 에로틱한 꿈에 시달리는 한 광고 세일즈맨과 그 주인공의 심리상담을 도와주는 의사와의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심리치료 과정이 돋보이는 코미디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알란 아킨이 주연하는 에로틱한 영화는 대체 어떤 것일까, 라는 소더버그 감독 자신의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 낯선 코미디는 에로스란 주제에 대해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한 다른 두 이야기와는 달리 좀더 가볍고 모호한 방식을 취했다.
영화는 흑백의 롱테이크 샷으로, 기억할 수 없는 기이한 꿈속의 그녀를 의도적으로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나른한 꿈의 한 자락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다가도 이상한 꿈을 꾸는 남자와 그를 치료하는 남자 의사의 엇갈린 표정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행동, 그리고 의사와 환자라는 기존의 역할 안에서 보여지는 스테레오 타입의 질문과 답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두 인물을 교차해 놓음으로써 시종 익살스럽고 독특한 분위기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낯설은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 편지 from 안토니오니
About <위험한 관계>


남녀간의 건널 수 없는 심연에 관한 기묘한 드라마

“<에로스>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통한 창문을 열어보는 것과도 같았다. 마치 안토니오니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어떤 일련의 위험한 것들을, 그를 따라 더듬더듬 헤쳐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일생에 걸쳐 한번은 빠져 나가야 할 어떤 미로처럼 느껴졌다” – 음악 감독 엔리카 안토니오니 -

세계적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는 남녀간에 존재하는 건널 수 없는 심연에 관한 이야기를 그 특유의 철학적 고찰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름의 끝자락, 강렬한 색상, 위기에 처한 부부, 그리고 다른 여자의 존재, 외로움, 애정의 부재, 그리고 내면으로부터의 공허함. 이처럼 안토니오니가 이번 작품 안에서 나열하고 있는 일련의 위험들은 일반적인 영화들의 내러티브와는 달리, 상당히 낯선 체험을 제공한다. 안토니오니는 인물들을 둘러싼 주변환경에 따른 인간의 심리변화와 고질적인 권태를 껴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에 주목해온 감독으로 그의 영화에서 실재적인 이야기 구조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그 아래 깔려있는 암시와 도발 그리고 감각을 느낄 때에 인간 내면에 대한 감독 특유의 읊조림을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영화란 것이 만드는 이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요구에 의해 탄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지 그 자체가 어떤 존재론적인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가? 라는 안토니오니 감독이 평생 스스로에게 던졌던 물음에 어쩌면 <위험한 관계>가 그 마지막 답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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