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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연장하면 영화복원 득일까 실일까
2002-06-25

저작권 보호가 고전 영화들을 되살리는 일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저작권 문제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물론, 비디오 및 디브이디 업계와 텔레비전 방송 등을 망라하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대법원이 1998년 의회에서 통과된 저작권 연장법안을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98년 지적 재산권 보호기간을 75년에서 95년으로 20년 연장한 소니 보노 법안에 대해 한 인터넷 자료수집가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열띤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대법원의 재검토 결정은 20세기 예술인 영화 분야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저작권 연장을 뒤집는다면 무성영화 시대와 초기 유성영화 시대에 만들어진 거의 모든 미국영화들의 저작권이 소멸돼 누구나 비디오제작과 인터넷을 통해 맘대로 유통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계가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개방이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연장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논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작품은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다. 양쪽 모두 이 영화의 사례를 들어 각기 설득력 있는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약 이 영화의 저작권이 종료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이 영화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스튜디오 자료실에서 썩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해 잊혀졌던 영화가 저작권 종료 뒤 티브이를 통해 방영되면서 재발견됐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인기영화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이 소멸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재발견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연장 찬성론자들은 비디오제작사들이 너도 나도 복사판을 남발하는 바람에 시장이 질나쁜 캐프라 영화로 넘쳐나 오히려 대중화에 방해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이 풀려도 최상의 화질을 보장하는 원본 네거티브는 저작권을 지녔던 스튜디오 소유이기 때문에 비디오업자들은 손에 넣을 수 있는 35㎜, 혹은 16㎜ 프린트에서 비디오를 뜰 수밖에 없다. 〈멋진 인생〉은 스튜디오 쪽이 영화 속에 사용된 음악을 꼬투리 잡아 저작권을 갱신하는 데 성공했고 그런 뒤에야 많은 돈을 들여 작품을 복원하고 고화질의 비디오와 디브이디를 출시했다. 〈멋진 인생〉은 지금도 매년 75만장 가량의 비디오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복사판이 나돌 때의 판매고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저작권만이 높은 화질을 보장해 오히려 관객들을 증가시킨다는 논리이다.

저작권 문제는 특히 상업성은 떨어지지만 보존 가치가 큰 흑백영화들의 복원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장 찬성론자들은 고전영화의 경우 제대로 복원을 하려면 최소한 2만5천달러에서 25만달러가 드는데 자본회수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영상자료원이나 이윤을 추구하는 스튜디오들이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이는 스튜디오들의 연막에 불과하며 디지털시대에 좀더 싼 값에 복원할 수 있는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저작권 연장은 상업성이 떨어지는 영화들이 재발견되고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저작권 문제는 올 가을 집중 논의돼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판이 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