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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규제가 풀리면서 이제는 극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뭔가를 먹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관객은 이전 규모로는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전성기를 맞았다. 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해보자.
가성비로 따지면 극장은 OTT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그냥 TV만 틀면 나오는 드라마 역시 가성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제작비를 어떻게 구해왔든, 광고가 얼마가 붙었든, 시청자에게는 전적으로 무료다.
영화의 최전성기는 1929년 대공황기였다.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영화만큼 값싼 놀이도 없었다. 채플린이 최전성기를 맞았고,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같은 공포영화들도 이때가 최고 전성기였다. 그 뒤로 영화는 늘 위기라고 그랬다. TV가 등장하면서 매체로서 라디오의 전성기가 끝났고, 연이어 컬러TV가 등장하면서 총천연색을 자랑하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영화의 ‘포스트 코로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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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목 따라간다더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의 모든(에브리씽) 상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까지 7관왕. 이처럼 주요 상이 한 작품에 몰리는(올 앳 원스)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스포트라이트가 한 작품에 쏠릴 경우 자칫 시상식이 싱거워질 수도 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양자경과 조너선 케 콴의 수상 소감을 비롯해, 수상 직후 여기서도 저기서도(에브리웨어) <에에올>의 오스카 7관왕이 회자되었다. 물론 <에에올>이 그렇게 대단한 영화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작품상 후보작 중 <에에올>보다 더 재밌게 봤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따로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오스카의 결과가 흥미로울 뿐 아니라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수상 결과만큼이나 시상식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이 수상 소감이라면
[이주현 편집장] 양자경의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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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 없이 보내는 주말이 있다. 어디 한번 나가볼까 하다가도 그냥 집에 있기를 선택하는 나는 이럴 때 냉장고를 뒤져보곤 한다. 그동안 묵어 있던 냉장고 속 재료를 먹어버리려는 것이다. 마침 음식을 포장할 때 받은 콜라가 남아 있고, 요리할 타이밍을 놓쳐 얼려두었던 토막닭이 있다. 급한 대로 모서리를 잘라 썼던 간 마늘 얼려놓은 것들을 꺼내서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둔다. 칼이 잘 들지 않지만 뜨거운 물에 담갔다 빼면 체중을 싣는 것만으로도 무리하지 않고 잘라낼 수 있다. 청양고추 썰어놓은 것이 두 봉지가 있길래 하나로 합치고 일부를 간장, 콜라, 마늘 그리고 기타 양념들과 섞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얼어 있던 닭이 적당히 녹고 나서 양념에 재운 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니 먹을 만한 닭구이가 되었다. 두끼 정도를 닭을 먹으니 살짝 물리는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 맛있었고, 재료를 버리지 않아도 되니 기분이 좋았다.
애초에 먹을 만큼만 구입하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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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은 우주를 탐험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스타 플릿 우주선의 선원들은 겉보기엔 평범한 우주 군인같아 보일지 몰라도 하나같이 머리가 좋다. 개중에 가장 근육 바보처럼 보이는 선원조차 위기 상황이 오면 온갖 천문물리 용어들을 불경처럼 줄줄 읊어대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똑똑하고 순발력 있는 과학 장교들은 거의 마법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어떻게 외딴 복도 구석에 있는 패널 하나를 뜯어 전선 몇개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 우주선 전체의 방어막이 10분 더 버티게 만드는지.
이 진보한 과학자들이 우주를 탐험하며 체득한 교훈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왔다. 궁금하다면 <스타트렉>의 첫 시리즈를 다시 한번 찾아보시길. 어이가 없을 정도로 낡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백인 남성 함장이 온갖 비키니 차림의 외계 여성들과 엮이는 꼴도 우습고, 적대 종족인 로뮬란과 클링온을 다루는 방식도 도저히 섬세하다곤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낡음
[이경희의 오늘은 SF] 힘겨워하는 우주 과학자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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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모두 삼고초려의 자세로 섭외를 해야 한다! 거절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두번 세번 설득 또 설득을….” 거듭된 거절에 약간의 위기의식이 찾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드라마 작가 인터뷰 원이슈 특집호를 준비하는 비장한 각오가 기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삼고초려라는 단어까지 쓰고 말았다. 급하긴 급했나보다.
“섭외되셨나요?” “아직 답 기다리고 있어요.” “결국 거절하셨어요. ㅠㅠ” “최종 거절인가요?” “네, 새 작업에 들어가서 도무지 시간이 안 난대요.” <한겨레21>의 황예랑 편집장과 수시로 나눈 대화들은 ‘이거 참 산 넘어 산이군’의 반복이었다. <한겨레21>에서 함께 드라마 작가 특집호를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온 건 2022년 10월경이었다. 앞서 <한겨레21>은 문학 작가와 비문학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두번의 ‘21 WRITERS’ 시리즈를 선보였고, 그 세 번째로 드라마 작가 인터뷰를 <씨네21>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했
[이주현 편집장] 22명의 드라마 작가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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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의 나이를 통 짐작하지 못한다. 전에는 누가 장난스럽게 “저 몇살 같아 보여요?” 같은 질문을 하면 속으로 질색하면서 백살 같다고 대답하곤 했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걸 묻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덕도 있고, 어느덧 주위에 나와 나이 경쟁할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따금 독서 교실 어린이들이 나에게 몇살이냐고 물어보기는 한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백살이라고 대답한다.
어린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는, 어린이를 딱 보고 몇 학년인지 알아맞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더 전문가다워 보일 것 같아서다. 물론 못 맞힌다. 한번은 강연장에서 “학교에 있다 보면” 하는 중학생 참가자를 교사로 착각해 실례를 했다. 마스크 탓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진땀이 났다. 이렇게 감이 없는 나이지만, 한눈에 알아보는 학년이 있다. 바로 중학교 1학년이다.
이들은 일단 교복 입은 모습이 어색하다. 몸집보다 옷이 큰 경우가 많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넉넉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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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는 추리소설을 쓸 때 규칙이 있다면서 10개의 규칙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반전이랍시고 처음 우리가 탐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범인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만들면 안된다는 것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규칙을 다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다섯 번째 항목, “중국 남자가 등장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이다.
이게 뭔 황당한 소리인가 싶은데, 그것은 당시 영미권 대중소설계에 퍼져 있던 해괴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 당시 작가들은 대중소설에 등장하는 중국인들은 마귀와 요괴와 통하며 괴상한 주술을 사용한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녹스는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사실은 공중부양을 해서 도망쳤다”, “범인은 얼굴을 바꾸는 술법을 이용해서 경찰을 속였다”라는, 터무니없이 신비로운 기술이 등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중국 남자 금지라는 규정이 추리소설에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20세기 초중반까
[곽재식의 오늘은 SF] 친근한 고스트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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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4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서 주최하는 디렉터스컷 어워즈에 다녀왔다. 마침 안내받은 자리가 <영웅> 윤제균 감독과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의 뒤편이어서, ‘먹고 마시고 시상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어깨춤을 추는 두 흥행 감독의 흥 오른 뒷모습을 두 시간 동안 지켜볼 수 있었다. 알코올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이날 만난 거의 모든 감독과 배우들의 얼굴은 조금씩 상기되어 있었다. 창작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게 시상식의 목적이라면 시상자도 수상자도 후보자도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시상식이야말로 행복한 시상식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서 영화 촬영 중인 배우 구교환이 거칠게 녹화한 수상자 발표 영상을 보내오거나, 라트비아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조우진이 ‘DGK 라트비아 특파원’인 척 수상 소감을 찍어 보내오거나, 탕웨이와의 화상 연결이 베이징에서 밤길 운전 중인 김태용 감독과의 화상 통화로 이어지거나, 한번도
[이주현 편집장] 양자경이냐 케이트 블란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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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우리 모두 공평히 받은 선물은 설날 떡국을 먹어도 오히려 줄어든 나이가 아닐까 한다. 그간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식 나이를 설명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드디어 세계화의 기준에 맞추어가는 느낌이라는 게시판에 오른 글에 실소와 공감이 겹친다.
태어나며 바로 1살을 얻는 우리네 풍습은 친절하게도 어머니 뱃속에서 보낸 기간을 다 세어주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기간은 10달이 채 안된다. 게다가 12월31일이 생일인 친구가 자신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2살이 되고 말았다는 푸념을 들을 때면 더더욱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의심이 들곤 했다.
학령기에 접어들면 개그 프로의 단골 소재인 “빠른 나이” 논쟁이 더해진다. 신학기의 시작이 3월이라 1, 2월생까지 이전의 해에 입학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도가 달라도 함께 공부하던 그 “빠른 연생” 친구들은 학창 시절 내내 친구들에게 형이라 부르라며 놀림을 당하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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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뮤지션에게 연초는 비교적 한가한 시기다. 연말을 보내고 지친 팀원들은 각자 휴식 기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가족과 함께 대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휴가를 길게 쓰는 것도 오랜만이고 다른 나라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다. 익숙지 않은 여행이라 어색하면서도 마음이 설렜다.
타이베이 시내에 며칠 머무는 일정을 잡았다. 주로 박물관이나 시내 산책을 할 생각이었다. 여행을 자주 가지도 않지만 계획을 하고 명소를 많이 찾는 편은 더더욱 아니다. 한가하게 돌아다니며 바닥의 타일이나 돌멩이 같은 것을 보거나 읽지 못하는 간판을 구경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 특별한 경험을 수집하는 쪽이 아니다보니 새로운 곳의 인상이나 분위기, 느낌들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번 대만 여행에서는 공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지하철과 거리에서 보이는 경사로와 턱 없는 기물들이 인상 깊었다. 동행인이 알려주어서 깨달은 것인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도블록과 횡단보도 사이에 턱이 없었다. 시내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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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로, 과학자가 주인공인 SF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고, 아마 다들 조금씩 다른 이유를 생각하고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SF 세계에서 과학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안전을 보장받는 환경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만약 주인공이 풀어야 할 과학적 난제가 중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천재라면 더더욱 문제가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아주 강력한 권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위기도 긴장도 생기기가 어렵다. 이와 비슷한 직업으로 대통령, 정치인, 국왕, 교장 선생님 등이 있다. 이런 부류의 캐릭터는 처신을 조금만 잘못하거나 내면묘사를 약간만 실수해도 입으로만 일하며 남들을 불필요한 고통으로 밀어넣는 방관자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과학자와 연구소는 SF의 뿌리 깊은 클리셰지만 의외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경희의 오늘은 SF]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