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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코미디.섹스 소재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부활
2002-06-03

더 대담하게, 더 자극적으로1970년대를 풍미했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가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부로 다시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5월26일치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영화란, 흑인 관객을 겨냥해 기획 마케팅된 저예산 장르. 1970년부터 1979년까지 250편 가까이 양산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는 요란한 패션의 흑인 캐릭터들이 도시를 배경으로 펼치는 속도감 있는 액션과 코미디, 섹스를 주된 내용으로 삼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블랙파워를 실현시킨다는 태도로 아프로-아메리칸 관객의 환호를 샀다. 1990년대 말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잭키 브라운>과 존 싱글턴이 리메이크한 <샤프트> 등이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전통을 복원하기도 했다.<LA타임스>는 1970년대풍 도시 이미지와 음악이 텔레비전과 영화에 빈번히 등장하고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캐릭터, 테마, 패션이 30년 만에 유행을 타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모피 코트를 걸친 농구선수와 70년대 펑크(funk) 음악에 맞춰 춤추는 치어리더가 등장하는 나이키 광고, <샤프트>의 주제가가 코러스를 반복하는 버거 킹 광고 샤킬 오닐 편은 단적인 사례. 무엇보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유산은 신작영화들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중 가장 먼저 관객의 테스트를 받을 작품은 5월31일 개봉한 <언더커버 브라더>. 도탄에 빠진 대중문화 속 흑인의 이미지를 구원하는 흑인 영웅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의 패러디로서 인터넷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뒤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손으로 영화화됐다. 온라인 버전에서는 블랙 뮤직을 오용했다는 죄목으로 백인 래퍼 에미넴을 사살하는 등 과격한 설정이 있었으나 영화에서는 공격성이 완화됐다는 평. 7월에 개봉하는 <오스틴 파워 인 골드멤버>에도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에서 빌려온 캐릭터가 등장한다. 1975년으로 돌아간 오스틴 파워즈가 재회하는 롤러스케이트 디스코 클럽의 폭시 클레오파트라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유명한 캐릭터에 바치는 오마주다. 한편 할리 베리의 새 영화 <폭시 브라운>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고전 <폭시 브라운>의 리메이크다. 오리지널 <폭시 브라운>은 마약을 파는 형제와 형사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다 창녀로 위장해 마약밀매 조직에 숨어든 폭시가 범죄자들에게 들켜 강간당하고 헤로인을 강요받는 시련을 겪은 뒤 우두머리 중 한명을 거세함으로써 복수한다는 자극적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화다. 신세대 감독들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특유의 파워와 대담한 표현력 때문이다. <폭시 브라운>의 프로듀서 마커스 모튼은, 힙합문화와 비디오가 197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관객조차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었다고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USC에서 영화-텔레비전 비평을 가르치는 토드 보이드 교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성공은 그가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를 포용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며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이 사라졌던 유행이라기보다 반복적으로 미국 대중을 사로잡는 장르임을 강조했다. 30년 전 주류 할리우드 안에 처음으로 흑인 영화인들의 자리를 확보하고 아프리칸-아메리칸 대중의 욕망을 해소시켜 주었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에너지가, 변화한 대중문화 환경에서 어떤 형태로 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