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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르누아르 회고전 상영작 17편 프리뷰(2)
2002-07-19

오슨웰스가 `무인도에 가져갈` 영화들

<게임의 규칙> La R gle du jeu, 1939년, 112분, 흑백

서로 엇갈린 욕망의 그물망 안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게임의 규칙>은 장 르누아르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며 세계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꼽을 때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걸작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는 흥행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좋은 평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르누아르는 “나는 <게임의 규칙>의 실패에 너무도 괴로워한 나머지, 영화를 포기하든지 프랑스를 떠나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나중에 영화는 재개봉되면서 정당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다수의 인물들로 짜여진 이 소우주에는 코미디와 비극, 멜로드라마와 사회적 리얼리즘 등의 요소들과 함께 섞여 있다. 이 영화가 거둔 성과에 대해 리처드 라우드는 이렇게까지 말한 바 있다. “만약 프랑스가 내일 파괴돼 이 영화만 남는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그것만으로도 회복될 것이다.”

<남부인> The Southerner, 1945년, 92분 / 출연 재커리

스콧, 베티 필드

미국 남부지방의 목화밭에서 일하는 샘은 삼촌이 죽기 전에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실행하려고 한다. “네 작물을 재배해라.” 땅을 얻은 샘은 가족과 함께 직접 목화 재배를 하려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고난들을 헤쳐가야만 한다. 어린 아들은 심한 병에 걸리고, 샘은 이웃의 악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 미국 남부의 풍광을 배경으로 이웃과 자연,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부인>은 르누아르가 미국에서 만든 영화들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황금마차> Le Carosse d’or, 1952년, 컬러 / 출연 안나

마냐니, 던컨 라몬

<황금마차>는 194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던 르누아르가 유럽영화계로의 복귀를 알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18세기 스페인 식민지의 페루에 한 유랑극단이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이 극단의 여성스타 카밀라는 세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카밀라와 같은 극단에 속해 있는 청년 펠리페, 유명한 투우사 라몬, 그리고 총독이 카밀라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남자들이다. 총독은 사랑의 증표로서 권력의 상징인 황금마차를 카밀라에게 선사한다. 총독의 이런 행동은 궁정을 분노케 하고 카밀라도 당혹스럽게 만든다. 연극과 삶의 혼합을 대단히 아름다운 화면 속에 담고 있는 작품. 에릭 로메르는 이 영화를 두고 “코메디아 델 아르테, 비발디, 그리고 안나 마냐니라는 값비싼 보석이 들어 있는, 상당히 가치있고 아름다운 보석함”이라고 표현했다.

<프렌치 캉캉> French Cancan, 1954년, 97분, 컬러 / 출연 장

가뱅, 마리아 펠릭스

영화의 도입부 크레딧에 나오는 것처럼 ‘장 르누아르의 뮤지컬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영화. 그런 만큼 흥겹고 재미있고 화려한 영화다. 미모의 세탁부 니니는 당글라르에게 발탁되어 쇼단에 들어가게 된다. 당글라르는 캉캉춤을 공연할 새로운 카바레 ‘물랑 루즈’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특히 돈문제 때문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편으로 당글라르에게 연모의 정을 갖게 된 니니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을 뿌리친다. 르누아르의 말로 하면 ‘우리의 직업, 다시 말해서 쇼 비즈니스에 대한 경의의 표시’, 그리고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로서 만들어진 영화다. 르누아르가 오랜만에 장 가뱅과 재회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엘레나의 남자들> El na et les hommes, 1956년,

95분, 컬러

19세기 말의 파리. 폴란드 왕자의 아내였다가 남편이 죽은 뒤 젊은 과부가 되고만 엘레나는 앙리, 마르탱 같은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파리에서 엘레나는 잘생긴 롤랑 장군을 만나게 된다. 롤랑은 공화국 정부에서 새롭게 영웅처럼 인기가

치솟은 인물. 롤랑은 엘레나에게 구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구데타 같은 행위도 간단히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랑의

감정을 우아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화면 안에 담은 영화. 장 뤽 고다르는 이 영화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영화"라고까지

이야기하면서 극찬을 퍼부었다.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 boudu sauve des eaux. 1932년,

83분, 흑백

________________________출연

미셀 시몽, 사를르 그랑발

사회의 규범을 거절한다기보다는 무시해버리는 한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를 통해 부르주아 규범의 나른함과 생기없음을 재미있게 비꼬는 영화. 파리의

발랑자 부뒤는 어느 날 센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한다. 창가에서 망원경을 통해 부뒤의 `완벽한 방랑자` 모습에 매혹을 느끼던 서점 주인

레스팅구아는 물에 뛰어들어 부뒤를 구해낸다. 부뒤를 사회에 적응시켜보겠다고 그를 집에 머무르게 하는 레스팅구아. 그러나 타고난 방랑자 부뒤는

안락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안락함을 느끼기는 커녕 불편함만을 느끼며 사고를 일으킨다. 할리우드에서 <베벌리 힐즈의 낮과 밤>(Down

and Out in Beverly Hills, 폴 마주르스키 감독, 1986)이란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코르들리에 박사의 유언장> Le testament du Docteur

Cordelier, 1959년, 100분

-------------------------출연 장

루이 바뢰, 테디 빌리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르누아르식으로 각색한 작품. 변호사 졸리는 친구인 의학박사 코르들리에가 자신에게 위탁한 유언장에, 유고시에는

전 재산을 오팔에게 주라고 한 것에 대해 늘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오팔의 만행 소식을 듣고는 호기심이 발동해 오팔의 정체를 추적하기로

한다. 이곳저곳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이용한 독특한 작업장식 때문에 잘 알려진 영화다. 이것에 대해 르누아르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도막난 숏 단위로 촬영하는 작업방식이 배우가 연기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신념에 따라서, 나는 배우가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해

나갈 수 있는 촬영방식을 시도해보려고 하였다." 장루이 바로는 한 인물 안에 내재한 두 인물의 분열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풀 밭 위의 오찬> Le Dejeuner sur l herbe 1959년,

92분, 컬러

기분 좋은 목가에다가 르누아르가 그린 비관적 세계상을 겹쳐놓은 듯한 영화. 관능적 생명력을 가진 세계와 과학만을 앞세우는 질서의 세계의 대립이

영화의 주요한 주제를 이룬다. 에티엔 알렉시 교수는 인공수정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이자 통합 유럽의 차기 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한편 어느

한 작은 농가에 살고 있는 네네트는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갖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렉시 교수 집의 하녀로 들어간다. 한편으로 이것은 `아버지`

르누아르가 즐겨 그리던 올리브 나무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서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하에는 `아버지` 르누아르가 실제 살던 곳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화면 역시 아버지의 화풍을 연상케 할 만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탈주한 하사> LeCaporalepingle, 1962년, 105분,

흑백

자크 페레의 소설을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소재의 측면에서 장 르누아르의 1937년작 <거대한 환상>과 같이 묶일 수 있는 영화다.

1940년대 전쟁 때 독일군에 붙잡혀 있던 한 젊은 프랑스 군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거듭해서 탈출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수용소, 포로반,

형무소 등을 전전하며 그는 특이하고 거칠며 끼가 많은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계속적인 사고에 부딪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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