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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털이 전문가 스네이크(마크 마론), 천재 해커 타란툴라(아콰피나), 겁 없는 녀석 피라냐(안소니 라모스), 변장 전문가 샤크(크레이그 로빈슨), 그리고 모든 작전을 설계하는 리더 울프(샘 록웰). 세상은 이들을 ‘배드 가이즈’라 부른다. 이들의 다음 타깃은 착한 시민에게 수여하는 황금 돌고래다. 하지만 울프의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체포된다. 황금 돌고래를 받은 마멀레이드 박사는 배드 가이즈를 갱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황금 돌고래까지 반납하며 열의를 보인다. 주지사의 허락하에 배드 가이즈의 갱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배드 가이즈>는 동명의 그래픽노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 오락 액션 애니메이션이다. 피에르 페리펠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의 한 장면을 오마주하며 시작하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카 체이싱이다. <배드 가이즈>는 애니메이
[리뷰] 배드 가이즈의 우정을 건 갱생 테스트 '배드 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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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우연과 상상>의 첫 번째 에피소드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메이코(후루카와 고토네)는 귀갓길 택시 안에서 친구 츠구미(현리)의 연애담을 듣던 중 불현듯 누군가를 떠올린다. 이후 전 남자 친구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를 찾아간 메이코는 그에게 뜻밖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 <문은 열어둔 채로>에서 늦깎이 대학생 나오(모리 가쓰키)는 대학교수이자 아쿠타가와상 수상 소설가인 세가와(시부카와 기요히코)를 방문해 그의 소설 일부를 낭독한다. 두 사람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세 번째 에피소드 <다시 번>에서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우연히 옛 친구(가와이 아오바)와 마주친다. 친구의 집에서 차를 얻어마시게 된 나츠코는 오랜 시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해피 아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등 근 몇년간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작가에게 매혹되어
[리뷰] 우연으로 점철된 세상을 영화로 상상하기, 그리고 나와 당신 사이의 가능성들 '우연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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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
감독 최시형│왓챠
한국 독립영화의 반짝이는 데뷔작 중 한편이자 걸출한 청춘영화인 <경복>이 왓챠를 통해 OTT에 진입했다. 수능이 끝나고 20살이 된 슈퍼집 아들 형근(최시형)과 그의 친구 동환(김동환). 지금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다. 형근의 부모가 여행을 떠난 사이, 동환의 제안으로 둘은 형근네 가게에 딸린 방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새로운 집을 찾으려 한다. 아직 어리숙한 이들에게 정확한 미래는 주어지는 것일까? 과연 주어지기는 할까. 이들의 낯설지 않은 시행착오에 마음이 동요한다.
<맵 투 더 스타>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목록이 발표되었다. 박찬욱, 제임스 그레이, 켈리 라이카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등의 이름이 발견된 가운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귀환 소식과 신작 <미래의 범죄>(Crimes of the Future)의
[홈시네마] 한국 독립영화의 반짝이는 청춘영화 '경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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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서너 시간씩 출퇴근으로 허비하는 경기도 도민 염씨 삼남매의 고충이나 미스터리한 알코올중독자 구씨(손석구)의 매력에 관해 종일 떠들 수 있지만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추앙’을 건너뛸 순 없다. 말수가 적은 막내 미정(김지원)이 아버지의 싱크대 공장과 농사일을 돕는 시간 외엔 술에 절어 사는 구씨에게 “날 추앙해요”라고 했을 때. 정말이지 소스라치게 놀랐다. 구씨가 자기가 아는 그 뜻이 맞는지 사전을 검색하던 장면에 영문으로 리스펙트도 있던데 훨씬 가볍고 흔히 쓰이는 그 말은 어떨까? ‘날 리스펙트해요.’ 머릿속 <쇼미더머니>를 재빨리 떨쳐냈다. 추앙 때문에 염미정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드라마를 찬찬히 다시 보며 미정의 시선을 따라간다. 출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해방교회’가 스쳐 갈 때는 그 풍경이 마음에 가라앉아 있다가 사내 동호회 가입을 거부하는 직원끼리 동호회를 만들면서 ‘해방클럽’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겠구나 싶고. 삼남매의 동네 친구 현
[홈시네마] 추앙에 대하여 '나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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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온 세상이 뒤집어졌다. 한반도 종말을 앞두고 아무 의욕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던 회사원 유빈(최귀화)은 다음날 아침 꼭 핵폭탄이 터지길 바라며 죽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지구 멸망 직전에도 용변은 처리해야 하는 법. 급하게 들어간 화장실에서 마주친 연주(이시원)를 시작으로 유빈은 다섯 여자와 이래저래 엮이게 된다. 이성으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시험해보고 싶게 만드는 연주, 유빈에게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명함을 건네는 술집 마담(백주희), 나이트클럽에서 유빈이 첫눈에 반한 경아(김희정), 같은 장소에서 유빈에게 호감을 보이는 유라(장혜원) 그리고 자신의 병에 대해 털어놓는 모임의 오프라인 ‘정모’에서 마주친 어린 시절 첫사랑 수경(박환희) 등 유빈과 엮이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룻밤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예상지 못한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배치시키고, 묵시록적인 접근보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유흥과 부와 섹스에 관심을 두는 수컷의
[리뷰] 아무리 지구 종말 전날이라도 허술함까지 포용되는 건 아닐텐데 '부기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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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만 허술한 괴짜 소년 대니(제이미 벨)는 사람들에게 발명품을 선보이지만 번번이 이해받지 못한다. 상위 1% 천재들만 다닌다는 크랜스턴 아카데미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대니는 존경하던 과학자의 딸 리즈(루비 로즈)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라이벌이자 친구가 된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던 대니는 새로운 발명에 도전하던 중 우연히 5차원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게 되고, 그곳에 봉인된 수많은 몬스터들이 학교로 넘어온다. 대니와 리즈는 20년 전 5차원 세계로 끌려간 학생이자 일부가 괴물로 변해버린 자칭 나방맨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들을 되돌려보낼 방법을 찾아나선다.
<몬스터 아카데미>는 <빅풋 주니어> <넛잡2> 제작진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와 학교라는 조합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이색적인 볼거리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학교를 무대로 하는 모험담은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최적의 이야기를 마련하기
[리뷰] 괴물들은 모두 5차원에서 왔더라는 거 '몬스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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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이태경)은 공로에 비해 늘 낮은 평가를 받고 승진 심사에서도 번번이 누락된 만년 대리다. 순번대로라면 본래 영진이 올랐어야 할 디자인2팀의 과장 자리에 새로 입사한 준설(이한주)이 앉는다. 낙하산이란 꼬리표와 함께 직원들은 은근히 준설을 무시하고, 그럴수록 준설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직급을 앞세워 영진을 몰아붙인다. 그럼에도 영진은 묵묵하게 주어진 일에 집중할 뿐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진과 준설은 어느새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준설이 영진의 디자인을 가져다 자기 것인 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평평남녀>는 <파란입이 달린 얼굴>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수정 감독의 신작이다. 젊은 직장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스라이팅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진의 뒤를 차근히 따라가는 오피스물이다.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모두 현실적으로 표현되나 가장 중요한 영진의
[리뷰] 변화를 꾀하는 연대의 힘 '평평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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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코니(크리스틴 벨)와 유명 유튜버를 꿈꾸는 친구 조조(커비 하월바티스트)는 매우 간단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멕시코의 공장에 남겨진 할인 쿠폰을 밀수해 온라인에서 주부들에게 되판다.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은 주부들을 위한 사업이므로 코니는 이것이 범죄가 아니라 차라리 로빈 후드의 일에 가깝다는 정의심마저 느낀다. 갑자기 엄청난 수익을 내게 된 두 친구가 명품과 슈퍼카, 무기 쇼핑으로 쾌락을 즐기는 사이, 마트 손실 방지 전문가 켄(폴 월터 하우저)과 우편 수사관 사이먼(빈스 본)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쿠폰의 여왕>은 교외의 주부들이 무기력을 타파하고 제도권의 허점을 파고들어 대형 범죄의 주도자가 된다는 설정에서 얼마간 카타르시스를 보장한다. 이들이 자기 삶의 판도를 뒤집어엎는 서사는 속시원한 데가 있지만, 이 범죄가 성립되는 근간에 대한 통찰은 둔감한 편이다. 아웃소싱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소비 시장의 원리를 간파한 주인공의 영리함은 자
[리뷰] 공감의 아이콘, 크리스틴 벨의 비상 '쿠폰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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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테마로 한 10분 내외의 단편 10개를 묶었다. <서울괴담>은 무서운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로 익숙한 공포의 효과를 노린다. 장롱 무료 나눔을 사건으로 하는 <중고가구>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수상한 사람을 목격하는 <빨간 옷>이 일상적이라면, 죽은 친구를 불러내는 의식을 거행하는 <혼숨>과 영혼결혼식이 열리는 <혼인>은 고전적이다. 주로 푸르스름한 조명과 날카로운 사운드로 공포 무드를 만든 뒤 점프 스케어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주력하는 영화는 간혹 CG를 활용해 관객을 다른 식으로 자극하기도 한다. <치충>에서 치통 환자의 입안에서 발견되는 치충과 <얼굴 도둑>에서 스마트폰 액정을 뚫고 나오는 크리처, <층간 소음>에서 무너지는 집 등이 볼거리다.
몬스타엑스의 셔누, 비투비의 이민혁, 우주소녀의 설아와 엑시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다수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스크린
[리뷰] 괴담의 짧은 호흡과 모호한 매력이 살아 있는 '서울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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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들러리와 신부로 재회한 윙(담선언)과 실비아(양시영)는 과거 연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실비아가 윙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두 소녀는 절친에서 한층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둘의 관계를 여학교만 다닌 학생들의 해프닝이나 바로잡아야 할 무언가로 여긴 어른들에게 휩쓸리면서 이들은 상처 입은 서로를 살필 겨를도 없이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듯 대학생이 되어 조우한 두 사람의 삶까지 지켜보기로 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는 첫사랑을 예쁘게 그리는 것보다 부정당하고 확실히 알지 못했던 자기감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더 관심이 있는 영화다. 대만 청춘 로맨스처럼 청청한 톤으로 시작해 점차 진지해지는 영화는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윙의 젊은 날을 자상히 스케치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을 투박하게 압축하고 서사적 공백을 음악이 주는 감흥으로 메우려 한 결과 맺음새가 어정쩡해졌지만, 마침내 실
[리뷰] 빗속 키스는 못 잊지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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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키(고마쓰 나나)와 히토시(미야자와 히오)는 행복한 연애 중이다. 이들은 히토시의 동생 커플, 히이라기(사토 히미)와 유미코(나카하라 나나)와 자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유미코는 보름달이 뜬 때 죽은 이를 한번 더 만날 수 있다는 ‘달빛 그림자 현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현상에 관해 모두가 흥미를 가질 무렵 히토시와 유미코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동시에 연인을 잃은 사츠키와 히이라기는 이별의 아픔 속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묘령의 목소리 수집가 레이(우스다 아사미)를 만난 사츠키와 히이라기는 ‘달빛 그림자’의 날이 그들 앞에 다가왔음을 알게 된다.
<달빛 그림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에드먼드 여 감독은 원작 소설의 플롯을 재구성하여 사츠키와 히토시 커플의 화사한 연애담을 영화 전반부에 상당 부분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미덕이었던 사츠키의 이별 후 고통에 대한 섬세하고 유려한 묘사는 상대적으로
[리뷰] 일본영화의 무국적성을 잘 드러낸 작품 '달빛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