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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대마경> 天国大魔境, 2023
감독 모리 히로타카
설 연휴에도 방 침대에 포근히 누워 애니메이션에 자아를 의탁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천국대마경>을 시작으로 몇개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천국대마경>은 문명이 무너진 디스토피아풍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는다. 히토쿠이라 불리는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고 인간들은 서로를 잡아 죽인다. 히토쿠이를 사냥하는 보디가드 소녀 키루코는 소년 마루를 ‘천국’이란 미지의 공간으로 데려다주려는 중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 두 소년 소녀의 산뜻한 애정 전선, 발랄한 모험극이 대번 첫눈에 띄나 속내는 기괴하다. 인간의 뇌를 타인의 신체에 이식하고 몸 절반이 잘리는 등 심심찮게 등장하는 신체 절단·합성의 모티프, 아이들을 실험에 사용하는 어른들의 행태, 적잖은 팬들에게 충격과 논쟁을 안긴 12화의 ‘그 장면’까지…. 감정의 완벽한 완급 조절과 신선한 플롯 구조 및 세계관을 고려하면 감히 2023년의 최고 애니
[특집] 2D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오타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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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키스 뱅 뱅> Kiss Kiss Bang Bang, 2005
감독 셰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발 킬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정점은 <아이언맨> 시리즈인가, 혹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까지 넘보는 <오펜하이머>인가. 어느 쪽이 됐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분기점은 <키스 키스 뱅 뱅>이다. 흥행은 실패했지만 <아이언맨> 시리즈에 캐스팅되는 발판이 된 작품이다. 장난감 가게를 털던 좀도둑 해리 록하트(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도망가던 도중 우연히 영화 오디션장에 발을 들인다. 임기응변으로 자신의 실패담을 늘어놨을 뿐인데 그는 덜컥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오인 받는다. 여기에 로맨스가 들어오고, 살인사건이 엮인다. 레이먼드 챈들러, 더실 해밋의 하드보일드와 네오누아르 장르에 바치는 헌사이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특유의 능청스럽고 수다스런 연기적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특집] 평범한 취향을 거부하는 홍대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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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La Strada, 1954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앤서니 퀸, 줄리에타 마시나
영화의 기념일을 챙기는 일은 지극히 시네필스러운 행동일 것이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을 보며 이 영화의 탄생을 축하해주자. 어느 날 가난한 집의 딸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의 인생이 바뀐다. 돈 때문에 곡예사 잠파노(앤서니 퀸)에게 팔려간 것이다. 젤소미나는 북 치는 법을 익히고 세상의 진풍경을 목격하며 새 삶에 적응해나가지만 생각이란 걸 할 줄 모르는 남자와의 유랑 생활이 버거워 결국 도망친다. 그러다 다시 잠파노에게 붙잡히고 둘은 어느 서커스단의 일원이 된다. 잠파노가 일터에서 사고를 친 뒤에도 젤소미나는 서커스단측으로부터 여기 남아도 좋다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대신 그를 따라나선다. <길>의 젤소미나는 전후 이탈리아 시대의 비운의 여성으로 해석되나 다시금 들여다보니 그의 주체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사람, 물건, 공연
[특집] 명작 리스트를 꿰뚫고 있는 시네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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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경일상> 卿卿日常, 2022
감독 조계진 출연 백경정, 전희미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까운 중국 고장극. 혼인동맹을 위해 여러 지역에서 젊은 여자들이 신천으로 보내진다. 이미(전희미)는 한미한 제천 출신으로, 혼인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기보다 어서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뿐이다. 곧 탈락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이미는 6소주 윤쟁(백경정)의 측실부인이 된다. 윤쟁은 권력 쟁탈을 위해 암암리에 힘겨루기를 하는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죽이고 지내는데, 이미는 이런 차분한 윤쟁의 태도와 모종의 오해 때문에 그가 곧 죽으리라고 예상하고 기뻐한다. 남편이 죽기를 기다리며 이미는 신천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여자들이 넘쳐나는 후원에서, 여자들은 서로 경쟁하는 만큼이나 서로 돌보고 어울린다. 갈등은 존재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는 식의 판타지가 <경경일상>을 보는 안온한 즐거움의 한복판에
[특집] 미드, 영드, 일드, 중드 몰아보길 즐기는 해외 드라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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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2013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 이준호
<무빙> 속 봉석 엄마로 눈에 익은 한효주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릴 기회다. <감시자들>에서 한효주 배우는 기억이 특출나게 뛰어난 경찰 하윤주 역을 맡아 신선한 연기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극 중 하윤주는 뛰어난 직감의 소유자인 황 반장(설경구)이 이끄는 감시반에 신입으로 들어온다. 감시반은 서울 한복판에서 3분 만에 벌어진 은행 무장 강도 사건의 주범인 제임스(정우성)를 따라붙기 시작한다. <감시자들>은 깔끔한 오락영화다. CCTV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추적 과정은 군더더기 없는 편집으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요원들의 팀워크는 사내 연애가 아닌 각자가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내는 것에서 나온다. 감시자들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지하철과 길거리는 익숙함 대신 새로움을 안긴다. 모니터를 종일 붙잡고 일하는 경찰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직업 탐구영
[특집]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는 효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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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는 총 4일. 제사 지내랴 전 부치랴 바빠서 극장 나들이를 하기 어렵거나 또는 그냥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모종의 이유로 집에 남아 있게 된 이들을 위해 <씨네21> 기자들이 안방 1열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보았다. 그전에 내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부터 마련했다.
효자파
명절 연휴 때마다 부모님이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없니~?”라고 물으면 넷플릭스 보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드리며, 봤던 영화도 기꺼이 한번 더 보는 효심을 발휘하는 당신! 부모님의 취향을 1순위로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기왕이면 그중에서 또 봐도 재미있을 영화를 택하는 건 어떨까.
해외 드라마파
2월9일부터 12일까지 총 4일의 연휴. 하루에 한 시즌씩 네 시즌 정도는 거뜬히 독파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 시즌제로 제작되는 해외 드라마는 이같은 몰아보기에 적합하다. <씨네21>이 특별히 추천하는 미드, 영드, 일드, 중드의
[특집]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 설 연휴 집에 남아 있는 당신을 위한 <씨네21>의 유형별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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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극장 산업은 어떻게 변할까. 2023년은 그간의 영화 흥행 공식이 대부분 비껴가는 해였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공통된 의견을 바탕으로 “고예산 블록버스터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소재와 작품”이 주목을 이끌었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여름과 추석 등 기존 성수기를 노린 텐트폴 영화는 관객으로부터 냉랭한 평가를 받았지만 “<잠> <달짝지근해: 7510> <30일> 등 제작비 50억원 미만의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변화한 콘텐츠 소비 패턴을 근원적 원인으로 꼽은 의견이 다수 나왔다. 긴 침체기를 통과하는 극장의 대안처럼 떠올랐던 OTT는 그들만의 뜨거운 리그 속에서 생존을 모색 중이다.ㅁ 오리지널 시리즈 외에 다양성을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는 산업 내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이유기도 하다. 숏폼 영향권에 들어선 1020세대의 콘텐츠 소비
[특집] 달라진 소비 패턴, 콘텐츠도 변화한다, 숏폼 열풍과 경계 흐려진 OTT 플랫폼·극장 시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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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제작 역량이 <서울의 봄>으로 폭발했다.” 창사 10주년을 맞은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씨네21>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4편의 영화를 론칭”했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서울의 봄>의 흥행을 이끌었다. “위기의 영화산업에 묘수보다는 본질적인 접근”을 취해온 충무로의 단단한 대들보는 “시대극과 역사물을 중심으로 한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독보적 성과를 이뤄냈다. “하이브가 만들어낼 또 다른 현대사 이야기가 속속 속보 형식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등 탄탄한 라인업이 “<서울의 봄>의 성공을 뒷받침할” 준비를 마쳤다. 창사 최초의 OTT 시리즈로 영화 <내부자들>의 프리퀄, 우민호 감독의
[특집] 화제의 라인업 준비는 끝났다, 2024년 주목해야 할 제작사, 연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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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지 않나.” 주목해야 할 영화 1위 <미키17>에 대한 기대는 세 글자로 설명된다. <기생충> 이후 전세계가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원작 소설 <미키7>에 대한 선택, 필모그래피 최초 단독 각본이라는 선택,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기용한 선택,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와 협업하는 선택. 그의 첫 영어영화 <설국열차>, 첫 한미 합작 영화 <옥자>와 달리 <미키17>은 “첫 100% 할리우드영화”로 제작비 1억5천만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작품이 될 전망이다. <설국열차>에서 다가올 세상에 관심을 표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첫 우주 SF를 통해 더욱 진일보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가 오는 3월로 예고했던 개봉을 연기하자, 연속으로 칸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하
[특집] 올해를 휩쓸 승자는?, 2024년 주목해야 할 영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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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인이 선택한 2024년 주목해야 할 배우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에는 공채 탤런트 출신의 연기자나 극단에서 시작 하여 영화에 발을 들인 ‘전통적인’ 배우들이 주로 꼽혔다면 올해엔 다영역을 오가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간 순수성과 충성도가 강조되어온 연기 영역에서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오가는 이들도 충분히 인정받는, 이전보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시리즈, 드라마타이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가 혼재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태동한 상황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인과 기성 배우 사이의 경계도 다소 흐려졌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파워 신인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잠재력을 발휘할 때
'2024년 주목하는 남자배우’ 1위는 임시완이 차지했다. “<소년시대> 의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장르, 캐릭터와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날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동시에 높였다
[특집] 실력과 스타성이 있다면 분야도, 세대도 상관없다, 2024년에 주목해야 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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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지지다. 영상 산업을 이끄는 리더 67인에게 2023년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3분의 1가량의 응답자가 <서울의 봄>을 언급했다. <서울의 봄>은 올해로 데뷔 31주년을 맞은 김성수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자 하이브미디어코프 창립 10년 만에 탄생한 첫 천만 영화다. 1월26일 관객수 1298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9위 성적에 올랐다. 김성수 감독은 수컷들의 비열한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상적인 남성성의 존재 가능성을 질문해왔다. 그가 천착해온 주제는 1979년 한국의 군부 정치와 만나면서 대중성과 맞닿은 지점을 발견해냈다. 그렇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근현대 배경의 남성 중심적 서사가 충분히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서울의 봄>은 “최근 몇년 동안 나온 가장 완성도가 높은 상업영화 중 한편”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올해 최고의 콘텐츠로 꼽혔다. 비수기에 해당하는 11월
[특집] 도전적인 시도의 성과, 2023년 인상 깊었던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