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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엔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프로듀서 3명을 소개했다. 독자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짐작되지만, 우리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들어둔 사람은 <디 아워스>의 제작자 스콧 루딘이다. 그는 지성인이나 예술가가 아니라, 생존에 능한 장사꾼이다. 그것도 야심만만하고 난폭한 장사꾼이다. 하지만, 소개된 그의 작품들과 그의 언행에서, 우리는 그가 할리우드라는 흥행광들의 전쟁터에서 지켜낸 게 생존뿐만 아니라 영화의 자존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테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중 하나는 시사실에서 걸려오는 휴대폰 받아가며 영화를 보지만 8달러를 내고 극장 앞에 줄을 서본 경험은 없는 스튜디오 경영인들이다. 루딘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디 아워스>는 물론이고, <로얄 테넌바움>이나 <원더 보이즈>에 손을 대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앞으로도 관객의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충무로에 스콧 루딘 같은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충무로는 조엘
스콧 루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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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파견문록> 개의 눈높이에서 풀어 봐요
[정훈이 만화] <전파견문록> 개의 눈높이에서 풀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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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직업의식이 앞섰다. 이창동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거의 확정된 뒤에 그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한 건. 우리가 심심하면 전화해서 안부 묻고 종종 술마시는 친구 사이는 아니니, 소감과 구상을 들어서 지면에 당장 써먹겠다는 계산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여보세요, 이창동인데요….”“…….”무거운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을 때, 포기했다. 모든 인터뷰는 거짓말일 것이다. 하나를 말하기 위해, 다른 수십 가지 아니면 수백 가지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인터뷰어는 가장 적절한 하나를 포착하는 사람일 테지만, 어느 경우든 인터뷰이는 말해지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버려야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이창동 감독은 그 괴로움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첫 목소리의 무거움에서, 그가 장관 자리를 완강하게 고사했을 때, 그리고 결국 그걸 받아들인 지금, 그의 머리 속에 오갔고 오가고 있을 수백 가지 생각들의 충돌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래서 포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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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몽정기> 팬 서비스 한번 해줄까?
[정훈이 만화] <몽정기> 팬 서비스 한번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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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말에 <씨네21> 기자 공채공고를 냈고, 1600명가량이 지원을 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쳐 4명을 뽑았다.아마도 지원한 사람들이 열배는 더했겠지만, 뽑는 사람 마음도 많이 불편했다. 몇장 안 되는 문서, 두어 시간의 필기시험, 10분 남짓한 면접으로 한 사람의 자질과 성품, 그리고 잠재력까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그렇게 한다. 선발과정을 훨씬 더 복잡하게 하더라도, 응시자의 불편만 늘어날 뿐 객관성이 썩 커지진 못할 것이라는 게 그나마 어쭙잖은 변명이 된다.어설픈 방식이나마 우리의 선발과정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과 함께 깊은 송구스러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내 진가를 모르는군” 하고 웃어넘기시기를, 그리고 자기 안의 보석을 여전히 믿으시길….2.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언론은 그걸 ‘인재’라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유용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유용함
감사,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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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올인> 운명을 바꿔 놓을 노란 스티커
[정훈이 만화] <올인> 운명을 바꿔 놓을 노란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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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시는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두호 전부터 ‘아저씨 vs 아줌마’가 ‘아가씨 vs 건달’로 바뀌었다. 풍부한 교양과 정련된 언어로, 혹은 생활에서 길어올린 따뜻하고 생생한 말들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고종석, 오은하씨가 동시에 휴식을 청했고, 고심 끝에 새 단장을 했다. 설 합본호에 첫 원고를 쓴 남재일씨는 <중앙일보 > 문화부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신문방송학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기억력이 아주 좋은 분이라면 그가 지난해 설 합본호에 쓴 아주 인상적인 ‘애마부인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를 ‘건달’로 초빙하자 그는 주저했다. “건달 보고 건달이라고 부르면 기분 나쁘지.” 먹물이 무슨 건달이냐고 하면 할말 없지만, 그는 그렇게 먹물을 먹고도 여전히 건달이다. 같이 술을 마셔보면 금방 알 수 있고 글을 봐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가 혹시 갑자기 전임교수라도 돼서 건달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최근에 모 대학 교수모집에 떨어져서 당
새 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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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시몬> 미완성 '심원'
[정훈이 만화] <시몬> 미완성 '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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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인 1월29일, KBS1TV는 <수요기획-아프간으로 간 영화감독>(연출 지혜원)을 방영했다. 흙바람과 질병과 아사의 땅 아프간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일가의 촬영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던 마흐말바프와 그의 가족은, 우리가 영화라고 말할 때 떠오르는 것들과 가장 먼 곳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보통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시계는 나와 함께 늙었어”라고 중얼거리던 아프간 노인(자기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현장에서 캐스팅돼 영화에 출연했다)이 마흐말바프의 손을 붙잡고 “당신은 가장 좋은 친구야”라고 말할 때, 눈물을 참기 힘들었을 것 같다.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더이상 삶이 축복이 아닌 그 저주의 땅에서 그는 어떻게 영화를 버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1달러짜리 연고가 없어 살이 썩어가는 아이를 보고, 흙바닥 위에서 질병보다 먼저 찾아온 굶주림으로 죽어
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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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해커스> 해킹 넘버원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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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가문의 영광> 공부만 많이 하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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