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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원의 유령 목격자들
2002-06-21

원혼들이 많아서라구요?

영상원은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학교일 뿐이다. 그러나 옛 안기부 국제부가 있었다는 그곳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기묘한 시설들이 있고, 학생들 곁을 스쳐가는 수많은 원혼들이 있다. 문을 닫으면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편집실, 마치 화장터처럼 관의 크기에 꼭 맞는 구멍이 뚫려 있는 쓰레기 소각로, 처음엔 학생들이 추락할 위험이 있다며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했던 이상한 구조의 스튜디오. 그곳에서 학생들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다.

‘영상원 괴담’의 중심은 건물 지하에 있는 편집실이다. 작은 방 몇개로 나뉜 편집실은 학생들이 “혼자 있으면 주기도문이라도 외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누군지 모를 그림자가 허공을 지나가는 곳이다. 영상원을 졸업한 한 예비 감독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다가 섬뜩한 일을 겪었다. 좁은 통로를 빠져나와 1층으로 올라가려던 그는 “여기 B1 312호가 어디예요”라며 말을 거는 긴머리의 여자를 만났다. 잘 모르겠다며 여자를 내려보낸 그는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밤의 학교에 그런 여자가 나타날 리 없고, 학교엔 B1 312호라는 장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뒤를 돌아봤을 때 그는 순식간에 통로 안으로 사라지는, 다리 없는 하얀 그림자를 봤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었고,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다른 학생들이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교문 옆 으슥한 장소에 있는 영상원 스튜디오는 유령 때문에 일주일 동안 이용자가 끊겼다. 영상원 96학번인 최보윤씨는 98년 워크숍 작품을 찍고 있었다. 몇번 리허설을 한 뒤 촬영을 시작한 그녀는 어디선가 서늘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 근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천장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군청색 점퍼를 입은 반백의 남자가 철근 구조물 위에서 몸을 위태롭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배우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최보윤씨는 컷을 부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스탭이 그녀를 흔들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촬영부 중 한명도 목격한 그 남자. 그는 그 장면을 일곱번 찍는 동안 내내 장소를 옮겨다니며 배우를 응시했다. 영상원은 공포에 질린 학생들 때문에 일주일 동안 스튜디오를 폐쇄했고, 소요는 곧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녀는 2000년에도 같은 남자가 스튜디오에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상원을 배회하는 유령들은 이 밖에도 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한 학생은 필름 조각을 손에 쥐고 편집실에서 잠깐 졸던 중 등 뒤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소름이 끼쳐 문을 열고 나가보니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그 필름 조각이 방문 밖에 떨어져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는 유모차를 미는 두 남녀가 뒷산에 자주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퍼져 있다. 학생들은 간첩으로 몰려 살해된 일가족의 원혼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런 ‘영상원 괴담’에는 항상 “안기부 자리였기 때문에”라는 해석이 붙어다닌다. 편집실의 구조가 취조나 고문을 하기에 적당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이곳에 심상치 않은 냉기를 불어넣는 이유 중 하나다. 목격자의 육성으로 들었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영상원 괴담’. 그러나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는 것이 괴담의 본질이기도 하다.▶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1)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2)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3)

▶ 충무로 영계 연구가 이광훈 감독

▶ 괴담의 해외 사례들

▶ 원귀의 본산, 서울종합촬영소

▶ 영상원의 유령 목격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