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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년 크리스마스이브,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비키 크립스)는 40살 생일을 맞는다. 아름다운 외모로 16살에 외사촌 프란츠 요제프 황제(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와 결혼해 황후가 되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방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그녀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통에 적응하느라 숨이 막힌다. 더군다나 황실의 관습에 따라 막내딸 발레리(로자 하자즈) 외에는 그녀가 직접 자녀를 키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자녀 교육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 그녀는 19세기 후반 급변하는 유럽의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남편인 요제프 황제에게 국민을 위해 본래의 역할(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황후상)에 충실하라는 말만 듣는다.
이제 엘리자베트가 할 수 있는 것은 황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40살부터 인간의 몸은 시들고 헐거워지며 구름처럼 음울해진다”는 영화 속 그녀의 독백처럼 초조해진 그녀는 강박적으로 외모 가꾸기에 몰두한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숨을 참는가 하면
[리뷰] ‘코르사주’, 시대극의 전형성을 벗은 시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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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뉴진스 미니 앨범 1집 《New Jeans》
멤버들을 보면 그냥 뭐든 다 손에 쥐어주고 싶다. 용돈도 주고 싶고. (웃음) 마치 내가 업어키운 것처럼 다 주고 싶다.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
유튜브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금요일마다 올라오던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를 다 챙겨봤다. 일명 쪼동! 동물들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좋다.
영화 <헤어질 결심>
나의 ‘올해의 영화’다. 제43회 청룡영화상 축하 공연으로 정훈희 선생님이 부르신 <안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공연을 듣고 눈물을 보인 탕웨이 배우를 박해일 배우가 위로해줄 때, ‘아, 여기까지가 영화의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욕
하루를 반신욕으로 마무리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LIST] 배우 김혜준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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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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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우 하우스는 영국 보안정보국(MI5)에서 좌천당한 요원들이 모인 곳이다. 대장 잭슨 램(게리 올드먼)은 방약무인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부하들은 상사 폭행, 도박 중독 등 하나씩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력만큼은 뛰어나다. 시즌1에서 MI5와 정치권이 깊게 엮인 극우파의 무슬림 청년 납치 사건을 해결한 것에 이어 시즌2에선 과거 소련 KGB의 잔재를 뒤밟기 시작한다. ‘느린 말들’이란 제목의 뜻풀이는 슬라우 하우스의 요원들을 비하하는 용어지만 시리즈 특유의 연출 경향을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슬로 호시스>는 과격하고 빠른 액션이나 차가운 색감의 통상적인 첩보물 대신 느리고 정적인 속도감, 따스하고 빛이 번지는 화면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다룬 제작기
[OTT 추천작] ‘슬로 호시스 시즌2’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드래곤 에이지: 앱솔루션’ ‘마블 비하인드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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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과 형사, 잇몸 미소 연쇄살인범, 자극적인 범죄 묘사에 동원되는 여성 피해자. 시작부터 한국 수사 장르물의 상투적인 요소를 반복하나 싶어 이르게 실망할 뻔했는데 살아 있는 피해자가 채널을 붙들었다. 직무가 다른 경찰과 소방이 재난, 사고, 범죄 발생, 응급 상황 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최초 대응자’로 공조하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첫 사건. 납치 피해 여성은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를 무선 이어폰으로 받아 신고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그의 목소리는 경찰과 소방 무전으로 공청된다. 그리고 그가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 ‘요구조자’로 호명되는 순간, 수사극에서 사체가 된 후에야 의미가 생기는 여성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렸다. 과다출혈로 생명을 잃기 전에 납치된 장소를 찾아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드는 이들과 연결되어 버티는 30여분은 절대 상투적이지 않았다.
광수대에서 서울 변두리 경찰서로 발령난 경위 진호개(김래원
[유선주의 드라마톡] ‘소방서 옆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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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목소리 출연 그레고리 맨, 데이비드 브래들리,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 플레이지수 ▶▶▶▶
20세기 초, 이탈리아 소도시의 교외에 사는 목수 제페토에겐 10살 난 늦둥이 아들 카를로가 있다. 나이에 비해 명석하고 밝은 아이다. 하지만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카를로가 급작스레 사망한다. 비통에 빠져 허송세월하던 제페토는 술김에 아들을 빼닮은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그런데 삶을 관장하는 요정이 나타나 나무 인형에게 생명과 피노키오란 이름을 준다. 제페토와 마을 사람들은 피노키오의 존재에 놀라고, 피노키오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지키며 자기 삶에 대한 의구심을 풀고자 먼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재창작만의 특별함이 필요하다. 이에 기예르모 델 토로는 늘 그래왔듯 20세기란 시대의 맥락, 그 속의 그늘을 피노키오에 드리운다. 원전의 주제인 아들의 죽음, 아버지의 비애, 가족의
[OTT 추천작]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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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와 나비족 네이티리(조에 살다나)는 종족의 벽을 넘어 가족을 이룬다. 첫째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둘째 로아크(브리튼 돌턴)와 막내 투크(트리니티 블리스)를 낳은 이들은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 딸 키리(시고니 위버)를 입양하고,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의 남겨진 아들 스파이더(잭 챔피언)까지 한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한편 지구에서는 판도라 행성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군대를 파견한다.
2009년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아바타>가 속편으로 돌아오기까지 13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바타: 물의 길>은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3D의 신기원을 이뤘던 <아바타> 이후 3D영화 자체가 쇠퇴 일로를 걸었고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영상 기술은 이미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였다. 아이맥스나 돌비 등 다른 기술들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리뷰] ‘아바타: 물의 길’, 바다 마니아가 가이드하는 외계 행성 심해 투어 패키지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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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프랑스의 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선 독일군의 유대인 학살이 일상처럼 자행되고 있다. 그곳에 있던 한 유대인 질(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은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구한다. 갖고 있던 페르시아어 책을 내밀며, 본인이 유대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라 주장했던 것이다. 이는 마침 페르시아인을 찾던 코흐 대위(라르스 아이딩어)의 명령과 맞물려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코흐가 자신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줄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질은 살아남기 위해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 코흐를 속여야 한다. 수용소 도처엔 그런 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병사들이 깔려 있고, 코흐의 뛰어난 학습 능력은 질로 하여금 더 많은 거짓 단어를 암기하게 만든다. 질은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루하루 목숨을 유지하지만, 고통스러운 수용소의 삶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작가 중 한명
[리뷰] '페르시아어 수업', 현대인들을 위한 필수 교양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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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매디 지글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다. 타인과의 소통은 쉽지 않지만 뮤직은 다정한 할머니와 친근한 이웃의 도움으로 경쾌한 나날을 보낸다. 규칙적이어서 안온하던 그의 삶에 달갑지 않은 변화가 찾아온다. 할머니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할머니의 빈자리에는 오래전 집을 떠난 이복언니 주(케이트 허드슨)가 들어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달걀프라이 2개로 식사하고, 곱게 땋은 머리를 한 후 동네 산책을 나서는 뮤직의 루틴을 알지 못하는 주는 사사건건 뮤직과 부딪힌다. 주는 뮤직의 이웃인 에보와 조지로부터 조언을 얻으며 뮤직과 가까워지고자 노력한다. 그 덕에 두 자매의 현실은 잠시나마 산뜻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됐던 주가 생계를 위해 마약 배달에 손을 대면서 가족이 조각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싱어송라이터 시아(SIA)의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Chandelier>로 잘 알려진 시아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작품이어서, 뮤직 역
[리뷰] '뮤직 바이 시아', 사람에 대한 이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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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들의 세계는 오늘도 평화롭다. 나오코(나가노 메이)가 근무하는 회사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벌 싸움만 제외하면 말이다. 영업부의 광견파, 개발부의 악마파, 제조부의 대괴수파는 각각 날것 그대로의 주먹 싸움을 통해 회사를 제패하려 한다. 그런 그들의 야망은 회사에 신입 직원 란(히로세 아리스)이 입사함에 따라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란이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소유한 싸움꾼이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계기로 란과 절친이 된 나오코는 싸움과 상관없는 평범한 회사 생활을 유지한다. 하지만 란이 ‘최강의 여직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하자 나오코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성실한 친구처럼 살고 있던 나오코에게, 이제 정말로 만화 같은 스토리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지옥의 화원>은 여성 직장인의 세계를 다루는 일본의 OL(Office Lady) 장르와 만화스러운 코믹 액션이 합쳐져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다. 가장 큰
[리뷰] '지옥의 화원', 촌스러운 파벌 싸움을 위해 배우들만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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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김영은), 두리(김채하) 남매가 이번에는 우주를 지배하려는 악당과 맞서 싸운다. 하리와 친구들은 평행세계의 질서를 수호하는 차원도깨비 키비로부터 다차원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우주에는 7개의 평행세계가 있고, 최근 어나더라는 악당이 그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게 그것이다. 하리는 마음이 조급하다. 우주에 위기가 닥친 이 시점에 자신과 다툰 후 사라진 두리가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도깨비 금비(양정화)와 함께 차원의 문을 통과한 두리도 어떻게 해야 어나더를 물리친 후 본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두리와 하리는 떨어진 시간 동안 어긋났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세 번째 극장판이다. 이번 작품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와 달리 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의 이목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리뷰]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평행세계보다 귀신의 그로테스크함에 집중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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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를 데리고 숲속을 서둘러 걷는 나나(해피 살마). 그는 이미 전쟁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부유한 남자와 재혼 후 아이들을 낳고 잘 지내고 있지만 고통스러웠던 피난길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 악몽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상류층 집안의 안주인으로 모두에게 선망받는 여자가 되었지만 사실 나나는 어디서든 은밀하게 소외되는 이방인이다. 어느 날, 남편의 방에서 낯선 물건을 발견하고 집배원을 통해 남편을 ‘내 사랑’이라고 칭하는 편지를 접하게 된 나나는 다른 여자의 존재를 직감한다. 그런가 하면 날마다 집으로 고기를 선물해오는 미스터리한 여자 이노(로라 바수키)까지 묘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나나>는 독립 직후 정치적 격변기에 놓인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지속되는지 탐색한다. 나나는 마치 환영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젊은 여자와 이따금 마주치는가 하면, 이노와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가족
[리뷰] '나나', 느긋한 이미지를 따라 휘발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