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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을 생각하면 입을 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어어부 프로젝트로 활동하던 시절 부조리한 이야기로 전개되던 가사를 포효하던 패기가 그렇고, 여러 솔로 작업에서도 감각적인 언어와 탁월한 음율로 부르던 노랫말이 그의 입에서 두드러졌다. 할 말이 많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고, 그가 고른 낱말과 문장과 이야기들은 갈수록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입을 닫았다. 11년의 공백을 깨고 2019년에 발표한 《가볍고 수많은》에선 사람들이 기대하던 가볍고도 수많은 백현진표 감정을 담은 가사로 출렁거렸는데, 이번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청각적 기호들만으로 채운 음반을 냈다. 열세개의 트랙은 A1번부터 A7번까지, B1번부터 B6번까지 건조하디건조한 제목으로 나열돼 있고 크라임 신(Crime Scene)이 찍힌 야간 CCTV 같은 아트워크만이 이야기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일한 단서다. 모든 곡은 전자음으로만 구성되었고 B 트랙에서야 귀를 기울이면 알아챌 수 있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Music] 낯설지만 압도적인 - 백현진 《Csimplex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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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사이엔 중재자가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기술과 개성이 또렷한 카운터들 중에도 그런 캐릭터가 있다. ‘언니네 국수’의 ‘언니’이자 <경이로운 소문>의 힐러를 맡고 있는 추매옥이 바로 그런 사람. 흥분과 차분을 오가며 주변인들을 북돋아주다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을 향해 스카프를 바싹 매고 달려가는 매옥은 카운터들간의 융화는 물론 존속도 가능케한 베테랑이다. 매옥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또한 <경이로운 소문>팀에 그런 존재인 듯했다. 표지 촬영 내내 유준상 배우가 앞장서서 파이팅을 불어넣고, 조병규·김세정 배우가 전천후로 에너지를 발산할 때 그는 엷은 미소로 이들의 등을 토닥였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 몫을 다하는 그의 아우라는 과연 추매옥을 닮아 있었다.
-데뷔 21년차에 <경이로운 소문>으로 전에 없던 액션 신을 소화 중이다.
=다른 카운터들에 비하면 액션 신이 많지는 않은데, 달리는 신은 많은 편이다. 너무 잘하고 싶고 욕심도 나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염혜란 - 치유하고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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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에서 무표정한 김세정을 보는 일엔 묘한 통쾌함이 따른다. <프로듀스 101>은 물론 아이오아이와 구구단의 멤버로 무대 위에 설 때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에이스로 주목받는 순간에도 김세정은 한결같이 웃음을 잃지 않는 소녀였다. 타고난 성격일까, 아이돌이 요구받는 감정노동의 산물은 아닐까 괜스레 의식하다가도 뭐든지 알아서 잘해내는 명민한 모습에 걱정을 거두곤 했다.
그랬던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홀 서빙을 하고, 아픈 과거가 드러날 것 같은 순간엔 주저 없이 괴력으로 사람을 날려버리며, 몸에 딱 붙는 아이돌 의상 대신 펑퍼짐한 추리닝을 입고 발차기를 하는 카운터 도하나로 돌아왔다. 스스로의 ‘꽃길’을 능동적으로 개척해온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경이로운 소문>의 ‘잘생김 담당’이라고 하더라.
=부정하지 않겠다. (웃음) 처음부터 그렇게 알고 드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김세정 - 넘어지고 상처받아도, 꽃길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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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악귀라면 모탁이 제일 두렵지 않을까. 극중 모탁의 매서운 눈빛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소문>의 모탁은 ‘카운터’라 불리는 히어로 역할로, 살인을 저지르는 ‘악귀’를 처단한다. “죽지 않을 만큼만 죽인다”라며 악귀를 쫓는 모탁의 능력은 괴력. 그런 모탁의 단단한 기운이 유준상 배우에게서도 느껴진다 싶을 찰나, 그 역시 자신의 캐스팅 이유로 에너지를 언급한다.
지난해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에서 열정 가득한 본부장 안궁철로 분했던 유준상 배우는 <경이로운 소문>의 행동파 카운터 모탁을 연기한다. 3개월간 치열하게 훈련하며 몸을 만들고, “모탁의 엉뚱한 면이 나와 닮았다”라며 웃는 그에게서 모탁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졌다.
-‘39살 역할’이란 말에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던데.
=처음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관리를 잘한 보람이 있더라. (웃음) 감독님에게 왜 날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유준상 - 출발선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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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흥행이다. 작품에서의 지분도 점차 늘어나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에서 메인 캐릭터로 우뚝 섰다.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악귀 잡는 카운터로 특채 선발되면서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는 선하고 의로운 고등학생이다.
촬영이 거듭될수록 소문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그는 “예전엔 날이 서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웃는다”라며 소문이를 만난 것에 행복해했다. 소문이의 이름 앞에 ‘경이로운’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처럼, 자신의 이름 앞에도 수식어를 붙이면 뭐가 좋겠냐는 물음엔 “‘그냥’이 좋은 것 같다. 그냥 조병규!”라고 답했다. 고착화된 수식이 아닌 자유로운 상태를 원하는 그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줬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출연하게 됐나.
=캐스팅되기 두달쯤 전인가, 소속사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 레벨 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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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너무 예쁘신 거 아니에요?”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염혜란을 보고 김세정이 우렁찬 목소리로 감탄한다. 먼저 스타일링을 마친 유준상과 조병규는 “조만간 우리가 같이 영화 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테니 미리 사진을 찍어두시라”라며 기자들 앞에서 한껏 멋진 포즈를 취했다. 분명 유준상과 조병규는 오후 8시, 김세정과 염혜란은 오후 9시까지 스튜디오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건만 모든 배우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 분장을 마친 상황. 배우들의 부지런함에 깜짝 놀랐다고 하자 원래 현장에도 30분씩 일찍 모일 만큼 열정적인 팀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화기애애한 화보 촬영 분위기에 <경이로운 소문> 속 카운터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케미스트리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6회 만에 OC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고 두 자릿수 시청률 진입을 코앞에 둔 <경이로운 소문>은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한 카운터들이 지상의 악귀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유준상·김세정·염혜란 - 우리들의 경이로운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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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정이용 작가는 함께 만화를 창작한다. 두 작가는 2013년 <환절기>를 시작으로 장편 <당신의 부탁>(2015), <니나 내나>(2016), <요요>(2019), 그리고 단편 <캠프>(<토요일의 세계>에 수록)를 작업했고 이동은 작가는 감독으로 명필름 영화학교에서 <환절기>(2018)를 영화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영화 <당신의 부탁>(2018), 영화 <니나 내나>(2019)를 찍었다.
이동은 작가의 영화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인용 작가의 만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만화를 바탕으로 이동은 작가는 감독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다. 현실적인 인물들이 범상한 사연을 보여주는 이동은·정이용 작가의 만화는 언제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작품마다의 개성은 분명하다. 글·그림 작업이 선명히 나뉜다기보다는 상대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세계에 받아들여 하나의 작품
만화 <진, 진> 펴낸 이동은·정이용 - 감정을 절제하고 덜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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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니. 기이한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뒤덮고, 사람이 끊임없이 병들어 죽어나가는데도 ‘새해’가 올 수 있구나. 이래서 ‘세월’을 가리켜 참 ‘속절없고’, ‘가차 없다’고들 하는구나.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려 했을 때 꽤 망설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메일 끝에 종종 “무탈하게 지내세요” 라고 적긴 했지만 왜인지 입이 썼다. 일단 ‘감염’은 ‘무탈하게 지내고 싶은’ 내 의지와 소망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태이며, 무엇보다 일신의 무탈을 비는 내 소망이 조금은 ‘보신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탈’이 났고, ‘탈’이 날 확률이 높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안위를 돌보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무탈’은 그저 요행일 뿐이지 않은가.
‘건강하세요’라는 말도 버석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사용하는 것부터가 입에 붙지 않을뿐더러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건강’이 곧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신체’라는 뜻의 ‘유용성’과 ‘정상성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모두에게 복된 새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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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명지대 예술학부 교수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부위원장으로는 최재원 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가 선임됐다 지난 1월12일 오후 영진위는 9인 위원회 회의를 열어 신임 영진위원장을 호선으로 뽑았다.
김영진 교수는 <씨네21> <필름2.0> 등 영화전문지 기자를 거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2020년 1월부터 영진위원으로 합류해 부위원장을 맡은 그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기획위원장으로 새 영화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한 영진위 관계자는 김 신임 위원장 선출을 두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새로운 영화 정책을 수립하는 중추 역할의 연속성과 영화계 리더의 세대교체 요구가 적극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출신인 최재원 전 대표는 전 아이픽쳐스 대표, 전 NEW 대표, 전 바른손 대표 등을 거
[단독] 신임 영진위원장에 김영진 교수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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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더이상 잃을 게 없다.” <차인표>로 재도약의 출사표를 내민 배우 차인표의 심정은 이러했다. <타워>(2012), <감기>(2013) 이후 잠잠했던 그에게 <차인표>는 “지난 6년간 유일하게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다. 그사이 차인표는 대한민국에서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배우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를 기점으로 확연히 갈라지는 그의 인지도는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에서 검지를 흔들고 색소폰을 불던 백마 탄 왕자와, ‘분노의 양치질’ 밈 시리즈(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악역 연기에 도전한 차인표의 분노 연기가 SNS에서 개그 코드로 활용됐다)의 주인공이 표상하는 이미지만큼이나 격차가 크다.
재기를 위해 고심하던 배우 차인표가 급작스러운 붕괴 사고로 여자고등학교의 샤워실에 갇히는 이야기인 <차인표>에서 그는 나체 상태로 어둠 속에 누워서도
차인표의 '차인표', “오랜 부자유 속에서 나를 꺼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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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최초의 R등급 영화가 탄생한다. 히어로계의 악동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의 세번째 영화가 그 주인공이다. 1월12일(현지시간), 마블 스튜디오의 CEO 케빈 파이기는 <콜라이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데드풀 3>(가제)가 공식적으로 MCU에 합류하며, R등급으로 제작됨을 밝혔다. 그는 "현재 <데드풀 3>는 각본 작업이 진행 중이며 라이언 레이놀즈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고 있다. 데드풀은 MCU에서는 본 적 없었던 캐릭터이며, 이 캐릭터에 라이언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촬영은 올해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데드풀> 시리즈는 21세기 폭스에서 제작을 맡았지만, 지난 2019년 3월 마블 스튜디오의 모기업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완전히 인수하며 차후 행방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데드풀 3>의 등급이 낮아지는 것, MCU에 합류
<데드풀 3>,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R등급 영화로 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