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002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3)
2002-07-11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자

6. 하반기 전망-우려와 반론

그런 가운데 하반기 개봉할 블록버스터의 성적표는 이후 한국영화의 행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 유 레디?>를 시작으로 개봉대기중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등 제작비가 50억원이 넘는 대형영화들의 흥행결과가 이후 금융자본을 비롯한 투자자본의 촉수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55억원을 들여 만든 <예스터데이>의 참패 이후 자칫 ‘대형참사’가 이어질 경우, 투자작 선택에 있어 위험 부담이 큰 베팅보다는 안전한 트렌드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작자들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해외 합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 확보란 이유도 있지만, 국내 자금이 이미 말라붙은 게 아니냐는 관측 또한 낳는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동 자금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자본의 투여에는 주기가 있게 마련이며 이는 1년 동안에도 작동한다”고 말하면서 “하반기에도 러시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상반기에 결성되었거나 구성중인 MVP창투엔터테인먼트 펀드, KTIC 영상펀드 1호, 제니스 펀드 등의 영화전문 투자조합에 이어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국영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쥐고 있는 자본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충무로의 주축 전대인 금융자본이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아직까진 가설에 불과하다.

어쨌든 상반기 동안 극장도 즐거운 비명으로 일관했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월드컵 한파로 인해 전월 대비 관객 수가 242만4283명으로 31.2%의 감소를 기록했지만, 전체 관객 증대로 인한 매출액 증가로 축포를 쏘아올렸다. 사이트의 증가로 스크린 수가 늘어난 CGV는 관객 수가 45% 이상인 850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와 변수가 없는 인천의 경우도 관객 수가 20% 이상 뛰었다. 메가박스 역시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에서만 지난해 250만명의 관객보다 늘어난 280만명이 극장을 찾았으며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추세로 봐선 하반기에도 한국영화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외형적인 ‘굳히기’에 급급해선 곤란하다. 질적 도약을 위해선 흥행을 위한 전력 질주도 필요하지만, 내실있는 제작·배급·상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시급하다. “산업화 초기 단계라서 역동적이고, 그만큼 안정성이 떨어진다. 곧 균형을 잡긴 할 텐데 어떤 방향으로 균형이 잡히느냐가 진짜 문제다. 퇴행적인 재생산 시스템이냐 아니면 계속 돌파해 나갈 것이냐,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는 한 제작자의 말은 하반기를 앞둔 지금도 유효하다.이영진 anti@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영화계 내부의 2002 상반기 평가 및 하반기 전망

자본투자, 예전 같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지난해보다는 흥행면에서 부진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결국 작품 수준이 다소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며, 지난해의 투자분이 다소 부실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친구>가 대성공을 거두며, 하반기 들어 규모가 커진 작품들이 많이 기획돼 제작비가 급상승한 탓에 투자비용 회수 측면으로 보자면 저조한 수준이다. 프리 프로덕션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이 거듭 오버되곤 했다. 하반기에는 투자가 다소 냉각될 것 같다. 창투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예상보다 영화에서 수익이 나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우리와 시네마서비스 정도를 빼놓으면 보수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이와 관련, 제작사와 배급사간의 수익배분율과 배급수수료율도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회사를 놓고보면, 상반기는 다소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1년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하반기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YMCA야구단>을 생각하면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투자할 때보다 신중하게 임할 것이며, 제작관리쪽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평호/ CJ엔터테인먼트 상무

상반기에 시장의 볼륨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메가박스뿐만 아니라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들도 많게는 20% 정도 관객 수 증가를 맛본 것으로 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10∼20대에 쏠려 있던 관객층이 넓어졌고, 1인당 관람횟수도 조금 늘었다고 생각한다. 제작편수가 많아진 것도 상반기의 특징이다. 극장 입장에서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아쉬운 건 ‘튀는’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반기는 투자·배급사건, 제작사건 각축을 벌이는 시기가 될 것이다. 멀티플렉스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과포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지금 현재 상황을 두고 과포화라고 볼 순 없지만, 각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대도시의 멀티플렉스 계획까지 염두에 둔다면 포화상태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멀티플렉스를 부동산 개념으로 받아들여 정확한 수요 파악없이 중소도시까지 치고 들어가는 점은 포화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포화상태는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하반기에는 어느 분야건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김우택/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상무

상반기 동안 제작편수가 늘었고, 절대 관객 수가 늘었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 수익률을 고려하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작사는 1천개에 육박한다지만, 넉넉하던 투자·배급사들 사정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든 유동자본이 얼어붙었다, 빠져나갔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 검증받은 감독이나 스타가 아니라면 돈을 구하기 힘든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년 동안 체감했던 황홀감이 올해는 왠지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상반기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하반기에도 가능하겠느냐고? 일단 여름은 할리우드의 압승이 예상되고. 올해는 정말 겪어보기 전에 뭐라 말 못하겠다.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YMCA야구단>이 희망이라고들 하는데, 나도 안심이 안 된다. 물론 이럴 때일수록 제작사는 합리적인 제작비를 산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운용하고, 영화적 완성도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누가 와서 해주는 게 아니지 않나. 어떤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을 것인가, 제작사들 스스로 고민하고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없다.심재명/ 명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