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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폭군처럼 거친 아버지와 단둘이 숲속에서 살아간다. 숲 밖 세계를 ‘머나먼 세상’이라고 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절대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엄포한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 아버지가 크게 다치자, 아들은 그를 치료하기 위해 ‘머나먼 세상’으로 낯선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야생적 동심으로 충만한 <머나먼 세상 속으로>는 장 프랑수아 보슈맹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숲에는 반인반수의 생령들도 살고 있는데, 이중에는 사슴얼굴의 엄마도 있고 말, 고양이, 개구리 얼굴을 가진 조력자들도 있다. 감독은 판타지 속에 전쟁을 경험한 유럽의 역사적 상처도 기입해넣었다. 아마도 숲속 생령들은 전쟁과 적의가 만들어낸 가여운 희생자들이지 않을까 싶다. 악몽 속에서 아빠는 징집을 거부하는 잠꼬대를 하고, 군대가 주둔한 마을에는 축제처럼 참전 권유 캠페인이 한창이다.
모네나 르누아르의 풍경화를 떠올리는 숲과 마을 풍경은 손작업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장 르노
아이들의 동심, 어른들의 본성 <머나먼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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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엘자(소피 마르소)는 성공한 소설가다. 어린 남자친구와의 캐주얼한 만남만을 이어오던 그녀는 자신의 새 소설 출판 기념 파티에서 만난 변호사 피에르(프랑수아 클루제)에게 짧은 순간, 운명 같은 사랑을 느낀다. 피에르 역시 엘자와의 사랑을 강렬하게 꿈꾸지만, 피에르에게는 그를 믿고 의지하는 아내 안네(리사 아주엘로스)와 아이들이 있다.
<어떤 만남>은 중년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성숙함’보다는 ‘풋풋함’에 더 관심이 많다. 엘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장을 뒤적이고,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느라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피에르의 모습이나 피에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 친구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보고, 어린 남자친구를 이용해 피에르의 질투를 끌어내려 애쓰는 엘자의 모습은 십대들의 연애 양상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하지만 어색하고 어설플 법한 이 에피소드들이 큰 무리 없이 흘러갈 수 있는 건 한때 ‘십대 멜로영화’의 여신이었던, 그래서 소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은 고
중년 남녀의 ‘풋풋한’ 사랑 <어떤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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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2년의 조선, 기근과 착취 탓에 백성들의 삶은 곤궁하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의적단 ‘지리산 추설’의 활약이 시작된다. 무리의 정신적 지주 땡추(이경영)와 힘센 천보(마동석), 전략가 태기(조진웅) 등 사회에 분개한 인물들은 농민들의 한을 풀려고 힘을 합한다. 한편 백정으로 어렵게 살던 돌무치(하정우)의 가족도 양반의 꾐에 넘어가 몰살당한다. 혼자 남은 그를 안타까이 여긴 땡추는 돌무치를 추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는 이름을 도치로 개명한 뒤 원수인 조윤(강동원)에게 복수하려고 다짐한다.
윤종빈 감독의 네 번째 장편 <군도: 민란의 시대>는 다중적 플롯을 취했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도 분산되고 스타일도 복합적이다. 서사를 통한 전복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이를 보완한 형식의 면면이 참신하다. 하정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복수극 플롯은 ‘웨스턴 활극’을 지향한다. 그리고 강동원이 연기하는 서자의 스토리는 비주얼 중심의 ‘바로크적 무협’
곤궁한 농민들을 구하라 <군도: 민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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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스미다구, 높은 빌딩을 헤치고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여기에 공동의 목적으로 자율적으로 모여 평등하게 활동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공생’의 의미를 실천하는 노동자협동조합, ‘워커즈 코프’가 있다. 이름은 어렵지만 하는 일들은 친숙하다. 이들은 이제는 사라진 지역 전통 행사인 ‘떡메치기 대회’를 준비하고,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는 ‘아동관’을 운영하며, 노인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워커즈>는 하고 싶은 말로 가득한 다큐멘터리다. 여기에 어떠한 ‘영화적’ 기교도 부리지 않는 카메라와 조근조근 상황만 설명하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은 언뜻 심심한 TV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메시지로 관객을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워커즈 코프의 정신을 실천하듯 관객에게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기를 조용히 제안한다. 자칫하면 산만했을 각각의 에피소드를 엮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롭다. 작은 극장에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삶의 모습 <워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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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폴(귀욤 고익스)은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지만 별 야심이나 희망 없이 매일매일 이모들의 댄스 교습소에 출근하여 심심한 반주나 해주고 있다. 한편, 폴의 부모는 그가 두살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게 충격이 되었는지 어른이 된 폴은 내내 실어증을 앓고 있다. 이웃집에 사는 기이한 부인 프루스트(앤 르니)를 알게 된 건 그때다. 그녀는 작은 아파트의 방 안에 자기만의 비밀스런 화원을 꾸며놓고 거기서 키운 작물로 차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오는 차를 마시면, 마신 사람은 졸도를 하고 그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폴도 프루스트 부인 덕분에 그런 경험을 한다.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의 감독 실뱅 쇼메가 연출한 첫번째 장편 실사 극영화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아멜리에> <사랑해, 파리> 등 낭만적인 프랑스식 극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제작자 클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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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목소리(크리스티안 루오다넨)가 언젠가 아버지(투르카 마스토마키)와 함께 밤하늘을 보던 날을 회상한다. 그날 부자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함께 앉아 있었다. 지금은 나무가 한 그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과거엔 일대가 거대한 숲이었다고 아버지는 이른다. 그렇게 자연을 담은 카메라의 시선과 더불어 남자의 음성이 핀란드의 고대 전설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바다의 신 뵈이네는 육지로 올라와 달과 별을 보면서 숲을 건설했다고 한다. 뵈이네는 엄지손가락만 한 요정 삼프사에게 지시를 내려 그때부터 산에는 전나무가, 언덕에는 소나무가, 계곡에는 떨기나무, 그리고 늪에는 자작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여타의 자연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숲의 전설>은 자연의 모습을 세밀하게 파헤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지구의 정신을 담으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두 감독의 범신론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숲의 모든 활동은 요정의 영역이라거나, 죽음조차 자연의 일부라는 해석, 모두가 잠잠해질 무
보이지 않는 지구의 정신 <숲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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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에도 이미지가 있다면 ‘착한’ 단어일수록 오염되기 쉽다. ‘우리’와 ‘가족’이라는 단어도 이에 속한다. 공동체의 끈끈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때론 그 이름 아래 착취를 정당화하거나, 명백히 존재하는 차별을 손쉽게 가리는 데 이용된다. 탈북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가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을 때도 그 속뜻은 의심받기 쉽다. 이 말은 그들이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공고히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또는 ‘장애우’라는 단어가 지닌 모순이 그렇듯, 그 단어 자체가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대상으로, 다른 누군가는 불편한 주체의 위치로 미리 위계 짓는 것은 아닌가. 이런 우려와는 달리 <우리가족>은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족 이야기다.
탈북 청소년이 한집에 모여 산다. 그들의 구심점이 되어준 이는 평범한 남한 노총각 김태훈씨다. 2005년부터 북한 이탈주민들의 보호시설 하나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태훈씨는 그곳에서 탈
탈북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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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공주 만화들이 중산층 보수주의 여성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드림웍스의 왕족 만화들은 아동 교육물에 대한 강남 좌파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데 효과 만점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도 후자를 충족시키기 위한 많은 ‘정치적 올바름’을 구현하고 있다. 일단 주인공 히컵은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바이킹 혈통이며, 부족장이지만 단순히 혈통을 근거로 한 권력 이양에 회의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신체적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 개발을 통해 그것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매우 모범적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드래곤’이라는 타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던 바이킹족들이 히컵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2편에서는 히컵이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족장으로서 자질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2편에서 히컵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다.
훨씬 더 화려하고 강력해진 드래곤들의 라인업 <드래곤 길들이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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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출현한 <혹성탈출> 시리즈는 미래 사회에서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더불어 특수분장 역시 당시로서는 손꼽히는 수준의 성취를 자랑했는데, 더 그럴듯한 유인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은 그로부터 몇 십년을 거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에 이르자 할리우드는 특수분장이 아닌 모션 캡처 액션과 CG의 결합으로 완벽한 유인원의 모습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류가 거의 멸망하고 소수만이 살아남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유인원들은 도시를 떠나 숲에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10년간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며 마주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유인원들은 인간이 멸종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그 평화가 깨진 것은 도시의 비상전력이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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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성격을 가진 27살의 프란시스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댄서다. 그녀에게는 안락한 집은 물론 마음을 털어놓을 애인과 친구가 있으며 꿈을 펼칠 직장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와는 싸우더니, 어느 날 무대에 설 기회가 사라지고 급기야 주머니 사정마저 나빠진다. 이 정도면 절망에 빠질 법도 하지만 프란시스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배우인 그레타 거윅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의 캐릭터에 많은 것을 기댄 영화이다. 그런 맥락에서 <프란시스 하>는 매우 사랑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빈틈도 많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프란시스는 미워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이 프란시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과 프란시스가 스스로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즉 <프란시스 하>는 나르시
‘4차원’ 매력의 그녀 <프란시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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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도심에서 거대 크레인이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한다. 가면을 쓴 괴한들은 일사불란한 작전하에 금고를 탈취한다. 수송차량을 호위하던 경찰은 거친 총격전을 벌이지만, 무력하게 그들을 놓치고 만다. 수사팀의 총책임자 루이(유덕화)는 임무에 충실한 베테랑 경찰이지만 용의자 차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현장에서 잡힌 타오싱봉(임가동). 우연히도 루이와 안면이 있는 동창생으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장강도팀의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목승 감독의 2000년대 영화에 꾸준히 각본을 쓴 원금린의 연출 데뷔작이다.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범죄 누아르에 진목승 영화를 계승한 듯한 액션이 더해졌다. 수사팀이 현장을 급습하는 과정에서의 건물 폭파 장면이나, 시가지 총격 신 끝에 이어지는 가스 폭발은 진목승 감독의 장기를 충실히 재현한 티가 난다. 여기에 유덕화, 임가동의 노련한 연기까지 더해지면, 지난 10년 동안 홍
홍콩 액션 누아르 <파이어스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