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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단의 임권택 읽기]미셸 프로동의 특별기고
2002-06-07

80년대 한국영화 회고전부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임권택 감독 회고전까지

그 거장은 이렇게 발견되고 인정받았다

장- 미셸 프로동/ <르몽드> 기자

한국영화의 발견, 특히 그 양적인 중요성에서뿐만 아니라 작품성, 또 다뤄지는 주제의 폭넓음에서 동시에 한국영화의 최중심 인물인 임권택 감독의 발견은 프랑스나 유럽의 시네필들에게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다. 몇몇 영화제들의 개척자적인 활동들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1982년 페사로영화제가 한국영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했고 낭트의 3대륙 영화제는 1986년 첫 시도를 한 뒤 1989년 임권택 감독의 회고전을 처음으로 조직했다. 다음 단계는 1993년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주최한 대대적인 한국영화 회고전이었다. 이 회고전은 <만다라>의 임권택 감독이 한국영화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에 한국에서 개봉된 <서편제>가 이 퐁피두 센터에서 소개된 다음 프랑스에 처음으로 상업적인 배급망을 통해 개봉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 회고전을 준비한 프랑스쪽 인사들과 이들과 협력한 한국의 영화계 인사들의 공동 노력은 많은 프랑스 비평가들이 서울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했다. 나 역시 이 그룹에 포함되는 행복을 누렸다. 이렇게 나는 서울의 영상자료원에서 10여편에 달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보고 이 감독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발견은 감독을 만나고 인터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여행 뒤 <르몽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한 감독이 작가로서 인정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주요 언론매체들, <카이에 뒤 시네마> <리베라시옹> <텔레라마> 등에서 여러 기사들이 발표됐다. 이는 (프랑스에서) <판소리 여가수>란 타이틀로 개봉된 <서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나 개인적으로는 현대영화의 주요한 예술가로 생각하는 임권택 감독 작업의 진보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내가 일하는 일간지(<르몽드>)에서 그의 새 영화들을 좀더 폭넓은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이 감독의 특출난 창조적인 에너지와 그의 연출에서의 예술적인 가치를 강조할 수 있었다. 또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여러 측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즉, 한국의 과거사나 현대의 사회적 현실, 아니면 한국인이 갖는 영적인 세계와의 관계, 또 일상적인 생활습성들과 문화 등이 그의 영화세계에 포함돼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임권택과 같은 위대한 감독에 대한 인정이 이뤄지는 데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음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부산국제영화제를 선두로 한국에 존재하는 영화제들은 유럽 시네필들과 한국의 예술가들(그리고 아시아의 예술가들)간에 좀더 정기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게 했다. 또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처럼 주요 작품들이 인정을 받게 되는 데는 피에르 리시앙과 같은 ‘영화의 안내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 문화를 프랑스에서 수호하는 역할을 맡아 언론매체들과의 협력관계에서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손우현 원장의 역할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2000년 칸영화제에 초대된 <춘향뎐>이 비평계의 호응을 얻어낸 점과, 또 세계 최고의 영화제를 자임하는 칸영화제가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 작품을 만들기 얼마 전에 마침내 이 감독을 초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임권택 감독으로 하여금 상당한 반향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춘향뎐>이 DVD로 출시된 것은 이 감독이 인정받은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면서 동시에 인정의 범위를 넓히는 수단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히 지적해야 할 것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주최한 임권택 감독 회고전의 결정적인 역할이다. 프로그래머인 장 프랑수아 로제의 결정적인 활동에 힘입어 준비된 이 회고전은 세계에서 가장 명망높은 영화기구 중 하나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위대한 작가로서 임권택 감독의 위치를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올해 칸영화제에 <취화선>이 초대된 점, 또 대단한 비평계의 호응을 얻은 점, 파테라는 가장 큰 영화제작 배급사를 통해 프랑스에 배급이 결정된 점, 마지막으로 상을 받은 점 등은 유쾌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진행된, 임권택 감독이 프랑스에서 발견되고 인정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단계가 열렸음을 알려준다. 그의 엄청난 재능에 상응하는 위치를 프랑스에서 얻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린 프랑스 비평가들은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비평가들에게 감사의 말을 던진 순간 진한 감동에 빠졌다.

장-미셸 프로동은 <르포앵>(Le Point)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르몽드> 영화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분야의 원고를 도맡아 쓰고 있으며, 등의 저서가 있다.

▶ 임권택을 바라보는 다섯개의 시선

▶ 미셸 프로동의 특별기고

▶ <르몽드> 장 프랑수아 로제

▶ <리베라시옹> 필립 아주리

▶ 샤를 테송의 <춘향뎐>론

▶ 데이빗 제임스의 ‘임권택: 한국 영화와 불교’

▶ 사토 다다오의 ‘한국 영화와 임권택’

▶ 임권택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