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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뒷바라지한 애인에게 뒤통수를 맞고, 철부지 연하 남자 친구가 속을 썩이고, 공감 능력 제로인 남친 때문에 매 순간이 답답하고…. 고등학교 동창인 서연(이새별), 희주(조한나), 가희(이다해)와 보영(강나리)은 삐걱대는 연애 탓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아홉수는 정말 존재할까.” 서른을 앞둔 네 사람은 차라리 얼른 해를 넘겨 이 고달픈 순간이 지나가길 바란다.
<아홉수 로맨스>는 각기 다른 네 커플이 빚는 갈등, 사랑의 시작과 끝까지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 집중한다. 그 지지부진함에 새로울 건 없다. 다만 끝이 보이는 듯한 그 기시감이, 인물들 편에서 화내고 응원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나치리만치 솔직한 네 인물의 입담에도 공감하며 귀 기울이게 된다. 매끄럽진 않아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로맨스영화다.
영화 '아홉수 로맨스' 각기 다른 네 커플이 빚는 갈등, 사랑의 시작과 끝까지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 집중한 로맨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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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더블린. 돔(루이스 탈페)은 국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로서 20년간 팀을 승리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경기 전 돔은 출전 기회를 박탈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죽자 돔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돔은 운 좋게 다시 출전 기회를 얻는다.
<더 레이서>는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사이클 선수 돔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대규모 사이클 대회를 재현하고 리드미컬한 편집을 통해 경주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속도감에만 매몰된 연출을 선보이진 않는다. 속도를 낼 수 없는 돔의 상황과 고민을 담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레이싱을 삶에 대한 은유로 읽어내려 하지만 성급한 결말이 이를 막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더 레이서'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사이클 선수 돔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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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는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9살 소년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뉴욕의 심리치료사 메리언(테클라 뢰턴)은 끔찍한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스코틀랜드에 새 터전을 마련한다. 그곳에서 만난 소년 매니(엘리야 울프)는 메리언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이 현실이 된다고 털어놓는다.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매니가 그린 그림이 하나둘 실현되는 걸 목격한 메리언은 혼란에 휩싸인다.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동명의 25분짜리 단편을 장편으로 리메이크했다. 참신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관객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하지만 헐거운 구성으로 서스펜스를 오래 붙잡아두진 못한다. 장르적 재미 외에도 ‘마리오네트’라는 제목처럼 운명과 존재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지는 점은 흥미롭지만 반전의 강박을 벗지 못한 결말이 다소 아쉽다.
영화 '마리오네트'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9살 소년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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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는 함께할 뮤지션을 찾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많은 뮤지션이 무대를 오르내린다. 밴드 ‘머저리 클럽’의 드러머 섭(갈치)과 베이시스트 철(이재호)도 오디션 참가를 원한다. 그러나 밴드 리더 임재가 종적을 감춘다. 섭과 철은 은정(공민정)과 함께 하염없이 임재를 기다린다. 한편 블루스를 하고 싶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흑인 뮤지션 덕규(크리스 라이언) 또한 오디션 현장을 찾는다.
황욱 감독은 자신의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2016)를 확장시켜 장편영화 <라이브 하드>를 만들었다. 흑백 화면 속 젊은 뮤지션들의 곤궁한 일상 풍경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무대의 앞과 뒤를 유연하게 오가는 담백한 연출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 '라이브 하드' 황욱 감독의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를 확장시켜 만든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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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로저먼드 파이크)는 은퇴한 노인들의 법정후견인이 되어 그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해주는 케어 업체를 운영 중이다. 심신이 온전치 못한 고객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은 노인들을 요양원에 가둬 자유를 빼앗은 뒤, 그들의 재산을 처분해 이익을 챙기는 것이 주목적이다. 말라의 검은 속내를 눈치챈 이들이 법정에서 그와 다퉈보지만, 철저한 계획과 해박한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말라를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손발이 척척 맞는 완벽한 파트너 프랜(에이사 곤살레스)과 함께 다음 타깃을 물색하던 말라는 제니퍼(다이앤 위스트)를 상대로 작전을 펼친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중 제니퍼가 평범한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말라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한다.
J 블레이크슨 감독의 블랙코미디 스릴러 <퍼펙트 케어>는 크게 두 가지 힘으로 달려가는 영화다. 하나는 극을 이끄는 주연배우 로저먼드 파이크가 지닌 아우라와 매력이다. 악역 말라가 보여주는 간교하고 담대한
영화 '퍼펙트 케어' J 블레이크슨 감독의 블랙코미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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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사장 우수한(김영광)은 돈만 되면 어떤 의뢰든 받는다. 어느 날 국정원 요원 신기루(김태훈)가 흥신소를 찾아와 사무실을 빌리기로 약속한 뒤 불의의 사고로 입원을 한다. 한편 중국의 비밀 요원 유다희(이선빈)는 총기 밀매 루트를 쫓아 한국으로 온다. 중국측에선 수습요원을 투입해 책임을 떠넘길 생각으로 신참을 파견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다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국정원 요원과 접선을 약속한 흥신소로 향한다. 우수한을 신기루로 착각한 유다희는 천만원을 제시하며 수사 공조를 요청하고, 우수한은 눈앞의 돈에 넘어가 위험한 임무에 뛰어든다.
<미션 파서블>은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액션 코미디다. ‘킬링타임’은 이영화의 지상 과제이자 최대의 칭찬이다. 우연히 파트너가 된 신참 요원과 흥신소 직원이 거대 밀매 조직과 벌이는 대결은 부담 없이 웃음을 터트리기 위한 과장된 장치들로 가득하다. 완전 다른 두 인물이 파트너가 되어가는 과정, 각자의 아픈 사연, 느닷없이 펼쳐지는 액션은 보
영화 '미션 파서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하는 킬링타임용 액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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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춘이 있다. 대학생 현지(배주현)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기자였던 아버지처럼 언젠가 멋진 보도를 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지만,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람(신승호)은 씨름 선수다. 천하장사 성민과 친형제 못지 않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성민이 씨름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우람은 씨름을 그만둔다. 이후 이태원 트랜스바에서 일을 시작한 우람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현지를 마주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현지와 운동을 그만두고 바에서 험난한 심부름일을 하는 우람, 두 남녀는 각자의 위치에서 아등바등하다가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더블패티>는 현지와 우람, 두 사람의 사연이 교차로 전개되는 청춘 드라마다. 두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라기 보다 현실에 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받는 건전한 관계를 그려
영화 '더블패티' 아나운서 지망생과 전직 씨름선수의 성장통을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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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개봉 이후 22년 만에 이와이 슌지 감독이 보내는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등을 연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라스트 레터>는 편지를 통해 과거 자신의 첫사랑을, 그리고 그 첫사랑의 현재를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나는 이와이 슌지만큼 로맨틱한 작가를 알지 못한다”는 찬사를 보낼 만큼 첫사랑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장기가 여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 미사키의 장례식장을 묵묵히 지키는 동생 유리(마쓰 다카코). 그곳에서 유리는 미사키 앞으로 온 동창회 초대장을 전달받는다. 언니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참석한 동창회에서 유리는 미사키로 오해를 받는다. 그러던 중, 동창회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쿄시로 선배(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재회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고,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한 쿄시로는 “잘 지내고
영화 '라스트 레터'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등을 연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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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지 1년이 지났다. 대구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2월 18일을 기점으로 한국영화계는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말 극장 관객수 100만명은 더이상 볼 수 없는 숫자가 되었고, 대구발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자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2월 26일로 개봉일을 잡았던 <사냥의 시간>과 <기생충: 흑백판>은 개봉을 미뤄야만 했다. 이어 영화계에 들려온 소식은 신작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영화계에 불어넣었던 활력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그렇게 사그라졌다.
<씨네21>은 코로나19가 한국영화계를 강타한 지 1년이 된 지금, 충무로 플레이어들을 모아 현 상황을 진단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이후 1년간 한국영화계는 어떻게 변했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충무로 플레이어 6인, 코로나19 이후 1년, 한국영화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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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라야와 성스러운 물의 드래곤 시수가 조각난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모험을 그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서 여러 면에서 최초를 선언한다. 동남아시아 지역과 문화를 소재로 선택한 최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디즈니가 극장으로 돌아가는 첫 영화다. 2021년 3월 5일(국내 개봉 3월) 전세계 개봉하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제작진과 버추얼로 진행한 인터뷰를 키워드로 정리해 전한다.
드래곤을 닮은 땅, 쿠만드라
쿠만드라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무대다. 드래곤의 형상을 닮은 땅으로, 하트(심장), 팽(송곳니), 스파인(척추), 탤런(발톱), 테일(꼬리)로 나뉜 다섯개의 땅에서 각 부족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라야의 아버지인 벤자가 부족장인 하트는 마법을 믿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비옥한 땅이고, 팽은 수자원이 풍족한 번성의 땅이다. 반면 반도인 스파인과 사막인 테일 사람들은 자원 부족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동남아시아 디즈니 프린세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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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4일, 연남동에 위치한 Cafe연남동223-14(‘그림카페’라고도 불린다)가 핫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위한 손님들 대신 할리우드 영화 스탭들로 북적거렸다.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의 배우와 제작진은 당시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주인공 라라 진(라나 콘도르)의 가족 여행은 영화상 분량이 많지 않지만 시리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카페에서 진행된 촬영은 영화의 오프닝이자 라라 진의 앞날을 예고하는 신이었다. 현장 공개 이틀 전 라나 콘도르와 언론 인터뷰를 가졌던 아시아 각국 기자들이 한데 모여 이날 촬영을 참관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사랑에 빠질 때마다 상대에게 러브레터를 쓰지만 부치지 않고 상자에 모아두던 라라 진이 주인공으로, 그의 동생 키티(애나 캐스카트)가 라라 진의 짝사랑 상대에게 편지를 모두 발송해 버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하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한국 로케이션 촬영 현장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