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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리포트]하시구치 료스케 감독의 <허쉬!> 꾸준한 인기
2002-06-03

당신 얘기 같지 않나요?30대, 독신, 직업 있음. 심각한 고민도 없고 날마다 그냥 살고 있지만,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라거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 4월27일 시부야 시네 구인토에서 개봉한 하시구치 료스케 감독의 <허쉬!>를 본 뒤에 떠오른 것은 지금 도쿄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었다.2001년 칸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래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하여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아온 이 작품은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게이 커플 중 한명에게 “저와 같이 아이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21세기적 아이 만들기 선언!’이라는 광고 카피가 상징하는 대로 성적 취향이 ‘스트레이트’인 여성이 게이 남성과 어떻게 아이를 만들 수 있을까란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마지막까지 아이가 나오지 않아 상상보다 아주 보편적 주제의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된다.영화는 특별한 상황에 있는 30대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정도 정성스럽게 그리고 있어, “어떤 세대라도, 어떤 입장이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란 사실을 설득력 있게 느끼게 한다.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키네마순보>에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인간이 사는 방법의 다양성과 자유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고 적었다. 하시구치 감독도 “어떤 세대가 봐도 어떤 인종의 사람이 봐도 ‘이것은 자기 안에 있다’ 아니면 ‘이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찍고 싶다”고 <키네마순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이 영화가 설득력을 갖는 데는 주연배우 3명을 비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30대 전반인 다나베 세이치, 다카하시 가즈야, 가타오카 레이코는 약 2주간의 리허설 기간 뒤에 촬영에 들어갔다. 1992년 데뷔작 <스무살의 미열>이나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95년의 <해변의 신밧드>에서도 배우들에게서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감정을 끌어낸 하시구치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캐릭터 각각의 윤곽을 명확히 연출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절묘한 앙상블을 낳는 데도 성공했다.감독의 고향인 나가사키현에서는 지난해 11월에 공개됐지만 도쿄에서는 극장 상영 스케줄 때문에 개봉이 많이 늦어졌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좋은 평판을 알고 있었던 관객은 커플이나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극장에 몰려들어 한달 넘겨 롱런을 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도 좋아 지난해 <키네마순보> 일본영화 베스트 10에서 2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가타오카 레이코는 일본영화 주연여우상을 받았다.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