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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형사(박기덕)는 연쇄적으로 여성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신 반장(이한위)이 이끄는 수사팀에 합류한다. 한편 제주에서는 보스(서명찬)를 주축으로 한 야쿠자들이 고려인 갱들과 마약 유통의 이권을 두고 대립 중이다. 야쿠자 내 이인자인 도훈(오종혁)은 보스의 총애를 받으며 조직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고려인 갱들과의 무자비한 결투에 돌입한다. 윤 형사는 시신이 발견된 산책로의 CCTV에서 유력 용의자를 찾아내고, 보스의 딸 유미(배우희)가 낯선 이에게 납치되며, 형사와 갱들은 같은 표적을 향해 내달리다 조우한다.
<늑대들>은 ‘타운 3부작’ 등 사회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온 전규환 감독의 누아르물이다. 영화는 누아르의 건조한 톤을 유지하고자 하나 이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제주의 황량한 풍경뿐이다. 다수의 캐릭터들은 아쉽게 묘사되어 있다. 윤 형사가 느끼는 감정과 행동의 동기에는 배우 박기덕의 쓸쓸한 표정 외엔 이렇다 할 설명이 없고
[리뷰] 비정함만 갖고 비장미를 완성할 순 없다 '늑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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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충청 지역에서 힘깨나 쓰던 조직폭력배 호성(손현주)은 출소한 지 얼마 안돼 부친상을 당한다. 상중의 슬픈 분위기만큼이나 그의 삶도 지리멸렬하다. 조직을 위한 일이라 여겨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조직의 후배는 복귀를 바라는 호성을 무시하고, 가족은 장례식장에 진을 치고 있는 불량배를 이유로 눈치를 준다. 장례도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장례지도사가 일러주는 절차는 성가시기만 하고, 예비 사위를 포함한 일반 조문객은 장례식장의 험악한 분위기를 피해 일찍 자리를 뜬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탓인지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던 호성은 돈을 세던 불량배의 모습을 보더니 부의함으로 향한다.
호성이 조직폭력배라는 점과 장례식장에서 으레 목격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자면 <봄날>은 생활형 조폭영화의 연장선 같다. 그러나 영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마치 기록이라도 하겠다는 듯 영화가 나아가는 속도에 비례해 시신을 염하고, 조문객을 맞이하며, 매장하기까지 장례의 모든 절
[리뷰] 충청 조폭은 처음이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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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 중사 제임스(크리스 파인)는 파열된 무릎의 재활치료에 열중한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맞았던 주사가 화근이었다. 혈액 검사에서 부적절한 성분들이 검출되며 초라하게 군에서 전역하게 된다.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제임스는 경제적으로 곤란해진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상관이었던 마이크(벤 포스터)가 소개해준 일을 하기로 한다. 대표인 러스티(키퍼 서덜랜드)는 그곳을 대통령 직권으로 운영되는 비밀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제임스는 비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한다.
<더 컨트랙터>는 특수부대 출신 제임스가 테러 방지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스릴러 영화다. 영화에 <존 윅>과 <시카리오>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하여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다. 크리스 파인은 영화의 리얼함을 위해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맨몸 액션, 총격전, 추격 신 등 다양한 액션을
[리뷰] 할리우드 원톱 액션의 가능성, 크리스 파인 '더 컨트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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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어느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인 한 사람이 발견된다. 그는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 건우는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을 적은 한통의 편지를 남겼다. 학교측은 그 4명의 학부모를 소집한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진실을 덮으려고 한다. 임시 교사인 송정욱(천우희)은 건우의 어머니(문소리)를 찾아가 이실직고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가해자측 부모 중 강한결(성유빈)의 아버지 강호창(설경구)은 변호사로서 이에 맞서 치열한 법적 공방전을 펼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하타사와 세이코가 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년심판> <돼지의 왕> 등 최근 몇년 사이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가지는 차별점은 가해자의 관점에서 학교 폭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에게 불리한, 예상치 못한 증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건은 점
[리뷰] 타이트한 편집본을 보고 싶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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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백발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80대 후반인데도 파리,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도쿄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매년 6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여는 그는 60대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영화는 후지코의 음악가로서의 면모만큼이나 그의 사적인 삶의 이야기들 또한 정성껏 들여다본다. 1932년, 일본인 어머니와 러시아계 스웨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역사·사회적 요인에 의해 시련을 감내해야 했던 그는 청력을 손실하는 크나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내 피아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후지코의 굴곡진 생의 여정을 돌이켜보는 영화의 시선 사이사이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고마쓰 소이치로 감독의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여느 거장들처럼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뛰어난
[리뷰] 달고 쓰고 아름다운 인생의 선율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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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남편을 잃은 후 탐험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로레타(산드라 블록)는 죽어도 싫은 게 하나 있다. 바로 북투어다. 그녀는 학문적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는 처지에 로맨스 소설로 성공한 일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여기에 책 표지 모델이 얻은 필요 이상의 대중적 인기는 더더욱 마뜩잖다. 대중에게 로맨스 장르를 넘어선 지적 반응을 기대하는 로레타는 북투어 행사장에서 관객이 표지 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의 수려한 외모에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한심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행사를 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스케이팅 모범생이 입을 만한 반짝이 옷을 입어 곤욕스러운 터였던 로레타는 행사장 밖에서 투덜거리며 차를 기다리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된다. 납치를 사주한 사람은 언론 재벌 아비가일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는 그녀가 소설에서 대서양의 한 섬에 있었던 고대 왕국의 상형문자를 해독했음을 알아내고 그녀에게 왕국이 숨겨놓은 보물의 위치가 적힌 상형문자의 해독을 요
[리뷰] 브래드 피트 없었으면 어쩔 뻔 '로스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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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넷플릭스, 시리즈온, 웨이브
액션 카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만 이뤄진 영화 <하드코어 헨리>를 내놓아 이목을 끈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의 두 번째 본격 액션영화다. 서사는 <존 윅>과 비슷하고 간단하다. 신원을 숨기고 살던 전직 FBI 요원 허치(밥 오든커크)가 러시아 마피아와 엮이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 나선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삼류 변호사로 분했고 같은 캐릭터로 스핀오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던 밥 오든커크가 액션 히어로로 나선 것부터 놀랍다.
<신문기자>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넷플릭스
배우 심은경이 출연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영화 <신문기자>의 넷플릭스 시리즈 확장판이다. 영화가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만 다루고 있다면 시리즈는 해당 비리뿐 아니라 민간인 사찰과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젊
[홈시네마]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의 두 번째 본격 액션영화 '노바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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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파일럿 방송을 대성공시킨 뒤 정규 편성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서울체크인>의 재미는 다소 불균질하다. 지루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효리는 대중의 관심을 자신에게 끌어와 집중시키는 데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 제주도에 사는 그가 서울을 방문해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고 밥과 술을 먹고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과정이 인기 리얼리티쇼일 수 있는 것은 이효리가 계속 궁금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도 효리’와 ‘서울 효리’의 대비가 방송 안에서 일상과 비일상, 소박함과 화려함이라는 구도로 강조될 때마다 즐거움은 오히려 반감된다. “어느새 제주도 여자가 됐다”라는 농담과 “서울 여자 같다”라는 칭찬에는 무의식중의 위계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 불균질한 쇼에는 놀라울 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역시 존재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효리는 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신과 동료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툭툭 꺼내놓는다
[홈시네마] 서울이 아니라 어디라도 이효리라면 '서울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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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태훈(김상경)의 아들 민우는 수영장에서 의식을 잃은 뒤 급성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아내 길주(서영희)마저 같은 질환으로 사망한다. 석연치 않은 아내의 죽음을 살펴보던 태훈은 비슷한 증상으로 죽거나 병을 얻은 환자의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이 모두 동일한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태훈은 이 사건을 계기로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로 나선 길주의 동생 영주(이선빈)와 함께 정확한 진상과 정당한 처벌을 위해 피해자들과 연대해 법정에 선다. 하지만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장악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회사는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근거 없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맞선다.
영화는 주지하듯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소재로 한다. 심각하고 광범위한 피해임에도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관련 기업들은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고, 관계 당국의 각 부처도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지만 처벌은 요원해 보인다. 지금도 진행 중
[리뷰] 실화의 무게에 짓눌리다 '공기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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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급박하게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한 남자. 반려견 ‘알마’를 데리고 온 그는 검역증명서를 깜빡하고 제출하지 못한다.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탑승을 저지당하자 남자는 결국 알마를 내버려둔 채 홀로 비행기에 오른다. 알마는 갑작스레 떠난 보호자를 기다리며 활주로 근처를 떠돈다. 얼마 후 모스크바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진입하고, 알마가 땅으로 접근하는 비행기를 따라 달리면서 공항에는 한바탕 소란이 인다. 한편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콜리아(레오니드 바소프)는 엄마와 이별 후 기장인 아빠와 지내게 된 9살 소년이다. 엄마와 살던 예카테린부르크로 돌아가기 위해 가출한 콜리아는 활주로에서 알마와 조우한다. 둘은 친구가 되는데, 알마의 이름을 오해한 콜리아는 개를 ‘팔마’라고 부르며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팔마>는 개와 소년으로 대표되는 ‘순수’의 시선을 경유해 책임의 의미를 돌아보는 영화다. 오해가 편견으로 비뚤어지기보다 유대
[리뷰] 책임보다 순정을 요구하는 착함 또는 순진함 '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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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소비에트연방의 카자흐스탄. 청년 셰르 사디코프(아스카르 일리아소브)는 경찰 수사팀에 수습으로 합류한다. 그는 진정한 경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의 누나 다나(사말 예슬랴모바)는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셰르를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여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해 토막내는 연쇄살인 범죄가 발생한다. 셰르는 사건에 투입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실상을 지켜보며 범인을 잡기 위해 분투한다. 셰르는 수사 중에 부상을 입고, 누나 다나는 격분한 나머지 그의 상사들에게 거칠게 항의한다. 그 상황이 창피했던 셰르는 다나에게 크게 화를 내고, 그날 밤 그녀는 사라진다.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마을, 셰르는 수사를 계속하며 누나를 찾아나선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이자 아시아의 신예로 떠오르는 박루슬란 감독의 신작이다. 카자흐스탄의 연쇄살인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그가 직접 알아낸 사실을 더해 만들었다. 스릴러물이지만 소재의 자극성을 앞세우는 대신, 인물과 시대의 풍광을 두
[리뷰] ‘박루슬란’을 기억하게 만들 독특한 리듬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