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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연극 <광부화가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노련한 배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문소리 선배의 무대 위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상상력의 절정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의 세계관이 자칫 어려울 수 있었을 텐데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 나간다. 마치 불가능이 없는 꿈속 세계를 영상으로 담은 느낌이었다.
뮤지컬 <서편제>
어린 시절 영화로 기억하던 <서편제>를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새삼 자부심도 생기고, 마지막에 <심청가>를 쏟아내는 송화를 보면 슬픔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산정호수
포천에 있는 산정호수 둘레길은 산책하기에 길이도 적당하고 경관도 참
[LIST] 배우 서현우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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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
디즈니+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려운 존재와 부닥치는 도시 괴담 스타일의 공포영화다. 테스는 회사 면접을 위해 디트로이트 지역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는다. 그런데 숙소엔 키스라는 남자가 묵고 있다.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은 예약 중복이 서로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집을 공유한다. 그런데 집에서 자꾸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지고 급기야 지하실에선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 땅굴이 발견된다. 괴기한 존재가 드러나는 점프 스케어 장면들은 그리 비범치 않다. 대신 주요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상에서 불현듯 틈입하는 카메라의 기묘한 트래킹이나 예측 외의 편집들이 공포감을 자아낸다.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플롯 전환의 기점과 서사적 반전들도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이야기의 늘어짐을 방지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
디즈니+
우주를 구한 스타로드 피터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찾아온 향수병이다. 지구의 따스한
[리뷰 스트리밍] ‘바바리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루이 암스트롱: 블랙 &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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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대구의 추어탕집 딸이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에 와서 8년을 버틴 끝에 방송사 공개채용에 합격한 과정은 캐릭터 빌드업에 필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점을 보러 갈 때마다 “마흔살 되면 터진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마흔 돼서 잘돼봤자 뭐가 잘돼?’라며 믿지 않고 불안해한 순간도 영웅의 일대기에 빠지지 않는 시련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공개 코미디가 서서히 침체되어갈 즈음 동료들과 함께 출연한 ‘먹방’ 예능 프로그램이 대박나고, 너무 많이 먹는 출연자들의 건강이 걱정된 PD가 운동을 시키려 했을 때 죽어도 싫다며 복불복 게임의 규칙을 뒤집어놓은 장면은 전반부의 클라이맥스다. 그런데 울며 겨자 먹기로 운동을 시작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더니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국제 사격대회에 출전한다.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될 거라지만 너무 비약이 심해 보이나? 그럼 역시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이라는 설정을 넣도록 하자.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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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크리에이터 알프레드 고프, 마일즈 밀러 / 제작 · 감독 팀 버튼 / 출연 제나 오르테가, 엠마 마이어스, 헌터 두핸, 크리스티나 리치 / 플레이 지수 ▶▶▶▶
늑대 인간, 세이렌, 고르곤 등의 ‘별종’ 학생들이 다니는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아담스가의 장녀 웬즈데이가 전학을 온다. 웬즈데이는 10대 소녀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괴한 취향의 소유자다. 취미는 고문과 시체 해부, 모든 옷과 물건은 무채색, 디지털 기기는 일절 쓰지 않으며 구식 타자기로 글을 쓴다. 말 그대로 별종 중의 별종인 웬즈데이의 학교 적응이 쉽지 않던 찰나, 네버모어 아카데미가 있는 제리코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사건에 얽힌 웬즈데이는 살인사건의 범인인 미지의 괴물을 쫓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연쇄살인이 별종들에 대한 거대 음모의 한 부분이란 것과 자신이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존망을 가를 운명에 놓였음을 알게 된다. 이에 웬즈데이는 별종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을과 학교의 비밀
[OTT 추천작] 넷플릭스 '웬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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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부모가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있다. 윌리는 증강현실 게임에 푹 빠져 있는 7살쯤 되는 꼬마다. 부모의 직업을 따라 우주의 온갖 것들을 탐험하고 수집하는 데 관심이 있는 꿈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현듯 악재가 닥친다. 무수한 소행성과 그 파편들이 우주선을 습격하고, 윌리는 부모와 떨어져 미지의 행성으로 탈출한다. 부모와는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다행히 탈출선에 있던 로봇 버크가 윌리의 생존과 구조 대기를 만능으로 돕지만, 행성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거대 암석 동물이 공격을 일삼고 평범한 음식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다만 윌리는 낙관적인 탐험가 기질을 발휘해 현지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우정을 나누고 착실히 생존해나간다. 하지만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 버크의 배터리가 소진되어가면서 윌리의 행성 탈출은 점점 어려워진다.
모난 곳 없는 가족, 아동, 모험 애니메이션의 모범 사례다. 외딴 행성에 홀로 떨어진 소년의 생존형 고군분투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년의 성장과 교우 관계에 집
[리뷰] '스페이스 키드: 우주에서 살아남기', 소년의 성정처럼 순수한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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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든이 캠프장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에드먼드(제임스 맥어보이)는 급히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전처 조앤(클레어 포이)에게 전후 사정을 듣는다. 경찰은 납치까지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에드먼드에게 설명한다. 에드먼드는 조앤의 애인 프랭크(톰 컬렌)를 의심한다. 아들이 사라진 다음날 프랭크가 보여준 엉뚱한 행동에 화가 난 에드먼드는 그를 폭행한다. 경찰에 체포된 에드먼드는 정황을 이야기하지만 묵살된다. 프랭크의 선처로 혐의가 풀려 집으로 온 에드먼드는 몰래 가져온 프랭크의 핸드폰을 훑어본다. 그는 사진 속에서 사건의 단서를 발견한다.
<마이 선>은 납치된 아들을 직접 찾아나선 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실종에서 납치로 바뀌는 초반 전개가 흥미롭다. 에드먼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석유회사와 연관성을 짓는 경찰에 답답함과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는 2.35:1 화면비를 활용해 그의 감정을 표현한다. 익
[리뷰] '마이 선', 긴박하지만 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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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라엘(이태경)은 5급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엄마(전국향)는 물심양면으로 딸을 뒷바라지한다. 희망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라엘의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합격은 쉽게 되지 않는다. 라엘은 어느새 32살이 되었다. 초시생의 총명함은 사라지고 점차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엄마는 불합격의 원인을 이름에서 찾았다. 엄마는 용하다는 스님에게서 ‘혜옥’이란 이름을 받아온다. 라엘은 혜옥으로 개명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며 시험을 준비한다.
<혜옥이>는 5급 행정고시 N수생 혜옥이가 겪는 고된 수험 생활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매몰 비용의 오류’라는 개념을 주인공 혜옥을 통해 풀어낸다. 매몰 비용의 오류란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같은 행동을 반복함을 의미한다. 언젠가 시험에 합격하리라는 희망은 늪이 되고 혜옥은 그 속으로 침잠한다.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차이점은 산동네다.
[리뷰] '혜옥이', 희망의 늪에서 노력이 무의미해질 때 분열되는 청춘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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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일본의 남북조 시대. 북조의 쇼군이 멸망한 헤이케 가문의 보물들을 찾으려 한다. 천황의 적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소년 토모나와 아버지는 북조 대신들의 의뢰를 받아 헤이케의 신검을 바닷속에서 건져올린다. 그런데 신검을 본 대가로 아버지는 크게 해를 입고, 토모나는 시력을 잃는다. 토모나는 아버지에게 헤이케 가문에의 복수를 명받아 교토로 떠나고 맹인 비파 법사가 된다. 한편 교토의 노가쿠(당시 사루가쿠) 극단에는 ‘견왕’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다. 키보다 두세배는 긴 팔, 등에 난 비늘, 입가에 달린 눈을 타고난 탓에 그는 표주박 가면을 쓰고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견왕(아부쨩)은 우연히 토모나(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고 자신이 헤이케 가문의 저주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둘은 각자의 원한과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헤이케 가문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고 이를 노가쿠로 알리기 시작한다.
‘보는 맛이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리뷰] '견왕: 이누오', 보는 맛과 더불어 듣는 맛까지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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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 호손은 별나다. 외딴섬에 있으며 12명씩만 받고 디너 가격이 180만원이다. 이번 손님 명단에 마고(안야 테일러조이)의 이름만 빠져 있다. 미식보다 담배를 즐기는 그는 호손의 헤드 셰프 슬로윅(레이프 파인스)의 열성 팬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의 권유로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호손 월드에 입성한 마고와 일행이 능란한 지배인의 통솔 아래 6개의 둥근 테이블 앞에 착석한다. 슬로윅은 계획에 없던 손님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HBO> 시리즈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가 연출하고 <돈 룩 업>의 애덤 맥케이가 제작에 참여한 <더 메뉴>는 두 감독의 개성이 깊게 밴 블랙코미디다.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는 음식평론가, 값비싼 경험이 목적인 비즈니스맨들, 자랑거리가 필요한 배우, 아는 척하느라 바쁜 비전문가 등을 한데 모아놓고 코스 요리에 맞춰 그들의 죄를 세련되게 까발린다. 부르주아의 과시적 소비에서부터 유명인에 대한
[리뷰] '더 메뉴', 정확하게 찍고 우아하게 썰고 깔끔하게 헹구는 고강도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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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루야오(류이호)는 잠에서 깨 아침을 맞으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는 몇해 전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해마를 제거해 수술 이후 기억이 모두 리셋되는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루야오의 회복을 위해 잠재의식을 기억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참여하길 권한다. 루야오는 실험에 참가하며 심리학 박사과정 재학 중인 쉬싱웨(구리나자)를 만난다. 쉬싱웨는 상담가의 직업윤리를 잊은 채 어차피 기억을 못할 루야오에게 이런저런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실험 2회차, 루야오는 우연히 쉬싱웨의 집에 가고 쉬싱웨가 시 창작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 인기 가수 친메이쑤의 신곡을 작곡하며 재기를 준비 중이던 루야오는 쉬싱웨에게 작사를 의뢰한다. 다음날 곡 작업을 이유로 다시 만난 루야오와 쉬싱웨는 하루를 같이 보내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매일 기억을 잃는 남자, 그런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 음악과 시.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설정에 순애보와 낭만이 가득한
[리뷰] '너와 사랑한 시간', 홍콩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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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능청스러운 말발로 압구정 일대를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국은 한때 잘나갔지만 누명을 쓰고 면허가 정지된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 일생일대의 사업 수완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이 아는 압구정의 인맥을 모아 압구정 최고의 성형외과를 만들겠다는 대국의 계획은 얼렁뚱땅 진행된다. 병원은 대박나 손님들로 가득하지만, 성공을 맛보자마자 두 사람은 동상이몽에 잠겨 충돌하기 시작한다.
괜히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마동석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유사한 캐릭터가 서로 다른 영화를 관통하여 누비는 통합 장르가 되어버렸다. <압꾸정>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이 영화는 단독 작품이라기보다는 MCU의 에피소드 중 하나처럼 다가온다. 문제는 이번 에피소드가 너무 익숙하고 빤하다는 거다.
2007년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무대로 K뷰티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 소동극은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리뷰] '압꾸정', 입으로 때리는 마블리 자기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