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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 비디오를 들고, 뉴욕 속으로
2002-07-15

실험적 독립영화·비디오·TV영화제‘REEL NEW YORK’시리즈 방영돼지금은 한물간 변두리 유원지로 남은 코니 아일랜드는 한때 번영하는 뉴욕을 상징하던 최신식 엔터테인먼트였다. 그 판타지랜드에 도망갔다가 행여라도 엄마에게 야단맞을까봐 훌쩍이며 집으로 향하는, 흑백필름 속의 한 뉴욕 소년을 TV 스크린에서 만나는 건 참으로 의외였다. 요란스런 채널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쑥 잊혀진 뉴욕의 모습을 전하던 이름 모를 흑백영화 한 토막은 알고보니 미국 독립영화사에 남는 명작, 모리스 엥겔 감독의 <어린 도망자>(little fugitive, 1952)이다. 50년된 독립영화를 금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에 틀고 있는 이 채널은 뉴욕 지역 방송, <채널 13>(Thirteen/WNET).올해로 7년을 맞은 독립영화·비디오·TV영화제인 ‘REEL NEW YORK’ 시리즈가 막 중반으로 다다른 참이었던 것이다. 지난 6월21일 단편애니메이션으로 시즌을 시작한 REEL NEW YORK 시리즈는 한달간 매주 금요일, 10시에 뉴욕의 독립영화인, 미디어 예술가들이 제작한 40여편의 단편 혹은 장편드라마, 다큐멘터리, 비디오 아트 등을 방영하고 있다. 제각기 공중파 채널 시청자들을 당황케 할 형식적인 실험과 삐딱하게 보기 정신으로 무장한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뉴요커의, 뉴욕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선댄스나 인디펜던트 채널 등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채널들이 있지만, ‘REEL NEW YORK’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할리우드 진입을 잠재적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독립영화가 아니라, 대부분 초저예산의 실험영화들이다. 일반에 선보일 기회가 거의 없을 이들 영화들을 후원하는 <채널 13>의 남다름에는 나름대로 역사가 있다. 30년 전 미국 미디어 아트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TV lab’(Television laboratory)의 요람이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 비디오 아티스트들에게 방송사의 시설을 개방함으로써 마음껏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실험할 수 있게 해주었던 ‘TV lab’ 워크숍을 거쳐 백남준의 ‘Global Grove’나 다큐멘터리 작가 켄 번즈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배출되었다. ‘TV lab’의 전통을 부활한 ‘REEL NEW YORK’ 시리즈는 비디오만 손에 들면 모두가 예술가라는 이 시대의 명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록 50년 전 코니 아일랜드의 소년은 무역센터 잔해에서 눈물짓는 소녀로 대체되었지만, 오늘도 비디오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만의 ‘뉴욕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이름 모를 거리를 서성이는 뉴요커들이 있는 한 ‘REAL’ NEW YORK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다. 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