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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의 첫 내한이 성사됐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마스터클래스와 관객과의 대화(GV) 등 공식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며 영화제 관객을 살뜰히 만났다. 그들의 첫 한국 방문을 성사시킨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 아동 문제를 다룬다. 체류증을 받지 못한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생존을 위해 불법적인 노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언제나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아왔지만, 최근 작품에서 그 범주는 유럽에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로 확장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을 만나 그들의 영화가 현실과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 들었다.
-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세 감독들의 초기 다큐멘터리 영화를 조명하는 ‘출발로써의 다큐멘터리: 세 거장의 기원’이라는 기획전이 열린 적이 있다.
JEONJU IFF #5호 [인터뷰] '토리와 로키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우리는 예술을 통해 내가 아닌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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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장유(이강생)는 고향 하이난에 돌아가 사랑하는 옛 연인 수홍(이몽)을 찾는다. 수홍의 딸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다. 고층건물과 새로운 아파트가 일사불란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하이난은 여전히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중국 지방의 급성장 물결을 보여준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오랫동안 누적된 건설업계 문제로 건설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갈등을 빚고 만다. 집이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집이 될 수 있을까. <부재>가 지닌 중국 사회의 이면과 문제의식을 돌아보기 위해 배우 이강생을 만났다.
-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재> 첫 상영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 이전의 다른 한국 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을 만난 적 있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무척 뜨겁
JEONJU IFF #5호 [인터뷰] '부재' 배우 이강생, "중국의 아파트 열풍이 만든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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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영화의 1부도, 2부도 마찬가지다. 배우 화령(조현진)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자신이 촬영한 영화에 관한 기억을 잃는다. 관계자들이 화령의 병문안을 와 영화에 관한 기억을 복기해 주지만 이들의 진술은 모두 다르다. 영화의 2부에 도달하면 영화의 우주는 몇 갈래로 나뉘어 더욱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리와 상관없이>는 81분의 러닝 타임 내내 흑백의 미로를 헤매야 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갈팡질팡한 미궁은 유형준 감독에 의해 쓰이고, 찍히고, 만들어졌다. 첫 장편 연출작 <우리와 상관없이>로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다녀온 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유형준 감독을 만났다.
- 영화의 제목이 모호하다. 어떤 의미로 제목을 지었나.
= 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거나 큰 그림이 보이지 않을 때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을 제목화했다. 대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강구할 때 여러 경우의 수를 연결시켜
JEONJU IFF #5호 [인터뷰] '우리와 상관없이' 유형준 감독, 흑백의 미로를 헤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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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들의 집> A House Made of Splinters
시몬 레렝 빌몽/덴마크, 핀란드, 우크라이나, 스웨덴/2022년/88분/월드시네마
어른들이 떠난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 아이들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보육원은 전쟁, 가정 폭력, 알코올중독 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아늑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 따뜻한 질문을 건넨다. 등을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깨우는 오프닝에서 알 수 있듯 보육원은 사랑을 근간으로 아이들을 보살피지만 부모 이야기가 나오면 자동으로 눈물을 떨굴 만큼 아이들은 좀처럼 가족 문제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아이들이 마주한 지난한 현실 속에서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지지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조명하며 사회안전망으로 필요한 요소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어른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욕망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할 때, 관객들은 그간 잊고 지낸 죄책감을 상기하며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JEONJU IFF #5호 [프리뷰] 시몬 레렝 빌몽 감독, '파편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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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상관없이>
유형준/한국/2023년/81분/한국경쟁
내 기억은 얼마나 온전하고 얼마큼 실체와 닮아있을까. <우리와 상관없이>는 기록 매체인 영화가 기록 이상의 기억이 될 수 있는지, 그 기억의 작동 방식은 믿을 만한 것인지 사유한다. 영화의 1부는 배우 화령(조현진)의 이야기다. 화령은 뇌경색으로 쓰러져 자신이 주연한 영화 시사회에 갈 수 없다. 그런 화령의 병실에 영화의 PD(김미숙), 감독(최성원), 출연 배우 정선(곽민규)과 이영(조소연) 등이 병문안을 온다. 자신이 주연작을 찍었다는 사실 외엔 영화에 관해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화령은 자신을 찾아오는 관계자들에게 영화의 내용을 묻지만, 이들이 진술하는 영화 내용은 모두 달라 화령을 혼란스럽게 한다.
영화의 2부는 언뜻 화령이 찍은 영화의 재현으로 보이기도, 화령이 찍은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으로도 보인다. 엇갈리던 증언처럼 영화의 내용은 뒤범벅이어서 관객은 끝없는 미로를 헤맬 수밖에
JEONJU IFF #5호 [프리뷰] 유형준 감독, '우리와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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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밤> It Is Night in America
아나 바스/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2022년/67분/영화보다 낯선
얼마 전 얼룩말 ‘세로’의 도심 활보가 화제였다. 서울 주택가에서 이뤄진 얼룩말과 인간들의 조우는 흔치 않은 풍광으로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이런 모습이 초현실적이고 영화적이라며 흥미롭단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세로의 탈출기를 가벼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단 의견도 터져 나왔다. 최근 부모를 여읜 세로의 정서적 불안과 이상행동, 동물원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어쩌면 <아메리카의 밤>이 세로 사건에 얽힌 동물권 사안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크게 두 종류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첫째는 누아르 필름의 한 장면처럼 어둑어둑한 브라질리아 도심의 전경이다. 데이 포 나이트 기법(낮에 찍은 영상을 밤처럼 만드는 방식) 탓
JEONJU IFF #5호 [프리뷰] 아나 바스 감독, '아메리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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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이하 JCP)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JCP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국내외 독립·예술 장편영화에 제작·투자하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0년간 33편의 작품이 JCP를 통해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산다>의 박정범 감독, 최근 <거미집>의 각본가로도 이름을 올린 신연식 감독을 시작으로 하여 김대환, 김종관, 임흥순 등의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지지했다. 또 에리크 보들레르나 로이스 파티뇨 등 해외 유수 예술가들과도 협업해 왔다. 전신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가치관을 계승하며 독립, 대안, 혁신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고이 지켜온 것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표현처럼 “새로운 목소리를 자유로이 내는 창작자들의 보호 구역이자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 수지 타산에서 벗어난 영화들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당면 과제가 많다. 팬데믹으로 인한 영화산업의 변화, 영화 제작비의 증가, 프
JEONJU IFF #4호 [기획] 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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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9년, 지구 종말론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불안의 시대. 태권도 국가대표전을 준비하는 주영(박수연)과 소년원 학교 출신인 예지(이유미)는 ‘가정 프로젝트'라는 청소년 사회화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집에서 지내게 된다. ‘담쟁이' 넝쿨처럼 서로를 기대어 자라나는 두 소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종말의 시대에서 유일하게 다음을 약속하고 사랑을 속삭인다. 사랑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증명되는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야 답할 수 있는 질문 앞에서, 한제이 감독에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이하 <우천사>)>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세상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 <우천사>는 태권 소녀와 소년원 학교 출신 소녀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다.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어떻게 진행했나.
=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작 <담쟁이>가 상영되던 시기에 원작 작가님으로부터 연출을 부탁받았다. 태권도 선수와 소년원 출신의 아이가
JEONJU IFF #4호 [인터뷰] '우.천.사' 한제이 감독, 불확실하기에 깊어지는 사랑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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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스트빌리지 시네필들의 성지, 킴스비디오를 아는가. 이곳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파이크 리의 단골 비디오 대여점이자 코엔 형제가 600달러의 연체료를 저당 잡힌 대여점이었다. 1986년 개업 이래 10개의 체인 지점이 생길 정도로 성업한 킴스비디오는 비디오 문화의 쇠퇴로 2008년 폐업을 결정한다. 킴스비디오의 단골이었던 두 감독 데이비드 래드먼과 애슐리 새이빈은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를 통해 킴스비디오의 현재와 김용만 대표의 흔적을 추적한다. 5만 5천여 개에 달하는 컬렉션이 보관 중이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소도시 살레미는 정치 스캔들로 상황이 복잡해지고 래드먼 감독은 킴스비디오의 컬렉션들을 다시 뉴욕으로 들여오고자 한다. 그리고 두 감독은 마침내 김용만 대표와 연락이 닿는다. 여럿의 노력으로 킴스비디오는 2022년 3월 재개장한다. 킴스비디오는 곧 김용만 대표의 한결같은 영화 사랑의 현신이다. 그를 만나 70, 80년대 영화광들의 삶, 킴스비디오의 찬란한 과거와
JEONJU IFF #4호 [인터뷰] '킴스비디오' 김용만 대표, ‘킴스비디오’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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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한제이/한국/2023년/112분/한국경쟁
최근 Y2K로 통칭되는 세기말을 낭만적으로 회고하는 풍경에는 그 시절 뿌리 깊게 자리한 폭력성의 민낯이 거세되어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에서 고등학교 태권도 부원 주영(박수연)과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이유미)의 퀴어 로맨스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둘의 계급적 위치다. 주영은 막역하게 지내는 남자 친구 민우(김현목)가 “김희선을 닮았다”며 짝사랑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예지와 돌연 한집에 살게 된다. 주영의 어머니가 소년원 학생들의 자서전을 검토하다 삶의 목표가 딱히 없고 그저 잘 죽는 것을 지향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예지를 일시적으로 보살피게 된 것.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 예언이 존재하던 불안 속의 설렘이 공존하던 시대, 영화는 주영과 예지, 민우 그리고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을
JEONJU IFF #4호 [프리뷰] 한제이 감독,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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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앤 솔저>
마티유 바드피에/프랑스, 세네갈/2022년/ 100분/월드시네마
제1차 세계대전, 프랑스는 식민지 세네갈에서 젊은 남자들을 강제 징집해 전쟁터로 내보낸다. 소를 몰며 생계를 유지하는 바카리(오마르 시)는 프랑스 군대가 나타날 때마다 아들 티에르노(알라산 디옹)를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아들마저 전장에 끌려가게 된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자식을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바카리는 자원입대를 감행하지만 탈출에 실패한 부자는 전선에 결국 내몰린다. 식민지의 젊은 청년에게 전쟁 영웅이 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가치인 양 호도하는 군인, 혼란한 전쟁터에서 전쟁 기계가 되어가는 아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휴먼 드라마의 틀 안에서 전쟁의 무상함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의 목표에 효과적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이었던 <파더 앤 솔저>는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촬영감
JEONJU IFF #4호 [프리뷰] 마티유 바드피에 감독, ‘파더 앤 솔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