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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촬영현장
2002-06-27

시속 220km로 보는 세상

<중독>의 주인공 대진(이병헌)은 카레이서이다. 형 호진(이얼)과 같은 날 차사고를 당한 뒤, 의식이 먼저 깨어나면서 형수 은수(이미연)를 사랑하고, 형 대신 형수와 살게 되는 기묘한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대진의 대사를 보면 그 운명이 이미 카레이서라는 직업에서 예견된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에서 코너링할 때면 중력가속도로 몸이 차와 짬뽕이 되면서 무아지경 같은 세상이 열려. <백 투 더 퓨처>처럼 현실의 공간을 뚫고 다른 시공간으로 날아가는, 그때라면 죽음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남다른 열정을 이기지 못해 현실에서 비상하려는 대진의 그 열정의 정체가 사랑임을 이면에 숨긴 채, 대진 형제가 겪는 사고와 그 전후의 변화를 차분히 쫓아가는 영화가 <중독>이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슬퍼 보이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섬뜩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줄거리다.

사고를 당하기 직전 2.2km 트랙을 30바퀴 도는 스프린트 레이스의 출발선에 선 대진의 모습을, 지난 6월13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촬영했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시도되는 카레이스 장면을 찍기 위해, 투스카니 차량 5대를 개조하느라 3억원이 들었다. 이병헌은 레이서용 특별 면허까지 땄다. “운전방식이 보통 차와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운전뿐 아니라 이 영화 찍으면서 여러 가지 많이 배웁니다. 대진이 취미처럼 하는 농구도 잘 안 했던 운동이고, 형 호진의 직업인 가구공예도 그렇고.” 레이스카 안에 앉아 백미러에 형이 걸어준 나무 북어를 한번 건드려본 뒤, 코치의 마지막 지시를 듣고 출발하는 장면까지가 이날 촬영분.

이 영화가 데뷔작인 박영훈 감독은 쾌활하게 현장을 지휘했다. ‘컷’을 외친 뒤에는 꼭 “좋습니다”는 말을 덧붙였고, “병헌이 아까 그 표정 참 좋다”는 식으로 스탭과 배우들을 격려하는 걸 잊지 않았다. <중독>은 이날까지 20%가량 촬영을 마쳤으며 10월중 개봉예정이다.글 임범·사진 정진환

사진설명

카레이서 대진 역의 이병헌은 레이스 출발선에서 헬멧을 쓸 때 애를 많이 먹었다. 더운 날씨에 땀이 흘러 면으로 된 마스크도, 헬멧도 잘 씌워지지가 않았다.

사진설명

1. 이병헌은 헬멧을 벗었다 다시 쓰기가 힘들어 그대로 쓴 채 모니터를 확인했다

2. 며칠 전의 광릉수목원 촬영현장에서, 대진과 형 호진이 농구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는 호진의 부인 은수는 다가올 비극을 전혀 모르는 표정이다. 3. 호진과 은수의 결혼식에 사진사로 깜짝 출연한 박영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