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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의 문지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 실격>은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독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자이 오사무 생전 마지막 완결작이기 때문에 그의 삶을 녹여낸, 어쩌면 유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서문과 세편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장, 본 적이 있다”. 이 세장의 사진은 한 남자의 삶의 세 국면, 그리고 이어질 세편의 수기가 각각 가리키는 시기와 관계가 있다. 마지막 사진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이른바 ‘죽은 얼굴’이라는 것에도 무슨 표정이나 인상 같은 게 있는 법인데, 인간의 몸에 짐 끄는 말 대가리라도 갖다 붙이면 이런 느낌이 들려나?” 대체 이 남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 수기가 그려내는 남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
씨네21 추천도서 - <인간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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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 지음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_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08_싱숑 지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심채경 지음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_김안젤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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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김이설, 백은선, 안미옥, 이근화, 조혜은 지음 / 다람 펴냄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엄지혜, 이설아, 김희진, 서수연 지음 / 돌고래 펴냄
엄마 되기와 일하기는 어떻게 양립 가능할까. 이 질문을 여러 여성 저자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이야기하는 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는 여성 작가 6명이 엄마가 된다는 일과 글쓰기에 대해 적은 앤솔러지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에게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근화 시인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고 이해시켜야 하며, 행동과 태도도 가르쳐야 한
씨네21 추천도서 -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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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샬란스키는 미래가 아닌 과거가 진정한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탐색하는 영역은 자연스럽게 과거가 된다. 과거를 탐색하는 도구는 읽고 쓰기. 쓰는 행위를 통해 상실을 복구할 수 없다 해도,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은 “잊힌 것을 불러내고,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고, 상실을 애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불려나오는 잃어버린 것들은 장소부터 동물까지 다양하다.
쿡 제도의 남쪽에 있는 투아나키라고 불렸던 산호섬(지도에서 지워짐),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과 싸워야 했던 카스피해 호랑이(멸종), 언급된 적이 있는 케리케의 일각수(유니콘의 뼈대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을 믿을 수 있다면), 17세기 초중반에 지어진 빌라 사케티(허물어지다가 폐허가 된 뒤 제거), 무르나우의 첫 영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소실 추정), 사포의 시가들(파피루스 해독을 통해 오히려 발견되는 중), 카스파르 다비트 프
씨네21 추천도서 -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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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마음은 종종 쓸쓸함을 겪는다. 나의 헤아림과 타인의 헤아림이 크기 면에서도 강도 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 순간이 너무 잦아서다. <근육의 모양>의 은영은 회사원으로 살다가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일을 그만둔 뒤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던 때 동기 예은은 “마음을 너무 붙이네요, 은영씨는”이라고 말했다. 예은은 서브텍스트가 없는 사람. 있는 그대로 말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달라고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금의 은영은 외로워진다. “예은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를 은영은 여러 번 읽었다.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들어 체한 듯 가슴을 쓸어보았다. 그러나 그 문자들 어디에도 힌트는 없었다. 그저 짧은 말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중략) 안부에서 대화로 들어가지 못했다.” <근육의 모양>은 필라테스 강사 은영과 수강생 재인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김화진은 수업 중에 스치는 두 사람 각자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생
씨네21 추천도서 - <나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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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싶을 때, <헤어질 결심 각본집>의 온라인 서점 링크에 달린 댓글들을 보곤 한다.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 자)들이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해 경쟁적으로 남겨둔 댓글이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각본집 사기를 중단합니까?” “나왔구나, 마침내.” “해준씨, 그 각본집 장바구니에 넣어요.” “통장 잔고가 각본집 사는 일을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등등. 물론 스토리보드북이라고 다르지 않다. 각본집에 이어 스토리보드북까지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영화의 팬들이 구매할 수 있게 특별 판매용 굿즈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서로 출간되어 각본집이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르는 경우는 더욱 이례적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시각화되는 과정을 짚어가면 영상 전에 스토리보드가 있고 그 이전이 각본이다. 영화가 끝난 후 서래의 해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관객이 더듬더듬 영화의 출발이 된 각본집을 찾아 읽고 그 설계도인 스토리
씨네21 추천도서 -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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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참혹함 앞에서 글자는 눈앞에서 허물어내리고 시조차도 다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 시집을 닫으며 마지막 문장을 어루만진다. “저는 이것을 시로 쓸 수 없었습니다, 라고 시가 써질 때 이해가 넘쳐흐르고 있다 당신과 내 인생 바깥으로.”(조용우, <어려운 시>)
문학과지성사가 해마다 젊은 시인들의 시를 묶어 내는 <시 보다> 시리즈의 2022년 출간작에는 신이인, 임유영, 안태운, 임지은, 윤은성, 조용우, 윤혜지 7명 시인의 시가 실렸다. 이 시들은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의 후보작들이었고 <시 보다 2022>에는 기존 발표작 4편과 함께 신작 시 2편, 시인들의 산문이 수록되었다. 젊은 시인들의 최근작을 읽으며 이들이 보는 현재의 세상을 더불어 본다. 시인의 눈에 세계는, 지금은, 한국은 밤을 헤매듯 가혹하고 조금은 다정하고 얼마쯤은 서글프다. 연약한 마음을 가진 내가 그보다 더 약한 사람들과 어깨를 기대고 함께 걷고, 술을 마시고 외로
씨네21 추천도서 - <시 보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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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원작 소설 <굿바이, 욘더>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굿바이, 욘더>의 줄거리는 그리스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 에우리디케가 우연히 독사에 물려 죽자, 오르페우스는 괴로워하다 직접 지하 세계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굿바이, 욘더> 또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를 그리워하는 남자 김홀이 주인공이다. 죽은 아내가 꿈에서라도 잠깐 함께 있어준다면 뭐든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내가 돌아온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죽기 전 아내의 기억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인공지능 아바타가 홀에게 연락한 것이다. 가상현실용 고글을 쓰고 아바타의 세계로 입장하면, 아내와 똑같은 아바타와 대화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 아바타의 세계 너머에 뭔가 엄청난 세계가 있는 것 같다. 불멸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꿈이 투영된 세계가 있다는 추측 속에, 홀은 진짜 아내를 만나
씨네21 추천도서 - <굿바이, 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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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일기’는 단구나 동요 같은 간결한 형식에 계절의 변화와 감미를 담은 기록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계절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으나 순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읽어달라는 안내에 따라, 북쪽 찬 공기가 불쑥 내려오곤 하는 요즘의 쌀쌀함에 어울리게 4부 가을 일기로 가본다. “매미 소리 잦아들고/ 귀뚜라미 울면” (<입추>)을 읽으며 맞아, 가을이 시작하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달라지지, 라고 고개를 끄덕여본다. 또 공기도 어느새 습기 없이 차갑다. “빨래가 잘 마른다… 바구니 속에/ 웅크린 고양이/ 코끝이 차다.”(<처서>) <가을볕>이라는 제목의 시는 창문으로 햇빛이 따뜻하게 떨어지는 바닥 공간을 찾아 잠든 고양이 그림과 함께 “고양이는 신통해/ 따뜻한 이부자리를/ 잘도 찾아낸다” 하고 다정하게 읊조린다. 홍옥, 가을장마, 도토리, 솔방울 같은 가을의 단어들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곧 다가올 겨울맞이를 위해 1부 겨울 일기로 가면, “군고구마
씨네21 추천도서 - <서릿길을 셔벗셔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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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길을 셔벗셔벗_싱고 지음
굿바이, 욘더_김장환 지음
시 보다 2022_신이인, 안태운, 윤은성, 윤혜지, 임유영, 임지은, 조용우 지음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_이윤호, 박찬욱 지음
나주에 대하여_김화진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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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 앤 카슨 지음 / 윤경희 옮김 / 봄날의책 펴냄
<메모리얼 드라이브> 나타샤 트레스웨이 지음 /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펴냄
시인 나타샤 트레스웨이의 <메모리얼 드라이브>의 부제는 ‘딸의 비망록’이다. 그의 어머니는 이혼한 두번째 남편에게 마흔살에 살해당했다. 거의 30여년이 지나, 트레스웨이는 어머니와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건을 둘러싼 기억을 책으로 썼다. 1부에서는 아직 위기를 피할 수 있을 듯 느껴지지만 2부에 이르면 어머니가 폭행당한 사실에 대한 경찰 조서를 비롯해 파국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굉음을 낸다. 살해당하기 전까지 어머니가 얼마나 법적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는지부터 사후의 재판 기록까지 글이 이어지는 동안,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외친 “안돼, 안돼, 안돼”라는 소리를 상상하는 비통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앤 카슨의 <녹스>는 192쪽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이어진 형태의 책.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
씨네21 추천도서 - <녹스>, <메모리얼 드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