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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호텔> O.S.T
2002-06-14

바로 지금, 록의 모습

<밀리언 달러 호텔>은 LA에 실제로 존재하는 호텔이라고 한다. U2의 보노가 투어를 하다가 이 호텔에 묵은 적이 있었고 빔 벤더스의 친구이기도 한(참 대단한 사람들끼리 친구 먹는군!) 그가 벤더스에게 이 호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스토리의 기본 뼈대는 보노의 상상에서 출발한 것.

빔 벤더스는 확실히 대단하다. 그는 엄청나게 실력있는 게임의 제왕이다. 아무리 힘든 이야기라도 통속적으로 풀어간다. 그 통속성 속에서 그는 할리우드를 동경하고 성찰하며 동시에 경멸한다. 그러나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그는 시의 본질, 시인의 본질을 담는다. 시의 본질이 뭐냐고? 일종의 모순어법이다. 이번 영화의 예를 든다면, “그를 죽인 그 사랑이 바로 너를 사랑한 이 사랑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시의 본질이다. 타르코프스키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인 그 자체라면 빔 벤더스는 시인을 이런 게임 속에 통합시킨다. 그러니까 대단하지!

또 그가 대단한 것은, 그가 로큰롤과 재즈를 포함하여 미국에서부터 출발한 음악의 세계적 흐름을 완전히 꿰고 있다는 것이다. 캔과 크라프트베르크를 배출한 크라우트 록의 본고장 사람답게, 록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아주 체계적이다. 록의 힘은 밀리언 달러 호텔의 정크들의 힘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로큰롤의 최첨단을 걷는 음악들을 야심적으로 들려준다. 아주 크게 말이다. 영화와 합쳐지건 말건, 그냥 들려준다. ‘이 음악 죽이지!’ 하고 감독 자신이 감탄한다. 보노를 중심으로 하여 그는 아예 ‘밀리언 달러 호텔 밴드’(MDH 밴드)라는 단기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멤버가 세계 최강이다. 보노가 보컬. 그리고 브라이언 이노가 키보드. 존 해셀이 트럼펫. 그는 우리에게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아방가르드 트럼펫 주자로 전설적인 사람이다. 물론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또 기타에 빌 프리셀. 대니얼 라누아가 퍼커션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가 구상하고 고르고 들려주는 음악은 정말 록의 지금 모습 바로 그것이다. 빔 벤더스의 권력이랄까, 뭐 그런 게 느껴질 정도. 빔 벤더스라면 정말 로큰롤의 왕들이라도 끔뻑 죽는가보다! 이 화려한 멤버들이 그냥 이름값만 하고 퇴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음악다운 음악으로 영화 속에 빠져들어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정도. U2가 즐겨 부르는 노래이기도 한 루 리드의 <Satelite of Love>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와 MDH 밴드가 함께 부르고 있다. 그 이외에도 O.S.T에는 팬들의 관심을 끌 노래들이 많다. <The First Time> 같은 U2의 히트곡도 들어 있고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The Ground Beneath Her Feet>는 보노가 샐먼 루시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빔 벤더스는 자주 미국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는다. 왜 미국일까. 그에 의하면 미국은 근대 유럽의 버려진 욕망이다. 유럽의 에고가 참거나 억압하고 있던 것, 버린 것들이 미국에서는 그냥 현실이 된다. 그것이 미국의 힘이다. 빔 벤더스는 그런 미국의 힘을 느낀다. 그 힘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동시에 경멸한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

* 지난호에 쓴 원고에서, 이정재가 우산 쓰고 춤출 때 나온 노래는 <Singing in the Rain>이 아니라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였습니다. 지적해주신 김설아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