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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쿠와 세계>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예외적인 작품이다. 지금껏 그의 스타일로 명명되던 강렬함, 거침 대신 섬세함, 따스함의 감성이 가득하다. 시대 배경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에도 시대다. 주인공 셋은 인분을 수거하여 농사꾼들에게 되파는 분뇨업자 청년 야스케와 추지, 그리고 쇠퇴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다. 당대 사회에서 하층 계급에 속하던 이들은 경제적 빈곤, 구조적 차별, 가족의 상실을 겪으며 고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오키쿠와 세계>는 절망보다 희망을 택한다. 이러한 곤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가능성이 작품을 뒤덮는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주요 감독으로 손꼽히며 한국과도 각별한 연을 이어오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공식 일정으로는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그간 한국을 자주 찾아오긴 했으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은 처음이다.
= 이전에도 몇 번 초대받긴 했는데 항상 촬영 일정과 겹치더라. 아쉬웠다. 전주에 온 솔직한
JEONJU IFF #7호 [인터뷰] '오키쿠와 세계' 사카모토 준지 감독,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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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영화는 ‘보는’ 매체다.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스크린에 투영되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삼사라>엔 ‘보아서는’ 안 되는 15분의 시간이 있다. 영화의 중반, 눈을 감으라는 영화의 권유를 따르고 나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섬광들의 점멸과 자연의 소리만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삼사라>가 체험하게 만드는 것은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바르도’, 이른바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세계다. 2013년 이후 꾸준히 전주를 찾고 있는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언제나 새로운 영화 언어,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꿈꾼다. 자연 풍광의 이미지에서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던 그의 시선은 이제 인간의 표정과 생기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선정작이기도 한 <삼사라>는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 공식 일정으로만 한국에 5번 넘게 방문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꾸준히
JEONJU IFF #7호 [인터뷰]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감독, 눈을 감고 떠나는 영화적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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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의 관심작 리스트엔 대부분 현대 포르투갈 왕자의 퀴어 뮤지컬 <도깨비불>이 자리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랫동안 꾸준히 틀어온 파울루 로샤의 <녹색의 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도 영화제 이전부터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두 영화는 모두 두 동명이인 예술가,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이하 호드리게스)와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이하 게라 다 마타)에 의해 창조됐다. 1997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둘은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를 공동 연출로, <도깨비불>에선 연출 호드리게스와 작가 게라 다 마타로 협업해왔다. 두 편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전주를 찾은 그들을 만나 각각의 작업기를 물었다.
-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와 <도깨비불>은 모두 코로나19의 현실이 적극 반영돼 있다.
호드리게스 두 작품 모두 팬데믹 이전에 기획했다. 하
JEONJU IFF #7호 [인터뷰] '도깨비불',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 판타지에도 현실은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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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폴 B. 프레시아도/프랑스/2023년/98분/국제경쟁
신체정치사학자이자 그 자신이 트랜스 남성인 폴 B. 프레시아도가 영화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에게 편지를 쓴다. 그에 의하면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젠더를 넘나들며 살아온 캐릭터 올란도에 관한 소설 <올란도>는 버지니아 울프가 한 세기 전 자신을 위해 쓴 자서전이다. 프레시아도는 26인의 논-바이너리 트랜스 젠더 비전문 배우를 고용해 그들이 각자만의 올란도를 연기하도록 한다. 8세부터 70세로 구성된 26인의 트랜스 배우들은 올란도를 연기하고 낭송하며 젠더 이분법 속에서 자신이 저항하고 투쟁한 삶의 단면을 구술한다. <올란도>의 텍스트는 배우들이 살아오며 겪은 고용 차별, 의료 차별 등 인생의 고락과 조응한다.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제목에 걸맞게 원전의 3인칭 주어를 1인칭 주인공
JEONJU IFF #7호 [프리뷰] 폴 B. 프레시아도 감독,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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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대하여>
마리아 아파리시오/아르헨티나/2022년/144분/국제경쟁
아르헨티나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네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미라는 바에서 일하는 요리사다. 그는 길거리에서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10대 딸을 둔 에르난은 엔지니어의 경력을 살려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점에서 일하는 루시아는 오랜만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공립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노라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극 워크숍에 몰두해 있다. 네 캐릭터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단 도시인의 고독과 직업 정체성, 일과 예술 이야기를 시적인 문법으로 일종의 패치워크처럼 엮어나간다. 흑백으로 촬영한 간결한 미장센과 비와 구름의 이미지가 주는 우울감이 일상 안에서 낭만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심상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구성을 취한 <거리>(2016)에 이어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이 선보인 두 번
JEONJU IFF #7호 [프리뷰]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 '구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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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 종말을 예언했던 1999년은 혼란스러웠다. 2000년이 되는 순간 컴퓨터가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밀레니엄 버그’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든 분야가 마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학교에선 대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수위 높은 폭력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이하 <우.천.사>)의 고등학교 태권도 부원 주영(박수연)과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이유미)의 사랑은 세기에 싹 텄기에 더 순수하고 순진할 수 있다. 1991년생 박수연과 1994년생 이유미에게 1999년은 생생하게 기억나는 과거는 아니지만,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순진한 믿음은 10대 시절을 거쳐 온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코드다. 영화 첫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참석을 위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박수연과 이유미를 만났다.
- 한제이 감독이 직접 전화를
JEONJU IFF #6호 [인터뷰]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박수연, 이유미, “아름다운 동화에도 폭력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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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와 함께 전주씨네투어 사업을 진행한다. 이중 ‘전주영화X마중’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배우들이 다수 소속된 눈컴퍼니의 배우들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으로, 소속 배우들이 직접 서로의 출연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마중클래스’와 전주라운지 토크스테이지 야외무대에서 관객들과 직접 대담하는 ‘마중토크’로 구성된다. 5월 1일, ‘선 넘는 배우들’이라는 제목 하에 이상희, 우지현, 이민지, 강길우(왼쪽부터) 배우가 참여한 네 번째 마중토크가 열렸다. 이들은 서로를 ‘독립영화계의 고인물’이라 칭하며 이번 영화제에 초대된 각자의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제에 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또한 배우들은 직접 준비한 퀴즈를 관객에게 출제해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로자의 날 기념 민주노총 산하 노동자들의 대열 행진이 동시에 벌어지던 다소 어수선한 현장에서도, 네 배우는 절륜한 입담으로 행사 끝까지 객석을 사로잡았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와
JEONJU IFF #6호 [스코프] 전주씨네투어 전주영화X마중‘마중토크’, 영화제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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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기 피습으로 사망했다. 범인은 야마가미 데쓰야. 어머니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약칭 통일교)에 전 재산을 헌납하는 등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친 인물이었다. <레볼루션 +1>은 야마가미 데쓰야의 삶을 가와카미라는 가상의 인물로 재현한다. 더하여 작품을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간에 개봉하는 담대함까지 선보였다. 60~70년대에 급진적 정치 영화를 만들었고, 이후 20년 동안 실제 중동지역의 혁명 게릴라군으로 활동했던 아다치 마사오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국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 중인 아다치 마사오 감독을 대신하여 영화의 바깥 살림을 도맡고 있는 후지와라 에미코 프로듀서, 주연 가와카미를 연기한 배우 타모토 소란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실제 살인범의 삶을 소재로 했다는 면에서 감독의 전작 <약칭: 연쇄 살인마>가 떠오른다.
후지와라 에미코 아다치 마사오 감독이 야마가미 데쓰야의
JEONJU IFF #6호 [인터뷰] '레볼루션 +1' 후지와라 에미코 프로듀서, 배우 타모토 소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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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우회로> Desvío de noche (Night Detour)
아리안 파라르도 생 아무르, 폴 쇼텔/캐나다/2022년/97분/국제경쟁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 외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기자가 사라진 피겨스케이팅 선수 비올레타 마르티네즈를 찾아 나선다. 비올레타를 찾아 나설 유일한 단서는 그의 연인으로 짐작되는 아르만도의 연서뿐이다. 비올레타의 고향인 멕시코의 한 마을로 취재를 떠난 기자는 어쩐지 마을 사람들이 비올레타에 관해 언급하길 꺼린다는 것을 눈치챈다. 아르만도 어머니의 집에서도, 비올레타가 다녔던 마을 학교에서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던 기자가 당도한 예상 밖 귀결점은 비올레타의 아버지 후안이다. 비올레타에 관해선 아무도 모른다며 취재를 시작하는 기자의 변은, 기자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밤의 우회로>를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유효한 대사다. 영화 속 시점 주체가 누구인지, 빛났다 사라진 환영이 누
JEONJU IFF #6호 [프리뷰] 아리안 파라르도 생 아무르, 폴 쇼텔 감독, '밤의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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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라> Samsara
로이스 파티뇨/스페인, 한국/2023년/114분/전주시네마프로젝트
어린 수도승들이 라오스의 울창한 밀림을 거닌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른 강물의 빛깔은 우리들의 속세와 억겁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듯하다. 수도승들의 발소리와 벌레들의 울음,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귀를 잔잔히 간지럽힌다. 스크린 너머의 시청각만으로도 원시의 세계에 회귀한 것 같은 이 찰나, 한 수도승이 스마트폰을 꺼내 요즘 랩 음악을 튼다. 수도승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악이 좋다며 흥얼거린다. 어리둥절하다.
이것이 <삼사라>의 방식이다. 스크린을 수놓는 자연의 풍광, 혹은 생과 사에 깃든 불교 윤회 사상의 설파는 물론 진귀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척 새로운 영화의 방식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다만 <삼사라>는 이런 진부함을 반전시키는 생경함의 감각으로 영화의 밀도를 영리하게 채워간다. 예컨대 1부의 라오스 정글은 언뜻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이싼을
JEONJU IFF #6호 [프리뷰] 로이스 파티뇨 감독, '삼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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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의 기억> Silent Witnesses
헤로니모 아테오르투아, 루이스 오스피나/콜롬비아, 프랑스/2023년/79분/시네필전주
무성영화 12편의 푸티지만으로 재창조한 무성영화다. 12편 모두 1922~1937년에 제작된 콜롬비아 영화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전체적인 장르는 멜로드라마다. 젊은 남녀 에프레인과 엘리시아가 불현듯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은 순탄치 않다. 엘리시아가 재력가 우리베와 약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깊어지는 둘의 사랑이 파국으로 접어드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 넘쳐흐르는 활력, 단출하지만 간결한 매력의 편집술만으로도 지루함이 달아난다. <바빌론>의 무성영화 예찬이 불현듯 떠오르는 작품이다.
특히 3부가 독특하다. 3부는 콜롬비아 정글 속 군인들의 모습으로 구성된다. 군사 훈련이나 전투 장면, 더하여 싸움에 휘말린 원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1
JEONJU IFF #6호 [프리뷰] 헤로니모 아테오르투아, 루이스 오스피나 감독, '무성영화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